박광서 목사
▲박광서 목사.
필자는 지인의 부탁으로 최근 출간된 <비혼주의자 마리아>(Ivp)라는 책을 급히 살펴보게 되었다. 독자들을 위해 책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목회자의 성적 스캔들로 인해 비혼주의자가 된 언니의 속사정을 알게 된 여동생이 역시 같은 길을 고민하게 된다"는 스토리로, 웹툰을 읽는 독자들도 같은 길을 걸으라 선동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책을 살펴본 후 순간적으로 든 생각은 "선교단체들이 좌익에 완전히 접수되었구나. 전 영역이 이런 식으로 좌익에 점령당한다면 한국교회는 짧으면 10년, 길면 20년이겠구나"하는 걱정이었다. 필자의 표현이 너무 과장되고 극단적일까? 세상의 흐름을 유의하여 살피고 있는 분들이라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이해할 것이다.

과거 이 선교단체에 대한 인식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이지적이지만 복음적인 특징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보이는 행보는 심히 우려스럽다. 출간되는 책들과 종북과 서구 PC의 전도사를 자처하는 여러 좌익기관들과의 긴밀한 연대, 급기야 최근에는 전 대표간사 아내의 젠더이데올로기 성교육 활동 등은 이 선교단체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그런 때에 이와 같은 책은 의구심을 더욱 확고하게 만든다.

이 책의 기본골격을 말하면, 이 책은 강자와 약자, 가해자와 피해자, 권력자와 피권력자라는 계급의식에 기초하여, 억압, 착취, 차별, 혐오 등의 틀로 기술한 전형적인 좌파적 작품이라 하겠다. 교회가 뼈저리게 자성하고 갱신해야 할 내용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 책의 제작 목적이 기독교 진리를 왜곡함으로 교회의 해체와 붕괴로 이끌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듯 보인다. 독자들 중에는 필자의 비평에 뜬금없이 느껴질 이도 있겠지만 고민을 한 신자들은 그 맥을 이해할 것이다. 이 책의 문제점이 무엇일까?  

1. 인간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뜻에 대한 무지

저자는 목회자의 성적 스캔들을 키워드로, 독자들을 '남녀 갈등'과 '남성 혐오'의 세계에 가두어 비혼주의자로 만들려는 주술(呪術)을 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목적을 위해 저자는 나름 성경과 신학적인 고민을 했겠지만 그 부실함이 작품 전체에 드러난다. 어떤 점에서 문제인가?

먼저 저자는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창조목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나아가 인간의 타락 전(前)과 타락 후(後)의 상태의 차이, 그리고 가장 중요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인간창조와 질서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다. 다시 말해 저자는 복음의 참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그저 타락 후의 '저주' 상태에만 갇혀 있다. 십자가는 죄사함으로 인한 '회복'의 의미가 있다. 저자는 십자가의 은혜로 인한 '회복'보다 율법의 '저주' 구도로만 풀어가고 있기 때문에 성경을 왜곡하는 것이다.

인간의 존재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웨스트민스터 소요리 문답 제1문은 인간 존재 목적을 "사람의 제일 되는 목적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과 그를 영원토록 즐거워하는 것입니다"라고 답한다. 인간은 하나님을 하나님 되게 하려 창조되었다. 그 뜻 안에서 남자와 여자는 동등한 인격체로서 그 목적을 위해 나아가는 서로의 협력자인 것이다. 따라서 남녀 관계는 긍정적인 사랑의 관계이지 저자가 왜곡하듯이 부정적 관계가 결코 아니다. 그런 맥락에서 바울의 교훈들을 해석해야 하건만 저자는 남녀를 억압, 착취, 차별, 혐오의 적대자인양 묘사하고 있다. 그런 시각은 비중생인들이 갖는 특성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책의 치명적 해악이 이런 점이다.   

2. 기독교를 해체하고 붕괴하려는 좌익의 의도

이 작품에는 '진리 왜곡'과 '교회 해체'라는 좌익의 전형적인 목적 또한 드러난다. 그것을 위해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죄인의 이성에 근거한 "자신만의 포스트모던적 도그마를 가지라"고 반복 주문을 한다. 그렇게 함으로 가부장제의 해체, 교회와 목회자의 권위거부, 혐오세력인 남자 역할의 부정, 결혼의 불필요성 등을 젊은이들의 마음에 각인시킨다. 저자는 교회를 교회되지 못하게 하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좋은 책은 그 책이 인용하는 저서들을 보면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떤 자료들을 인용하고 있을까? 오랜 세월 한국교회에 도움보다는 부정적 영향을 끼침으로 논란과 좌익의 대표로 인식되는 기관들 중 하나인 뉴스앤조이라는 점을 독자들은 주목해야 한다. 이 매체를 잘 모르는 신앙의 기초가 약한 여성들은 그들의 독주(毒酒)에 쉽게 취할 가능성이 높다. 독주에 취하면 남성을 혐오하고 결혼을 부정하는 불행한 자아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그리스도인 여성도 이러한데 성령과 관계없는 불신 여성들은 오죽하겠는가! 참으로 불행한 일이라 하겠다.

비혼주의자 마리아
▲<비혼주의자 마리아>의 책 표지 ⓒIvp
3. 성경적 인간 이해에 기초한 가정의 회복

이 책은 한 개인의 창작물이 아니다. 저자가 출판사로부터 기획과 작업제안을 받았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여러 사람들의 계획된 협력물로 보여진다. 그렇기 때문에 안타까운 것이다. 복음적이었던 선교단체가 왜 서구 PC의 전도사 노릇을 하는 것일까? 예를 들어 3년 전 출간한 볼프의 <알라>와 같은 궤변적인 책은 한국교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선교단체는 예수 십자가의 복음을 잃어서는 안 된다. 타락하고 부패한 죄인의 이성을 의지하기보다 하나님의 주권신앙을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교단체는 교회를 세우기보다 교회를 파괴하는 무익한 집단이 될 것이다.  

진정한 성경적 선교단체라면 개인과 가족과 교회와 국가를 세우는 단체가 되어야 한다. 죽이기보다는 살리는 하나님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매우 혼탁한 시대를 살고 있다. 사탄의 전방위적인 공세로 혼란에 빠진 시대에 이 단체가 복음적 선교단체라면 성경적 남녀관, 성경적 가족관, 성경적 결혼관, 성경적 교회관이 무엇인지 제시하고 계몽해야 할 사명이 있다. 그것이 오늘의 선교단체의 중요한 사명이다.

올해 3분기 서울의 출산율이 0.69요, 전국 출산율은 0.88이라는 상상도 못한 최악의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나라의 존폐를 걱정하는 때에 선교단체가 하는 일이 겨우 임신과 출산의 원인이 가부장제와 남성권력에 있으니 그것에서 해방시켜야 한다는 식의 비혼을 조장하는데 있다면 그 조직은 더 이상 그리스도와 관계가 없다. 이런 일보다는 차라리 하나님 앞에 회개와 갱신을 하자고 외치는 회개운동을 전개하는 편이 낫다. 그것을 하나님께서 더 기뻐하실 것이다.  

이 책이 전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한국교회는 이 책의 쓴 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뼈를 깎는 자정의 노력, 갱신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교회의 미래는 밝지 않다. 위기의 대한민국호가 살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 겨우 교회의 맥을 붙잡고 있는 기성세대가 사라지게 된다면 한국교회는 어찌될까? 사악한 젠더이데올로기에 의해 양육된 세대들에게서 성경적인 순교신앙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회개와 갱신만이 회복의 유일한 길이다.

박광서 목사(큰사랑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