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숨을 선물받는 김온유 청년의 고백
“나는 분명 이 세상에서 가장 복 있는 사람”
“지금 제 숨, 함께한 친구들 시간이자 사랑”

김온유 숨 쉬지 못해도 괜찮아
▲“나는 그제야 ‘믿음’이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믿음이란, 나를 향한 그분의 사랑이 영원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에 마땅히 사랑하고 신뢰할 수밖에 없는 예수님과의 인격적인 동행이자 사랑의 시작이었다(60쪽).”

“지친 내가 손을 놓아버리면 매번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 내게 먼저 손을 내민다. 그리고 결국 넘치도록 채워지는 그 손길 속에서 나는 언제나 하나님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그분이 주시던 놀라운 사랑과 기적이 늘 한결같았음을 기억해냈다.

‘맞아, 여태 힘들지 않았던 날이 없지만, 내 곁에 아무도 없어서 숨을 쉬지 못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 그런 한결같은 기적을 선물로 받고 있는 나는 분명 이 세상에서 가장 복 있는 사람이다.”

단순 감기였지만, 잇따른 의료사고로 16세부터 병원 생활을 해야 했다. 수술을 받을수록 상태는 나빠졌다. 1년 넘게 중환자실에 머물러야 했다. ‘시한부 환자’ 소리를 들으며, 죽을 고비도 수없이 넘겼다.

21세에는 스스로 호흡할 수도 없게 됐다. 입에 꽂아놓은 두꺼운 호스로도 안 돼서, 목에 뚫은 작은 구멍으로 수동 인공호흡기 ‘앰부(ambu)’를 설치했다. 누군가 24시간 끊임없이 손으로 앰부에 ‘펌프질’을 하면서 바람을 불어넣어야 숨을 쉴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의 고통에 몸서리치던 중환자실에서, 온유는 하나님을 깊이 만난다. 그래서 평생 흉터가 남을 숨 구멍을 낸 수술 이후에도 ‘감사’할 수 있었다. 음식을 삼킬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1년만에 중환자실에서 나온 ‘기적’에 대해서도, “눈에 보이지도 않고 느껴지지도 않아서, 그저 무력해 보였던 사랑 덕분”이라고 고백한다.

온유는 홀로 숨 쉴 수 없다. 그래서 ‘앰부 봉사자들’이 매일 24시간 4교대로 온유와 함께 숨 쉬고 있다. 그동안 온유와 함께 호흡한 사람들은 1만 5천여명이나 된다. 이 봉사는 ‘릴레이 온유’라는 이름의 캠페인으로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책 <숨 쉬지 못해도 괜찮아>에는 매 순간 호흡을 선물받고 있는 김온유 청년이 고통 속에 몸부림치던 이야기부터 하나님을 만나고 여러 번 ‘기적’을 경험한 이야기, 11년간 낯선 이들과 함께 숨 쉬는 이야기, 호흡처럼 가까운 친구들이 말하는 온유 이야기가 들어 있다. 온유의 솔직하고 당찬 고백을 읽다 보면, 그 믿음과 사랑이 호흡을 타고 전해져 오는 것만 같다. 그 온유가 전하는 오늘의 이야기.

-책에도 쓰셨지만, 고난 가운데 있다 보면 하나님이 함께하지 않으신 것 같은, 또는 하나님이 아예 안 계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을텐데, 어떤 심정이 드셨고 어떻게 정리하셨는지요.

“저는 맨 처음 극심한 고난을 당했을 때, 하나님이 안 계시거나 제가 하나님의 자녀가 아니라고 확신했었어요. 그래서 말 그대로 삶이 견딜 수 없이 비참하고 지옥 같았구요.

그 시절에 대한 이야기는 1부에 나오는데, 저랑 친한 친구들은 읽을 때 너무 힘들어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조금만 더 읽으면 간증 시작이니까 괜찮아질거라고 조금만 더 힘내라고 격려했어요(ㅋㅋ).

하지만 저는 어릴 적부터 하나님을 믿어왔기 때문에, 하나님이 안 계신다는 쪽보다는 제가 자녀가 아닌 쪽으로 더 기울었어요.

그래서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려고, 성경을 파헤치듯 읽으며 하나님의 응답을 기다렸고, 결국 예수님을 믿게 된 후 응답을 받았어요!”

김온유 숨 쉬지 못해도 괜찮아
▲“그것은 죽음이 가져다주는 두려움까지도 극복할 수 있는 진정한 자유여서, 이제는 언제 죽음이 찾아온다고 해도 두렵지가 않고, 또 보이지 않는 앞날을 향해 계속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해도 겁나지 않는다. 그때부터 다시 소망이라는 것을 가질 수 있었다. 나의 어떠함과 관계없이 내가 하나님의 영원한 사랑을 받는 자녀라는 사실이 믿어지자, 그 가혹한 중환자실도 더 이상 살아남지 못할 곳은 아니었다(61쪽).”

-내가 힘든 건 어떻게 견딜 수 있더라도, 나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힘들 거라 생각하면 ‘멘붕’에 빠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문제나 고민이 있을 때, 곧장 해결책을 생각해서 결론을 정리하고 되도록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 편이에요.

특히 제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빨리 내려놓고, 괜한 마음고생을 하지 않으려고 해요. 안 그래도 상황이 힘겨운데, 나까지 스스로를 괴롭히면 견딜 수 없을테니까요.

물론 정리를 해도 계속 생각날 수 있지만, 그때에도 빨리 생각 정리를 하고, 다시 하나님께 맡기고 다른 일에 몰두하거나 해서 절대로 오랫동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인해 고통받지 않으려 해요.

음, 너무 오랫동안 아프고 힘든 상황에 있다 보니, 병원에 오고 나서 생긴 능력(?)일 수도 있지요. 어쩔 수 없는 부분을 인정하고 내려놓기를 잘하는 편인 것 같아요.

계속 이렇게 지내다 보니, 이제는 안 좋은 생각은 일부러 애써서 생각해야만 떠오르고, 가만히 있으면 좋았던 기억이나 생각만 많이 떠오르는 편이에요. 아마도 고통회피형 인간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더구나 가장 힘든 시기가 ‘사춘기’였는데, 돌아보면 질풍노도의 시기를 어떻게 통과할 수 있으셨나요.

“제가 통과했다기보다는, 그냥 시간이 흘러서 지나간게 아닐까요. 책에는 짧게 묘사되어 있지만, 당시 정말 많이 힘들어서, 혼자서 병실에 있으면 하루에도 4-5번 정도는 기도실로 달려가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어요. 아마도 ‘앰부 봉사’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계속 그렇게 지냈어요.

책에 수록된 엄마의 편지에서 한참 사춘기였던 시절의 제가 ‘나는 사람의 기준이 아닌 하나님 앞에 기준을 맞추고 살거야’라고 고백하는데, 그렇게 고백을 하게 된 것은 사실 제가 이미 다른 건강한 친구들의 삶과 자신의 모습을 비교해 보면서 부러움으로 인해 마음이 찢어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거든요.

그때는 한창 SNS가 시작되던 시절이었고, 저 또한 워낙 남의 시선에 민감했던 사춘기 아이였기 때문에, 스스로를 친구들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내 힘으로는 조금도 바꿀 수 없었던 현실을 견딜 수 없어서, 너무 많이 힘들어 매일 하나님 앞에 나갔는데, 그때마다 하나님께 위로를 받았고 겨우 괜찮아졌어요.

그리고 나서는 더 이상 나를 힘들게 하는 기준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결심한 거죠. 저의 사춘기는 매일 그런 결심과 낙심과 기도의 반복이었어요.”

-부모라면 누구나 자신의 자녀들을 작가님처럼 높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으로 양육하고 싶을 것 같습니다. 비결이나 꿀팁이 있을까요.

“친구들을 만나다 보면, 제가 보기에는 굉장히 모든 면에서 멋지고 훌륭한데도 매사에 자신이 없고 자존감이 낮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저는 사실 어릴 적부터 늘 기고만장했던 꼬마였어서, 어쩌면 타고난 기질일 수도 있지만, 저의 자존감은 확실히 저 자신에게서 나오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친구들에게도 종종 해주는 이야기인데,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잘 하고 싶었던 무언가에 대해 잘못했을 때, 잘하지 못한 자신에게 실망하고 탓하며 낙심을 하잖아요.

김온유 숨 쉬지 못해도 괜찮아
▲“응답을 받자마자 나는 그 즉시 예수님을 내 사랑의 주님으로 모셔 들였다. 그제야 삶과 죽음을 모두 두려워하던 어두운 시절이 끝났다. 그때부터는 아프고, 무력하고, 답답할 때마다 그냥 하나님 앞에서 마음 놓고 울 수 있었다 그렇게 할 때마다 하나님은 두려워하는 내 마음 속에 평안과 자유를 창조해내셨다(61쪽).”

하지만 보통 저는 제가 잘못했을 때 실망하지 않아요. 애초에 저 자신에게 그리 기대를 하지 않았거든요. 제가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기에, 뭔가를 잘못해도 크게 실망스럽지 않아요.

그냥 ‘역시 나는 이렇구나! 하지만 이제라도 나의 잘못과 부족함을 인지하게 됐으니 앞으론 더 잘해야지’ 라고 생각하며 하나님께 도움을 구해요. 그리고 하나님께서 나를 도와주실테니, 분명 내일은 조금이라도 더 잘할 수 있을거라고 기대해요.

설사 똑같은 일이 또 반복된다 해도, 그냥 그만큼이나 모자란 자기 자신을 다시 인정하고 다시 한 번 더 기도하고 기대해요.

모두들 자기 자신에 대한 기대가 많은 것 같아요. 오히려 자기 자신에 대해 기대하기보다, 나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과 함께 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공동 책임이니까 덜 무겁잖아요.

보통 사랑받기 위해, 인정받기 위해 완벽해지려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미 나보다 나를 잘 아시는 분께서 나를 사랑하시니까, 자신의 부족함이 두렵지 않은 게 아닐까요. 나와 함께 계시는 하나님을 믿으니까, 나의 가능성을 의심하지도 않고요.

책을 쓸 때도 처음 해보는 일이라 많이 어렵고 두려웠지만,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저는 매일 저의 부족함을 마주하지만, 그와 동시에 제게는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에 진심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멘. 본인의 삶 자체가 어떤 의미에서 하나님의 기적 또는 신이 존재한다는 증거라고 볼 수도 있을 거라는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제 생명과 삶은 온전히 하나님이 이루신 기적이기 때문에, 제 삶에 대해 알게 된다면 분명 하나님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책에도 쓰셨지만, ‘평범하지 않은 삶’만의 매력 또는 부담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삶은…, 힘들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한데, 모든 것이 적당히 되지 않고 극단적이에요.

어릴 때는 늘 평범하지 않은 삶을 꿈꿨는데, 이제는 평범한 일상을 꿈꾸는거 같아요. 그런데 사람은 누구나 평범하지 않은데…, 평범한 삶이라는게 존재하기는 할까요?”

김온유 숨 쉬지 못해도 괜찮아
▲“때때로 누군가 나에게 행복하냐고 물으면 언제나 진심으로 행복하다고 말한다. 인생에서 가장 힘겨웠던 순간들은 언제나 가장 감격스러운 추억이 되었고, 앞으로도 인생의 모든 순간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질 것인데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260쪽)!”

-‘가장 축복받은 사람’이라는 고백을 매우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지금의 삶이 ‘가장 잔인한 기도 응답’을 받은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ㅋㅋ) 잔인한 기도응답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위의 질문처럼 힘들 때도 극단적으로 힘들지만, 기쁘고 감사할 때도 극단적으로 좋으니까…, 거의 ‘내가 지금 천국에 있나’ 싶을 만큼요.

저는 병원에 온 이후로는 늘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아왔어요. 그래서 제게 글을 쓰게 하신 하나님 앞에서 제 이야기를 최선을 다해 적어보겠다고 기도드렸을 때도, 저 자신이 이 일을 통해 하나님의 일하심을 보게 될 거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그냥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겠다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출간까지 보게 하시고, 보람과 감사를 느끼게 하시니, 지금도 너무 극단적으로 기쁘거든요. 또 물론 살아가는게 힘들지만, 이런 삶을 살아가는 사명을 주신 하나님을 사랑하니까 괜찮은 게 아닐까요.”

-많은 시선들을 받아보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실텐데, 사람들이 작가님을 어떤 눈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습니까.

“글쎄요 ㅋㅋ 딱히 바라는 것은 없었는데…, 사랑의 눈?”

-개인적으로 기도는 너무 신비의 영역인 것 같습니다. 해도 해도 잘 안 됩니다. 기도의 비결을 좀 알려주세요.

“저도 항상 기도를 제일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제 코가 석자’라는 핑계로 중보기도도 잘 못하고, 엄청 기도 시간을 정해두고 많이 기도하고 그러지도 않아요.

평소 기도를 하고도 정작 잊어버리고 지낼 때가 많고, 그래서 자주 응답을 받고도 그게 응답인지 모른 채 넘어가기도 해요.

하지만 아주 작은 마음의 변화라도 하나님의 응답임을 알아챌 때도 있어요. 사실 저는 기도를 자주 드리지는 않지만 일상 속에서 늘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기대하는데, 확실히 기도를 하면 조금 더 확실하게 알아챌 수 있는 것 같아요.

김온유 숨 쉬지 못해도 괜찮아
▲작가가 된 김온유 청년이 독자들을 위해 남긴 글. 책에는 온유의 더 자세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
특히 최근 책을 통해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응답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요즘에는 갑작스레 누군가에게서 책을 선물받으면, ‘하나님이 이번에는 무슨 말씀을 주시려는 걸까?’ 하는 기대가 생겨요.

기도는 하나님과의 대화인데, 시공간을 넘어 하나님께 자주 답변을 받는 것보다 더 좋은 비결이 있을까요?

기도를 드린 뒤에 믿음으로 모든 일상 속에서 하나님의 대답을 기대하며 기다린다면, 하나님의 응답을 덜 놓칠 수 있지 않을까요?”

-‘숨’이란 사람들에게 가장 필수적이지만, 사람들이 가장 신경 안 쓰고 사는 영역입니다. 작가님에게 ‘숨’이란 무엇인가요.

“저는 그동안 ‘호흡 곤란의 고통’을 너무 많이 느껴봐서, 또 ‘앰부’를 한다 해도 호흡이 잘 맞지 않으면 늘 숨이 차고 괴롭기 때문에, 언제나 숨이 고파요….

제게 숨이란 한 번 한 번 편안하게 쉬어지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예요.

특히 지금 저의 숨은 함께 호흡해 주는 친구들의 마음이고 시간이고 사랑이기도 해요.”

-‘호흡을 맞춘다’는 것에 대해 많이 묵상하셨을 것 같습니다.

“묵상보다는, 많이 경험해봤어요. 책에도 나오는데, 누군가와 호흡을 맞추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함께 호흡을 맞추고 나면 대체로 쉽게 가까워진답니다.”

김온유 숨 쉬지 못해도 괜찮아
▲숨 쉬지 못해도 괜찮아, 김온유, 생명의말씀사, 264쪽, 15,000원.
-위로한답시고 들었던 말들 중 가장 짜증났던 말 3가지, 그리고 반대로 가장 힘이 됐던 말 3가지는.

“실은 누가 저를 위로하기 위해 무슨 말을 했었는지, 기억이 잘 안나요. 저는 현실적인 상황의 개선이 필요했지, 위로의 말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였으니까요. 위로의 말은 별로 귀담아 듣지 않았던 거 같아요.

반면 힘이 되는 말은 너무나 많아서, 3가지로 추릴 수가 없어요(웃음). 가족과 친구들이 해주는 사랑의 말들도 항상 힘이 되고, 최근에는 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들었던 많은 격려들도 힘이 됐어요.

위로하려고 하는 말보다도 그냥 진심어린 애정이 느껴지는 말들은 대부분 힘이 되는 거 같아요.

-아주 먼 훗날, 하나님을 직접 만나면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달려가서 폭 안기고, 뽀뽀부터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그냥 엄청 울 것 같아요. 너무 기쁘고 감사해서.”

온유의 일상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5Z0DkCMJ0y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