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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베를렌은 '가을의 노래'라는 시를 썼다지요.
"가을 날 바이올린의 / 긴 흐느낌 / 끊이지 않는 우수로 / 내 마음 괴롭히네 / 종소리 울릴 때 / 창백하고 곧 숨막혀 / 옛날들 기억나 / 눈물 흘리네 / 그리고 / 휩쓸어 가는 모진 바람에/ 이끌려 가네/ 여기저기로 / 낙엽처럼"
왜 우리들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쓸쓸함과 비애를 느끼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들을 밟고 지나갈 때 얼마나 낭만적인 마음이 드시던가요? 산길을 걸으면 바삭바삭하는 소리, 사뿐사뿐 뛰어 다니는 다람쥐와 고라니의 발자국 소리까지 내어주는 이 가을이 얼마나 아름다운가요? 가을 낙엽을 보면 나뭇잎의 눈물이 느껴진다고요? 그렇게 생각하며 우리를 바라보는 사람들을 생각하노라면 오히려 가을낙엽은 눈물을 흘리는 것이죠. 또 하나의 눈물이 있다면 우리가 가을바람에 나뒹굴다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와 겨울에 내리는 눈을 맞고 흙 속에 묻힌다는 걸 생각할 때입니다. 우리는 내년 봄에 피어날 우리의 다음세대를 위하여 아낌없이 자양분이 된 후에 따사로운 어느 봄날 여린 연둣빛 사랑으로 다시 올 테니까요. 그것을 생각할 때 눈물이 납니다. 그러니 우리가 흘리는 눈물은 더 이상 비애와 쓸쓸함, 서러움의 눈물이 아니라는 것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내년 봄에 다시 연두빛으로 태어날 소망의 눈물입니다.
꼭 하나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인생이란 결코 가을낙엽이 아니라는 사실을요. 물론 인간의 삶도 육신으로만 보면 우리와 다를 바가 뭐가 있겠습니까? 그 푸르던 나뭇잎이 어느새 낙엽이 되어 땅에 떨어지듯 인간의 육신도 후패하는 잠깐의 삶에 불과한 것이죠.(고후4:16) 아니, 겉사람이야말로 바람이 불면 날아가 버리는 장막집과도 같지요.(고후5:1) 그러나 인생은 겉사람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속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아무리 가을이 오고 겨울이 와도 또 그 계절이 수십 번, 아니 백 번 이상을 반복한다 하더라도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고후4:16) 더구나 예수님을 믿는 삶은 죽어도 다시 산다고 했지 않습니까? 그것을 성령께서 보증해 주셨고(고후5:5) 그걸 믿는 것이 믿음이지요. 그 믿음의 눈으로 우리들을 다시 한 번 바라보세요. 땅에 떨어진 모든 낙엽들이 하나님께서 여러분에게 보내신 가을엽서로 느껴지게 될 것입니다.
부디, 우리를 바라보며 쓸쓸하고 우울해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를 여러분에게 보내신 하나님의 초대장으로 여기시며 부디 예수님을 믿고 교회 나가세요. 그리고 하나님과 더 가까워져 보세요. 그냥 낙엽 밟는 낭만에만 빠지지 마시고 가을에 받은 사명의 길을 걸어가시면 더 좋겠습니다.
"주여,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더 많은 영혼을 추수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십자가를 지고 낙엽이 쌓인 길을 걷게 하소서."
가을낙엽의 눈물, 곧 우리가 흘리는 눈물은 이런 의미일 것입니다. 부디 올해는 낙엽을 밟을 때마다 우리 안에 새겨진 사랑과 눈물, 그리고 아직 잎새에 남겨져 있는 생명의 신비를 느끼시길 바랍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하나님께 환희의 찬가를 부르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