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목사 신임투표’ 지교회 정관은 유효
노회에선 위임목사의 지위 그대로 유지?
신임투표, 여러 논의할 과제 많아 반론도

한국교회법학회 2019 가을 세미나
▲지영준 변호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항존직의 임기제와 신임투표제’를 주제로 한국교회법학회(대표회장 이정익 목사, 이사장 소강석 목사) 추계 학술세미나가 10월 3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 국제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지영준 변호사(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가 한 교회 판례를 토대로 ‘노회 위임목사와 개교회 신임투표제’를 제목으로 발표했다.

지영준 변호사는 “총회헌법과 지교회 정관 또는 안식년 규정이 충돌하는 경우, 안식년 규정 중 재신임투표에 관한 내용은 총회헌법에 위배돼 무효로 보아야 하는가, 아니면 그러한 충돌(저촉)에도 불구하고 지교회 자치규범으로서 효력이 있는가”라며 “이는 교단 또는 노회와의 관계에서 지교회의 법적 지위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와 관련되는 문제”라고 밝혔다.

지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는 ‘특정 교단에 소속된 지교회가 독립된 법인 아닌 사단’이라고 판시해 왔고, 위 법리는 앞으로도 교회를 둘러싼 법률관계 해석의 기본 원리로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2004다37775, 67다2202)”고 소개했다.

위 법리에 기초하여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지교회는 소속 교단과 독립된 법인 아닌 사단이고, 교단은 종교적 내부관계에 있어 지교회의 상급단체에 지나지 않는다”며 “다만 지교회가 자체적으로 규약을 갖추지 아니한 경우나, 규약을 갖춘 경우라도 교단이 정한 헌법을 교회 자신의 규약에 준하는 자치규범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지교회의 독립성이나 종교적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교단 헌법에 구속된다”는 법리를 확립하고 있다(2004다37775).

지교회의 안식년 규정과 자치규범의 효력에 대해 그는 “종교단체의 자율권 보장 필요성은 지교회뿐 아니라 지교회의 상급단체인 교단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양 종교단체의 종교적 자율권은 모두 보장돼야 한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지교회와 교단 사이에 종교적 자율권이 상호 충돌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교단의 존립 목적에 비추어 지교회 자율권은 일정한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2013다78990)”고 대법원에서 판시했다.

지 변호사는 “이에 쟁점은 과연 ‘재신임투표를 위한 지교회 안식년 규정’이 교단 헌법과의 관계에서 효력이 부정되는지, 아니면 지교회 자치규범으로서 독립적 효력을 유지하는지의 문제”라며 “이는 결국 항존직을 규정하는 교단 총회헌법과 ‘위임목사는 지교회 청빙으로 노회 위임을 받은 목사’라는 헌법 규정, ‘목사의 청빙과 연임’ 규정 등이 교단 존립 목적에 비춰 본질적 내용인지 아닌지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설명했다.

한국교회법학회 2019 가을 세미나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최근 제2심 법원은 “해당 교단은 종교적 내부관계에 있어 지교회의 상급단체에 지나지 않고, 소속 교단의 교리 부분이 아닌 사항에 대하여는 지교회 자치적으로 총회헌법과 달리 규정해 운영할 수 있다”며 “지교회 안식년 규정은 교회가 자치적으로 정할 수 있는 지교회의 독립성 및 종교적 자유의 본질에 관한 것으로, 총회헌법에 구속되지 않고 유효하다”고 2018년 6월 판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그렇다면 노회가 위임한 위임목사 지위는 어떠한 영향을 받게 되는가. 대법원은 ‘교회와 소속 노회와의 관계에 있어 교회의 당회장 취임은 노회의 승인을 요하는 것이어서, 교회에서 교인들의 총의에 의해 선임한 당회장도 승인이 없는 한 노회에 대하여는 당회장으로서 권리 의무를 주정할 수 없더라도, 비법인 사단의 성질상 교회가 소속 교인들의 총의에 의해 그를 대표할 당회장으로 선임한 자는 노회의 제3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는 그 교회를 대표할 자격이 있다(67다2202)’고 판결했다”고 소개했다.

지영준 변호사는 “이러한 대법원 법리를 기초로 하면, 노회 위임을 받은 위임목사에 대해 지교회 안식년 규정에 따라 안식년이 종료했으나 담임목사로서 재시무를 위한 당회나 공동의회 결의를 받지 않은 경우, 지교회에서 담임목사는 그 지위를 상실했더라도 총회·노회와의 관계에서는 여전히 위임목사로서의 지위를 유지한다고 해석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지교회 교인들이 소송을 통해 일반 법원에 노회 위임목사 지위에 대한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쟁송방법이 가능할까? 이에 대해선 “지교회의 일반 국민으로서의 권리 의무나 법률 관계와 관련된 분쟁에 관한 것이 아닌 이상, 교단의 종교적 자율권 보장을 위해 교단 내부관계에 관한 사항은 원칙적으로 법원에 의한 사법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2013다78990)”고 했다.

그는 “결국 지교회 교인들이 교회법적·사회법적으로 교인들의 총의를 관철시키는 방법은, 소속 교단을 탈퇴하고 다른 교단으로 변경하는 방법이 궁극적 해결책이 될 것”이라며 “다른 한편, 지교회에서 항존직인 위임목사에 대해 임기제를 규정하거나 신임투표를 규정한 안식년 규정이 ‘교단 존립 목적’에 본질적 부분이 아니라면, 이를 총회헌법에 수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사회법의 관점에서 일반법원이 확립한 법리에 의하면, 노회 위임목사에 대해 일정 사무기간이 지나면 신임투표를 거쳐 재시무를 하도록 규정한 지교회 정관은 유효하다”며 “그럼에도 이 정관은 ‘교단 또는 노회와의 관계’에서는 효력을 미칠 수 없으므로, 노회와의 관계에서 위임목사의 지위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정리했다.

한국교회법학회 2019 가을 세미나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김병석 교수, 추일엽 목사, 안은찬 교수. ⓒ이대웅 기자
논찬한 안은찬 교수(총신대)는 “발제가 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논리를 전개하다 보니, 교회법의 근간인 성경이나 교회법 전통을 소개하지 않은 아쉬움이 있다. 물론 국가법은 교회가 따라야 하나, 성경과 교회법을 반영한 ‘법신학적 관점(the law-theological perspective)’이 녹아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안 교수는 “웨스트민스터 장로정치 모범과 장로교 공동선언서, 한국 장로교회 교단 헌법의 뿌리가 되는 유럽 장로교회의 도르트 교회법은 항존직에 대해 ‘목사는 평생 교회를 섬기는 일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교단 헌법에서의 신임투표제 도입은 목사의 직업과 생계와 관련해 여러 가지로 논의할 과제가 많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앞서 발표한 위형윤 박사(안양대 명예교수)는 목사·장로의 항존직(恒存職·종신 직분)에 대해 “장점도 있지만, 교회 사유화, 목회 매너리즘, 목사 탈진, 교회 행정과 재정 부패, 의사결정 비민주화 등 많은 폐단을 갖고 있다”며 “재충전 기회도 꺼리게 된다. 충전 기간 동안 교회가 분열하거나, 충전 후 교회로 돌아오면 항존직이 박탈당해 재임이 불가능하게 여건이 바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위 박사는 “항존직 임기와 정년도 조정돼야 한다. 현재 항존직 정년은 70세로 한정돼 있으나, 정보화 시대에 교회 인물들이 체증화되기에 평신도에게 참여의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며 “항존직보다는 교회 직분의 대의원 제도 혹은 대표성 제도로 7년 혹은 10년마다 신임투표를 실시하는 것이 좋은 사례”라고 했다.

이 외에도 추일엽 목사(수원 주님의교회), 김병석 교수(서울장신대) 등이 토론을 진행했다. 1부 예배에서는 박요셉 목사 인도로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원로)가 설교했고, 소강석 목사가 인사했다. 세미나 사회는 정재곤 박사가, 폐회인사는 학회장 서헌제 교수가 각각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