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지 못해도 괜찮아
숨 쉬지 못해도 괜찮아

김온유 | 생명의말씀사 | 264쪽 | 15,000원

김온유의 책을 받았을 때 말로 형언하기 힘든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 왔다.

책 표지에 적힌 그 말, ‘나는 날마다 숨을 선물 받습니다’라는 문장은 쉽께 쓸 수 있는 글이 아니다.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쏟아, 또박또박 써내려간 생명의 흔적이다.

살아 있기에 아프고, 아프기 때문에 살아있다는 말조차 사치스러운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루는 누군가에겐 어제와 다름없는 ‘하루’이고, 누군가에겐 ‘기적’이다.

흘러가는 시간을 아쉬워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시간 죽이기’ 놀이를 하며 극도의 쾌락을 즐기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김온유는 의료사고로 자가 호흡 능력을 잃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루하루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삶을 16년째 이어오고 있다.

책만으로 부족해 유튜브를 검색해 들어가니, 김온유의 영상을 담은 브이로그가 공개되어 있었다. 정지된 사진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동영상은 더욱 실감나게 하루하루를 담아내고 있다.

나의 눈에 들어온 묵직한 한 장면은 누군가 끊임없이 앰부를 눌러 주어야 하는 것이었다. 단 1초도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것은 숨이고 호흡이고 생명이다.

인간은 태어난 후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숨쉬기를 멈출 수 없다. 하나님은 사람을 흙으로 빚으시고 코에 호흡을 불어 넣으셨다. 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호흡이 필요했다.

숨은 저절로 쉬어지는 줄 알았다. 단 한 번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숨을 쉬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그런데 김온유의 일상을 접하면서 갑자기 이토록 평범한 ‘숨’이 기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16년 동안을 그렇게 살아왔다.

저자는 ‘괜찮다’고 말하지만 필자가 보기엔 괜찮지 않았다. 누군가 앰부를 움직여 주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숨 한 숨이 기적이다. 그래서 저자는 ‘앰부 천사들(14쪽)’이라고 부른다.

천사들이 이어지고, 또 이어지는 고단한 하루의 삶은 그렇게 기적이란 이름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중학생이 되던 겨울, 감기에 걸려 도라지가 들어간 차를 마시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하루 이틀이면 나을 감기가 떨어지지 않았고, 집 근처의 병원에 가게 된다.

의사는 약간 심각한 어투로, 대학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라고 말한다. 폐에 물이 차서 모두 빼냈지만, 차도가 없었다. 결핵을 의심해 9개월 동안 약을 먹었지만, 역시 차도가 없었다. 다른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도 결과는 동일했다.

결국 혹시나 싶어 혹을 떼기 위해 수술을 했지만, 혹은 보이지 않았다. 수술한 김에 흉막 유착술을 시행한다. 그러나 수술 후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의료진의 잘못된 판단이 꽃다운 나이의 여중생은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대체… 여기가 어디지?”

수도 없이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고, 사는 것이 죽은 것보다 못한 삶의 연속이었다. 아무리 하나님께 기도해도 아무런 응답도 음성도 들리지 않았다. 다시 읽기 시작한 성경.

“하나님이 침묵으로 일관하시더라도 그분과 나 사이에는 성경이라는 유일한 통로가 남아 있었다. 가만히 있기에는 너무도 절박했던 터라 그렇게까지 응답해주시지 않는다면 성경을 처음부터 샅샅이 뒤져서라도 하나님의 뜻을 찾아내고야 말겠다고 결심했다. 그때부터 성경을 한 구절, 한 구절 읽을 때마다 멈춰 서서 하나님께 묻고 또 물었다(46쪽).”

김온유 숨 쉬지 못해도 괜찮아
▲김온유 작가. 옆에서 앰부로 숨을 넣어주는 모습. ⓒ생명의말씀사 제공
고난은 삶에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고난 속에서 ‘왜?’라고 물었다. ‘왜 하나님은 나에게만 응답하지 않으시는 걸까?’

그렇게 시작된 성경을 통한 ‘하나님 찾기’는 신약에서 예수님을 만났고, 성경의 약속들을 믿기에 이른다. 모태신앙이었지만 아직 인격적으로 주님을 만난 적이 없었던 저자는, 고난 속에서 주님의 대속과 사랑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하나님의 사랑을 확인하자, ‘그 가혹한 중환자실도 더 이상 살아남지 못할 곳은 아니었다(61쪽).’ 앰부가 아니면 몇 분도 버티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지만, 하나님은 천사들을 붙여주셨다. 온유가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멈추지 않고 앰부를 통해 산소를 넣어 주어야 했다.

“이렇게 기적은 입에서 입으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져 릴레이가 되었다. 이런 기적 속에서 살아가는 나는 매일 특별하고 새로운 하루를 맞이한다(140쪽).”

그렇다! 삶은 기적이고, ‘숨’은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얻는 선물이다. 어찌 그 선물이 자가호흡이 불가능한 저자에게만 있겠는가. 우리의 삶도 가만히 생각하면 온통 선물 아닌 것이 없다.

봉사자들을 말한다. 이것이 선물이 아니라, ‘사랑하는 친구를 만나러 온 것(148쪽)’이라고. 누군가의 희생을 먹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아는 이들은, 자신의 존재에 심각한 의심을 떨쳐내지 못한다.

‘나는 과연 살만한 가치가 있는가?’ ‘나는 사람들의 희생을 통해 살아야할 이유가 있는가?’를 묻는다. 그런데 어느 누가, 타인의 희생 없이 살아간단 말인가.

후반부에 이어지는 ‘앰부 천사들의 이야기’는 온유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 시켜 준다. 필자는 초반에 온유의 아픔에 몰입하여, 한동안 책을 읽어 가지 못했다. 그러나 후반부에서 온유를 바라보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온유는 섬기러 온 이들을 ‘천사’라고 부르지만, 봉사자들은 온유를 보며 ‘천사’라고 말한다. 천사의 눈에는 천사만 보이는 걸까. 그렇게 믿고 싶다.

병원에 트라우마를 가진 청년도 온유를 통해 회복된다. 자신의 고통 때문에 힘들어 하는 친구도 온유를 보고 감사를 배운다. 슬픔에 젖어 살아가는 이들도 온유를 통해 기쁨을 발견한다.

온유는 아직 병원에 있다. 하지만 확실히 감사와 기쁨을 상실한 이 시대 속에서, 온유는 천사다! 온유의 기도제목은 뭘까? 하루라도 빨리 회복되어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아니다. 회복되고 싶은 마음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지금 여기의 삶을 사랑하고 감사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러니 나에게는 아픔 뒤에 오는 회복과 두려움 뒤에 오는 소망, 기다림 끝에 오는 성장이 유달리 더 감격스럽다. 매 순간 결코 당연하지 않은 호흡을 이어주는 이들의 사랑이 고맙고, 이렇게 살아서 은혜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그렇기 때문에 때때로 누군가 나에게 행복하냐고 물으면 언제나 진심으로 행복하다고 말한다(260쪽)”.

아픔 없는 삶은 없다지만, 아픔은 언제나 삶을 힘들게 한다. 그런데 저자를 만난 사람들은 더 웃고, 더 행복해 한다. 아프게 시작된 독서는 나의 신앙과 삶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주었고, 결국 감사로 책을 덮게 만들었다.

우린 감사의 이유와 목적을 찾지만, 존재 자체가 감사인 것이 분명하다. 죽음 앞에서 믿음으로 생명을 뿜어내는 저자의 생기발랄함은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우울한 이들에게 분명 행복을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늘도 누군가의 도움 없이 숨을 쉬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진심으로, 또 진심으로.

정현욱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서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