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거짓말

21일 cgv에서는 학교폭력을 다룬 영화 우아한 거짓말을 방영한다. 영화 우아한 거짓말은 완득이의 작가로 유명한 김려령의 2009년 장편 소설을 영화화 한 것이다. 한 아이가 갑자기 엄마에게 mp3 플레이어를 사달라고 한 날 자살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등장인물의 회상과 아이의 독백으로 과거의 일이 밝혀지며 자살 후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학교 왕따 문제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학교에서 흔히 일어나는 왕따 문제를 조명하면서 고통을 겪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이를 막지 못했던 주변의 지인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왕따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의미있는 영화라 볼 수 있다.

학교폭력으로 인한 청소년의 자살을 다룬 영화들은 많다. 대부분의 영화는 그로 인한 처절한 응징과 인물들 간의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다루었다. '우아한 거짓말'은 학교폭력으로 인한 자살을 모티브로 삼지만, 그와 같은 전개를 따르지 않는다. 이 영화가 다루는 폭력은 흔히 뉴스에 등장하는 집단폭행과는 결이 다르다. 육체적인 폭력보다 훨씬 섬세하고 정서적인 폭력인데, 영화는 무자비한 육체적 폭력만 아니면 심각한 폭력으로 느끼지 않는 안이한 문제의식에 경종을 울린다.

일상적이고 정서적인 괴롭힘의 심각성을 보여주면서, 학교폭력의 문제를 훨씬 폭넓게 이해하려는 입장을 보여준다. 또한 폭력을 바라보는 시선에 있어서도 피해자와 가해자를 이분하여, 선악으로 나누어 보는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영화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사이에 존재하는 광범위한 무관심과 방관의 영역을 폭넓게 사고한다. 영화는 천지의 죽음이후, 천지를 둘러싼 가족과 친구들이 원망과 증오의 칼날을 서로에게 겨누기보다, 자신의 무심함을 반성하고 다른 이에 대한 보살핌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해자인 화연에게 따지던 미라는 결국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방관해 왔음을 만지에게 털어놓는다. 미라를 추궁하던 만지는 미라를 챙기는 언니 미란의 모습을 통해 자신이 미란처럼 좋은 언니가 아니었음을 깨닫고 가슴 아파한다. 그는 자신이 미처 돌보지 못해 허망하게 보낸 천지 대신 가해자인 화연을 돌보겠다고 결심한다. 즉 피해자의 유족인 만지가 가해자인 화연이나 방관자인 미라에게 복수를 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의 허물을 먼저 깨닫고 그들을 용서하며 심지어 가해자를 돌보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는 굉장한 사고의 역전이다. 천지의 엄마 역시 사과하려는 화연의 엄마에게 사과나 용서가 불가능함을 말한다. 그러나 거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것 같은 동료의 조카에게 먼저 말을 걸고, 미라 자매에게 따뜻한 밥을 차려 먹인다. 원한으로 인해 자아가 함몰되는 것이 아니라, 이웃을 향해 열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