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은 목사
▲이영은 목사
나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하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예수님은 용서를 몇 번으로 제한을 두는 게 아니라 끝까지 하라고 하십니다(마 18:22). 게다가 예수님의 용서는 원수를 사랑하는 것까지 가십니다.  

과연 이게 가능할까요? 상담이나 내적 치유에서 용서는 나를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용서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일까요?

율법은 계산이 정확합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받은 대로 다 갚아주어야 합니다. 천국은 그 계산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져야 합니다(마 18:23).

주인에게 일만 달란트의 빚을 진 종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평생 갚을 수 없는 액수의 빚입니다. 처와 자식과 모든 소유를 다 팔아도 갚을 수 없습니다. 계산이 끝나려면 죽는 길 밖에는 없습니다.

"저를 참아 주소서..." 주인은 애원하는 종을 불쌍히 여겨서 그 어마어마한 빚을 다 탕감해 주었습니다. 무슨 조건으로 탕감한 게 아니라 그냥 긍휼한 마음으로 탕감해 준 것입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자신에게 일어났는데 그 종은 자신이 갚을 수 없는 빚을 탕감 받은 것에 대한 큰 감격이 없었나 봅니다. 나가자마자 자기에게 백 데나리온의 빚을 진 동료를 만나서 빚을 갚으라며 붙들고 멱살을 잡더니 결국 감옥에 까지 쳐 넣고 말았습니다.

이런 행위는 탕감 받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주인의 탕감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이 사건을 전해들은 주인은 어떤 마음일까요? 평생 갚을 수 없는 빚을 탕감해 주었더니...

주인이 노하여 다시 그 종을 불러와서 "내가 너를 불쌍히 여김과 같이 너도 그렇게 하는 게 맞지 않느냐"(마 18: 32~33)고 하십니다. 그리고 모든 빚을 갚을 때 까지 옥에 가두었습니다.

이것이 맞는 계산법입니다(마 18:35). 맞습니다. 내가 정말로 용서받은 것을 알고 그 은혜에 감사한다면 나도 용서해야 계산이 맞지요. 그러니 용서는 자기가 정말로 용서받은 것을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용서는 먼저 자기가 죄인인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자기가 용서받은 것을 압니다.  죄가 없으면 용서받을 것도 없겠지요. 그래서 진정한 용서는 구원받은 그리스도인들만 할 수 있습니다. 

평생 갚지 못할 은혜를 입고 죄를 용서받은 것을 알아야 나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선한 행위를 넘어선 구원의 행위입니다. 그는 구원받은 그리스도인입니다.

용서는 내 죄를 회개해야 할 수 있습니다. 내 죄를 회개하고 용서받지 못하면 그 값을 내가 치러야 합니다. 그것은 평생 갚지 못할 값입니다.

그런데 결산이 끝나지 않은 채로는 천국에 못 들어갑니다(마 18:34). 천국에 들어가려면 내 죄를 회개하고 용서받고 결산이 끝나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의 용서는 선택이 아니라 구원을 증명하는 필수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용서는 율법을 지키는 종교적인 행위가 아닙니다. 용서하기 위해 몸부림치면서 씨름할 때 내 죄가 보여지고 죄를 회개할 때 은혜로 계산이 끝납니다. 그 후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감정이 용서입니다. 구원은 호락호락한 게 아닙니다. 정확한 계산입니다.

"무엇이든지 너희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마 18:18)

이영은 목사(서울 마라나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