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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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열왕기상 19장 19-21절

엘리야가 엘리사를 부르는 장면입니다. 엘리야는 자신이 물러날 때를 알고 후계자를 물색하려고 합니다.

인간적으로 보면 엘리사가 농사를 많이 짓는 부자 농부이기에 선지자에 적합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엘리사를 후계자로 삼으라고 명령하신 상태입니다.

바야흐로 낙엽지는 늦가을입니다.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어 떨어지고, 윤끼 자르르 흐르던 감나무 잎도 붉게 변하여 떨어집니다. 이 가을에는 남은 생명을 생각하고, 그생명이 영원에 이르는 길을 깊이 사색해야 하는 때입니다. 이 계절에 ‘소명에 사는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1. 먼저 나를 부르시는 소명감을 생각해야 한다

“엘리야가 거기서 떠나 사밧의 아들 엘리사를 만나니 그가 열두 겨릿소를 앞세우고 밭을 가는데 자기는 열두째 겨릿소와 함께 있더라 엘리야가 그리고 건너가서 겉옷을 그의 위에 던졌더니(19절)”.

엘리야가 엘리사를 찾았을 때, 엘리사는 12마리 소가 이끄는 쟁기질을 하고 있는 때였습니다. 이는 마치 목가적 낭만을 불러일으키는 원색의 농촌을 방불케 합니다.

그야말로 19세기 프랑스 노르망디 출신의 전원화가 쟝 프랑소와 밀레(Jean-François Millet, 1814-1875)가 그린, 바르비종 농촌의 풍경 한 폭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실제는 기원전 9세기경 북왕국 이스라엘 엘리사가 선지자로 부르심을 받던 때의 다큐멘터리입니다.

엘리야가 겉옷을 엘리사에게 던지는 행동은 일을 대신하라는 상징적인 행위입니다. 엘리사는 모든 것을 접어 두고 자신을 부르시는 소명감을 생각해야 했습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은 어느 누구의 권유나 추천에 의한 것이 아닙니다. 오직 하나님이 단독으로 결정하시고 부르시는 일방적인 사건입니다. 이처럼 일방적인 부르심을 가리켜 ‘소명’이라 하고, 그 부르심에 대한 깨달음을 ‘소명감’이라 합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사실이 바로 ‘소명의식’, 소명감을 갖는 일입니다. 그 소명감이 나의 삶에 에너지를 주고 확신을 불어넣어 주기 때문입니다.

2. 부르시는 소명감에는 반드시 결단이 필요하다

“저가 소를 엘리사에게로 달려가서 이르되 청컨대 나를 내 부모와 입 맞추게 하소서 그리한 후에 내가 당신을 따르겠나이다. 엘리야가 저에게 이르되 돌아가라 내가 네게 어떻게 행하였느냐 하니라(20절)”.

엘리사가 엘리야의 부름에 효도를 빙자하여 주의 일에 선뜻 순종치 않는 모습입니다. 하나님이 부르실 때 즉각적으로 응답해야 하는데, 엘리사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이는 마치 제자로 부름을 받던 어떤 사람이 “주여 나로 먼저 가서 내 부친을 장사하게 허락하옵소서” 하는 말과 너무나 닮았습니다. 이때 주님께서는 “죽은 자들로 저희 죽은 자를 장사하게 하고 너는 나를 좇으라”고 하시면서 단호하게 잘랐습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부르실 때는 효도를 빙자하거나 인정을 핑계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에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결단하는 사람이 일을 성공적으로 감당할 수 있습니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은 신앙을 위해 본토 아비 집을 떠나는 결단을 했습니다. 인정의 탯줄을 끊는 결단을 과감하게 했습니다. 실제로 신앙 영웅들의 승리 비결은 모두 이 결단의 용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바로의 궁을 나온 모세의 결단, 죽음을 무릅쓰고 아하스에로왕 앞에 나아간 에스더의 결단,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배와 그물을 버리고 따라나섰던 베드로의 결단, 주님이 부르실 때 뽕나무에서 내려와 주님 앞에 서원한 삭개오의 결단, 그리고 자기의 집을 내어놓아 교회를 삼은 자주장사 루디아의 결단 등은 모두 아름다웠습니다.

정말 모두가 귀하고 장합니다. 이는 우리가 부르심에 결단하는 용기를 보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3. 부르심의 소명감에 우선성을 두어야 한다

“엘리사가 그를 떠나 돌아가서 한 겨릿소를 가져다가 잡고 소의 기구를 불살라 그 고기를 삶아 백성에게 주어 먹게 하고 일어나 엘리아를 따르며 수종들었더라(21절)”.

드디어 엘리사가 드디어 하나님의 부름에 응답하는 모습입니다. 부자이던 그가 모든 것을 뒤로 하고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도 엘리사는 그 부르심, 즉 소명을 가장 우선에 두어야 했습니다.

소명감이란 한 순간에 다 알 수 없고, 하나님의 일을 수행하면서 점차로 깨달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너희가 지금은 모르지만 이후에는 알리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이제 엘리사는 하나님의 일을 하라고 하시는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서 비로소 몸으로 그 부르심의 신비함을 터득해 가는 것입니다.

그때 엘리사는 “하필 농부인 나를 택하셨는가?”에 대하여 깨닫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깨달을 때마다 묵은 땅, 풀 한 포기 심을 수 없는 폐원된 심령, 휘훔한 모래언덕 같은 마음을 갈아엎으라는 사명도 분명해졌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밭갈이 전문가’ 농부 출신인 자신을 부르시고, “나를 따라오라, 이제 너는 묵어 딱딱해진 사람의 마음밭을 갈아엎는 영적인 농부가 되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마음으로 들었을 것입니다.

김충렬
▲김충렬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4. 정리

가는 인생의 길에 우리는 하나님이 나를 부르신 그 소명감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하여 남이 모르는 놀라운 하나님의 복을 체험하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기도하십시다!

“엘리사를 부르셔서 묵어 딱딱한 심령을 갈아엎으라고 명령하시는 주님, 오늘 저희를 불러 여기에 있게 하신 놀라운 섭리를 깨닫게 하옵소서! 치유의 사역을 감당하게 하시는 깊은 뜻을 깨닫게 하옵소서, 오늘 주님의 부르심에 순종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복을 내리시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김충렬 박사(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전 한일장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