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회 신촌포럼
▲박종화 목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소천 10주기를 맞아 ‘아천(雅泉) 정진경 목사의 목회와 신학’을 주제로 제41회 신촌포럼이 10월 31일 오전 서울 신촌교회(담임 박노훈 목사)에서 개최됐다.

포럼에서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원로)는 ‘정진경 목사의 교회연합과 공교회 위한 헌신’을 주제로 강연했다.

박종화 목사는 “정진경 목사는 평생 목사로 소명을 받고 헌신했다. 그는 성결의 눈으로 하나님을 만났고 신학을 연구하고 가르쳤으며, 목회와 현실 참여에 솔선수범하셨다”며 “정진경 목사의 신학자적, 목회자적, 역사참여자적 진면목을 살펴보는 일에 대해, 그 분이 모범적으로 보여주신 ‘조화의 영성’을 먼저 살펴보고, 이를 ‘교회 연합과 일치’에 적용하면서 연합운동에 헌신하신 공로를 살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1. 조화의 덕성

먼저 ‘조화의 덕성을 지닌 목회자 정진경’에 대해 “정진경 목사의 본직은 서울신대 교수, 그리고 신촌성결교회 목사 둘이었다. 가르치고 목양하는 일”이라며 “정 목사는 목회의 마음으로 신학을 가르쳤고, 신학이 있는 목회를 하셨다. ‘조화’의 심성과 영성을 겸비한 때문일 것이고, 둘의 진정한 ‘만남’을 인격과 삶 속에 체화한 본보기”라고 설명했다.

박 목사는 “정 목사는 일반적으로 딱딱한 조직신학 교수 입에서는 흔히 나오지 않는 ‘은혜 넘치는 설교’로 서울신대 채플의 ‘열기와 매력’을 이끌어 갔다고 한다. 이는 목회자적 가슴을 지닌 신학적 두뇌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자율적 행동을 강조한 ‘자유방임주의’ 목회철학은 동역자들에게 자율참여적 책임목회를 낳게 했고, ‘어수선한 것 같은데 일이 되는 것을 보면 일사분란하다’는 평가를 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너무 보수적이어서 평신도나 사회와 담을 쌓고 지내는 형식적 성직자도, 목사도 인간이라며 목사 같지 않아 보이는 자칭 진보적 목사 모두 바람직하게 보이지 않는다”며 “평신도인 김형석 교수는 정진경 목사에 대해 ‘한 손으로는 인간과, 또 한 손으로는 그리스도와 손잡고 사는 아름다우면서도 경건함을 지닌 목회자’라며 바람직한 성직자요 목사의 본보기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했다.

2. 신학의 창조적 다원성

‘신학의 창조적 다원성’에 대해선 “정진경 목사는 창조적 다원성에 대해 ‘자기의 특성을 포기하지 않고 심화시키는 다원성’으로 정의했다”며 “예컨대 보수주의는 보수적 특성을 더욱 심화시켜 제사장적 헌신의 장점을 창조하고, 진보주의는 예언자적 참여 전통을 심화시켜 하나님의 복음이 충만케 되는 창조성을 지니자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정 목사는 한국교회가 극단적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보수는 영적인 면을 지나치게 강조해 기독교를 사회 밖의 종교로 만든 반면, 진보는 사회 구원 입장에서 개인의 영혼구원을 도외시했다고 비판했다”며 “그는 교회가 개인과 사회 구원을 동시에 추구하고, 충돌과 대립과 저항보다는 이해와 협조와 화해의 정신으로 사회의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형성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고 했다.

그는 “교회가 세상에 있으나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요 18:16) 해서, 각각 별도로 존재하는 하나님 나라와 세상 나라 중간 어디에 위치해 있는 것은 아니다. 창조주 하나님이 세상 나라를 창조하셨고, 하나님 나라가 세상 나라 속으로 침투해 들어오셨으며, 또 오실 것”이라며 “성육신하신 예수님께서 교회를 부르시고, 성령의 능력으로 세상에 보내셔서, 세상 속에 하나님 나라를 이루게 하실 것이다. 따라서 모든 비판과 판단과 협력의 출발과 기준은 하나님 나라요, 동시에 하나님의 뜻”이라고 전했다.

41회 신촌포럼
▲주요 인사들의 기념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포럼 제공
3. 청지기의 사명

‘청지기의 사명’에 관해선 “정 목사는 청지기는 스스로 의지가 없는 ‘종’과 달리, 주인의 재산을 주인에게 유익하도록 관리할 책임을 맡은 자라고 정의한다. 달리 말해 창조주 하나님의 단순 피조물이 아니라, 모든 피조물을 창조주의 뜻에 맞게 관리하도록 위임받았다는 것”이라며 “청지기적 삶의 중요한 요소는 ‘시간’으로 봤다. 이 시간은 과거를 감사와 기억으로 사는 현재의 시간이며, 열린 미래를 기다리며 맞는 현재의 시간이라는 점이다. 이 시간을 경건하고 아끼며 규칙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했다.

그는 “청지기는 재물과 재산의 소유주가 아니라, 이 땅을 사는 동안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일에 쓰고 관리하라고 위임받은 자이다. 재산뿐 아니라, 우리가 받은 은혜가 다 소유가 아니라 위임받은 선물”이라며 “우리 몸도 청지기의 몸이지, 삶과 죽음을 멋대로 결정하고 좌지우지하는 소유물의 몸이 아닌 것과 같다. 가정도 교회도, 성직도 교회 직분도 모두 청지기적 범주에 들어간다. 소유주는 하나님뿐”이라고 강조했다.

4. 평신도 지도력 향상

박종화 목사는 “정진경 목사의 ‘평신도 지도력 양양’ 호소는 진지했다. 그것이 한국교회의 한국 사회에서의 역할에 결정적 요인인 동시에, 교회 갱신의 첫발이라고 주장했다”며 “목회자 절대 의존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앞으로는 목회자와 평신도가 주종관계를 벗고 수평적 관계로서 협력자로 바뀐다고 했다. 나아가 미래 교회는 목회자 중심의 카리스마적 지도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소그룹을 통한 평신도 중심 사역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고 전했다.

박 목사는 “진정한 사제 같은 목회자, 진정한 사제 같은 신앙의 정치인, 기업 현장에서 진실한 정의의 사제로서의 경영인, 학교에서 사제 같은 교사 등, 이 모든 영역이 하나님 나라가 임하고 하나님의 뜻이 실현돼야 할 공간”이라며 “공간마다 사제를 택하여 보내시고, 예수의 길을 따르는 제자로, 사도로 보내신다. 공간마다 하나님 나라가 작게 또 크게 잉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에 기독교 신자가 많아질수록 정치는 더욱 민주적이어야 하고, 경제와 시장은 더욱 정의로워야 하며, 교육은 더욱 견실해야 하고, 사법계는 더욱 공정해야 하며, 안보상황은 더욱 평화의 힘이 솟아나게 해야 한다”며 “한국교회와 교인들은 한 가지 사실, 곧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이루시는 하나님의 뜻을 따라 솔선하여 십자가를 걸머지는 ‘소금’이, 이 땅에 비전과 희망을 선사하는 부활의 ‘빛’을 비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41회 신촌포럼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정리하면서 그는 “정진경 목사의 수많은 진면목 가운데 몇 가지만 두서없이 살펴봤다. 신학적 혜안은 겸손하며 부드럽게 펼쳐져 있다. 목회자적 열정이 질서 있는 감동을 만들어 낸다”며 “개인적으로 옆에서, 뒤에서 직간접적으로 지켜보고 만나뵐 때마다 항상 풍성한 웃음과 친절로 대해주시던 모습이 내내 떠올랐다. 글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살아 움직이는 이미지가 설명을 대신해 줬다”고 소회를 전했다.

더불어 “뾰족한 찌름이 없고, 몰아붙이는 강요가 없으며, 널뛰는 변덕도 없고, 그저 평안과 위로와 격려의 허스키 보이스, 그래서 ‘조용한 혁명’의 사신으로 부르고 싶은 분”이라며 “각자가 느끼는 대로 그분과 함께 대화하고 걸어갈 수 있길 바란다. 한국교회와 사회가 아쉬워할 분”이라고 했다.

앞서 박종현 박사(한국교회사학연구원 원장)가 ‘정진경 목사의 영성신학과 윤리목회’를 강연했다. 앞서 신촌포럼 대표 박노훈 목사가 인사를, 위원장 강일구 목사가 포럼 소개를 각각 전했다.

정진경 다큐멘터리
▲故 아천 정진경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