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학포럼 18차 세미나
▲대표 이경섭 목사가 인사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하나님은 정말 귀하고 가치로운 것들은 모두 값없이 은사(恩賜)로 갖게 하셨다. 실제로 우리 주위를 둘러보더라도, 대개 상대적 가치를 가진 것들은 댓가를 지불하여 획득하고, 그것 없인 생존이 불가한 절대가치를 지닌 것들은 값없이 취한다.

예컨대 작은 벽돌집 한 칸 갖는데는 수억, 수십억을 지불하지만, 한시도 그것들 없인 생존이 불가한 공기, 물, 햇빛 같은 것들은 다 공짜로 취한다.

도무지 값을 매길 수 없는 ‘영생(永生)’도, 하나님은 은사로 주셨다. 너무 귀해 도무지 값을 매길 수 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을 하여야 영생을 얻으리이까?’라고 질문 한 부자에게 ‘이것저것을 행해야 한다(마 19:17-21)’고 예수님이 응대하신 것은, 의행(義行)을 영생의 조건으로 내건 부자의 말에 동의해 준 것이 아닌 다른 의도에서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영생(永生)’은 얼마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가? 대부분의 종교에는 영생 교리가 있으며 엄격한 계율 준수를 조건으로 영생을 내건다. 영생의 의미를 참으로 아는 우리 입장에서 보면, ‘영생이 얼마나 별 볼일 없는 것이기에 인간의 공로 따위로 획득할 수 있단 말인가?’라는 헛헛한 생각이 들 뿐이다.

성경이 말하는 ‘영생(永生)’은 ‘영원한 것’으로만 구입 가능한 ‘영원치(永遠値, eternity worth)’이다. 그리고 그 ‘영원치’는 영생이신 ‘성자의 구속(救贖, 피값)’이다. 이 외의 어떤 것으로도 ‘영생’은 구입불가하다.

피조물의 유한된 어떤 것으로 ‘영생’을 획득하려고 하는 것은, ‘등가 교환(exchange of equivalents, 等價交換)’ 법칙에 어긋난다.

죄인의 탁월한 의(義)나, 심지어 무죄했던 아담의 선악과 언약 준수로도 그것을 살 수 없다. 혹자는 아담이 언약을 지켰다면 영생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하나, 아담의 언약 준수로 보장받을 수 있었던 것은 죽음이 유예된 한정된 생명일 뿐이었다. ‘영원성’을 담보하는 ‘영생’은 오직 영원하신 그리스도의 피(히 13:20)로서만 획득된다.

그리스도의 피값으로만 획득되는 ‘영생’의 은사성(恩賜性)은 두 가지 속성을 갖는다. 하나는 ‘하나님 주권성’이다. 값없이 주어지는 것은 전적으로 그것을 시여하는 이의 주권과 의지에 의존된다는 것이 일반의 상식이다.

성경의 가르침 역시 다르지 않다.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 … 모든 일을 ‘그 마음의 원대로 역사하시는 자의 뜻을 따라 우리가 예정을 입어’ 그 안에서 기업이 되었으니(엡 1:5, 11).”

또 하나, 영생이 ‘복음 전도’와 ‘믿음’을 통해 시여된다는 점에서 그것의 은사성(恩賜性)이 더욱 확고해진다. 사람들은 ‘왜 꼭 믿어야만 영생을 얻는가’라는 질문들을 하는데, 이는 그것이 아무 대가 없이 주어지는 은사이기 때문이다.

영생(永生)이 ‘하나님의 주권’과 ‘전도와 믿음'에 의존됐음을 보여주는 구절들이다. “이방인들이 ‘듣고’ 기뻐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찬송하며 ‘영생을 주시기로 작정된 자'는 다 ‘믿더라’(행 13:48).”

‘영생 주시기로 작정됨’은 영생이 하나님의 주권적 작정에 의한 것임을, ‘듣고... 믿더라’는 영생은 값없이 ‘복음전도와 신앙’으로 된다는 것을 말했다.

“이 ‘영생’은 거짓이 없으신 하나님이 영원한 때 전부터 ‘약속’하신 것인데 자기 때에 자기의 말씀을 ‘전도’로 나타내셨으니(딛 1:2- 3).” 영생은 영원 전부터 ‘작정’된 것이고, 값없이 ‘전도’를 통해 주어진다는 뜻이다.

◈죄의 구속으로 얻는 영생

영생(永生)이 은사(恩賜)인 또 다른 이유는 그것이 ‘죄의 구속(救贖)’을 통해 주어지기 때문이다. 각고(刻苦)의 의행(義行)이나 공로를 통해 영생을 얻는다고 해도 모자랄 판이데 죄의 구속을 입어 얻는다고 하니 감읍할 따름이고 유구무언이다.

대부분의 종교들은 구원, 영생을 얻으려면 치열한 희생과 공로를 바쳐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단으로 알려진 안식교, 여호와의 증인, 몰몬교도들은 그들의 ‘구원의 수(數)’인 ‘십사만 사천’반열에 들려고 엄격한 율법준수와 전도에 매진한다.

그러나 성경은 ‘구속(救贖)으로 영생을 얻는다’고 말한다. ‘영생은 구속의 열매’라는 뜻이다. 더 풀어서 말하면 ‘의인이 아닌 죄인이 영생을 얻는다’는 뜻이다. 다음은 그것의 예시적인 구절들이다.

“믿는 자는 영생을 가졌나니 내가 곧 생명의 떡이로라…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영생을 가졌고 내 살은 참된 양식이요 내 피는 참된 음료로다(요 6:47-48; 54-55).”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을 입은 자 곧, 그를 믿는 자에게 영생이 주어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영생이 구속으로 말미암는다는 말에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이는 구속(救贖)을 통해 영생을 시여 받게 했다는 말이지, 죄인이 타락한 후 하나님이 그들을 구원하려고 급조한 궁여지책물로서 주어진 것이 영생이 아니라는 말이다.

앞서도 말했듯, 영생은 창세 전 곧 인간의 타락 전부터 그의 택자에게 주시기로 작정된 것이다. “이 영생은 거짓이 없으신 하나님이 영원한 때 전부터 약속하신 것인데(딛 1:2)”, “나는 그의 명령이 영생인줄 아노라(요 12:50)”, “여호와께서 복을 명하셨나니 곧 영생이로다(시 133:3)”.

영생(永生)을 ‘구속(救贖)의 열매’가 되게 한 것은 영생은 ‘완전한 하나님의 의(義)’에서만 나오고(딛 3:7)’, 그 ‘완전한 하나님의 의’는 오직 그리스도의 구속에서만 나오기 때문이다(롬 3:24). 그러니 영생이 ‘창세전의 작정된 은사’이면서도 ‘구속적’인 것이다.

영생에서 이 두 개념은 언제나 함께 견지돼야 한다. 전자가 생략되면 ‘영생’이 인간을 구원하려는 궁여지책물로 전락되고, 후자가 생략되면 ‘영생’이 인간 의행(義行)의 산물이나 사변적 개념으로 전락되어 ‘율법주의’,‘종교다원주의’로 흐르게 된다.

◈유업으로 얻는 영생

성경은 ‘영생(永生)’을 유업(inheritance, 遺業)으로 규정한다(딛 3:7, 벧전 3:7, 마 19:29). 그리고 영생을 포함하여 모든 유업은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아들들(갈 3:26)에게 상속된다고 말씀한다.

“너희가 그리스도께 속한 자면 곧 아브라함의 자손이요 약속대로 유업을 이을 자니라(갈 3:29)”, “네가 이 후로는 종이 아니요 아들이니 아들이면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유업을 이을 자니라(갈 4:7).”

그리고 성경은 아브라함이 계집종 ‘하갈’과 그의 아들 ‘이스마엘’을 내쫓은 사건을 통해 아들 외는 유업을 얻을 자가 전혀 없다고 언명했다. “성경이 무엇을 말하느뇨 계집 종과 그 아들을 내어 쫓으라 계집 종의 아들이 자유하는 여자의 아들로 더불어 유업을 얻지 못하리라 하였느니라(갈 4:30)”

만일 누가 유업(inheritance, 遺業)인 ‘영생’을 ‘대가’로 받는다면 그것은 불법으로 취득한 것이고, 유업이라고도 할 수 없다. 사도 바울도 은혜가 아닌, 율법 행위의 대가로 유업을 얻는 것은 하나님의 언약에 위배된다고 했다.

“만일 그 유업이 율법에서 난 것이면 약속에서 난 것이 아니리라 그러나 하나님이 약속으로 말미암아 아브라함에게 은혜로 주신 것이라(갈 3:18).”

아들은 아버지로부터 대가로서가 아닌 선물로서 모든 것을 받는다. 이것이 유업이고 상속자(heirs, 相續者)의 권리이다. 뭐든 유업이 아닌 댓가로 취하려는 자는 자신이 아들이 아닌 종이요, 종의 근성에 절은 자임을 스스로 증거하는 것이다.

자신을 예수 믿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고백하는 이들이 의(義), 영생(永生)을 유업이 아닌 대가를 지불하고 받으려 한다면, 이는 모순이다. 그는 하나님의 언약을 부정하는 자이든지 아니면, 아들이 아닌 종이든지 둘 중 하나이다.

마지막으로, ‘영생’의 상실불가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그것은 종이 대가(율법 준수)로 얻은 것이 아닌 상속자(heirs, 相續者) 아들이 유업으로 받은 것이고, 그리스도 안에서 은사로 받은 것이기에(롬 6:23) 결코 상실될 수 없는 것이다. 할렐루야!

이경섭 목사(인천반석교회, 개혁신학포럼 대표, byterian@hanmail.net)
저·역서: <이신칭의, 값싼 은혜가 아닙니다(CLC)>,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CLC)>, <개혁주의 영성체험(도서출판 예루살렘)>, <현대 칭의론 논쟁(CLC, 공저)>, <개혁주의 교육학(CLC)>, <신학의 역사(CLC)>, <기독교신학 묵상집(CLC, 근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