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이르는 21가지 법칙 임재호 목사의 행복레슨
행복에 이르는 21가지 법칙

임재호 | 크리스찬북뉴스 | 250쪽 | 13,000원

교회에 다닌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자주 듣고 불렀던 찬양 중에 ‘순례자의 노래’가 있었습니다. 삶은 척박했고 곤고했지만 믿음만은 순수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저는 ‘순례자의 노래’를 부르면서 인생은 고난이 필연이며, 나그네의 삶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곰팡이 냄새 자욱한 지하 청년부실에서 기타 치며 불렀던 이 찬양에 얼마나 깊은 신학적 의미가 담겨있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저 멀리 뵈는 나의 시온성 오 거룩한 곳
아버지 집 내 사모하는 집에 가고자 한밤을 세웠네
저 망망한 바다 위에 이 몸이 상할지라도
오늘은 이 곳 내일은 저곳 주 복음 전하리

아득한 나의 갈 길 다 가고
저 동산에서 편히 쉴 때
내 고생하는 모든 일들을 주께서 아시리
빈들이나 사막에서 이 몸이 곤할지라도
오 내 주 예수 날 사랑하사 날 지켜주시리

이 찬양을 부르면, 복음을 전하며 고난당하고 핍박받았던 사도 바울의 삶이 그려집니다. 저자는 책을 시작하는 첫 장을 ‘인생은 먼 여행입니다’로 시작합니다. 얼마 전에 읽었던 배경락 목사의 <성경 속 노마드>(샘솟는기쁨)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믿음의 사람은 본향을 향하는 머나먼 여행을 떠나는 여행자입니다. 히브리서 11장을 보면, 믿음의 사람들은 본향을 가기 위해 자신들의 모든 것을 것들을 기꺼이 희생하며 앞으로 또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처음 책의 원고를 받아 읽었을 때, 의외의 글솜씨에 놀랐습니다. 내용은 단순했지만, 결코 얕지 않았습니다. 마치 오랜 시간 우려낸 사골과 같았습니다. 익숙하지만 식상하지 않고, 단순하지만 가볍지 않았습니다.

노련한 사공은 멀리서 떠오르는 구름만 보고서는 바람의 세기를 가늠한다고 합니다. 저자는 노련한 사공처럼 인생에서 퍼올린 교훈들을 맛깔스러운 글로 표현했습니다. 쉬우면서도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예화와 비유들은 삶의 경륜과 목회의 경험이 없다면 표현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더 위험할 때는 고난의 때나 실패의 때가 아닙니다. 산을 정복하고 무엇인가를 성취했을 때가 가장 위험한 때입니다. 전문 등산가들이 사고를 당하는 것은 정상을 향해 올라갈 때가 아니라 정상을 정복하고 내려갈 때인 경우가 많습니다(150쪽).”

경험이 삶의 교훈으로 돌아오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목회자는 타인의 실패이든 자신의 실패이든, 유심히 살피고 주의하여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는 여리고성 성공 이후 작은 아이성 때 넘어지는 이스라엘의 모습을 삶에 대입시킵니다.

14장 ‘과거를 청산하십시오’에서는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종종 실패를 과거의 탓으로 돌릴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얽매여 있는 이상 현재는 감사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출애굽 한 이스라엘은 광야에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때 일부의 사람들이 ‘다시 애굽으로 돌아가자’며 다른 사람들을 선동합니다. 이처럼 과거에 얽매여 있는 사람은 현재의 영광을 제대로 보지 못합니다. 그런 점에서 찰리 채플린의 인용문은 감동적입니다.

“인생이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169쪽).”

그렇습니다. 아프지 않은 삶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저 멀리서 본다면 아름다운 풍경처럼 보일 것입니다.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은 고통이 있고, 슬픔이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저자는 ‘역경 가운데서도 감사해야 한다(200쪽)’고 말합니다. 감사는 역경을 이길 수 있는 비결이자 삶을 변화시키는 이유가 됩니다.

사울은 열등감에 사로잡혀 끊임없이 사람들의 인기를 갈구했습니다. 자신보다 인기가 많았던 다윗을 죽이기 위해, 자신의 대부분의 인생을 허비하고 맙니다.

저자는 열등감이 타인과의 비교가 아니라, 바로 ‘이상적인 나(137쪽)’와 비교해서 생긴 것이라고 정확하게 꼬집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의 열등감도 누군가의 비교가 아니라 내 안의 탐욕으로 일그러진 잘못된 자아상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못난 사람도 그보다 못한 사람이 있는 법입니다. 만약 비교가 열등감을 가져온다면, 자신보다 못한 사람도 많으니 슬퍼할 이유도 없지 않을까요?

그런데 열등감에 빠진 사람들은 항상 자신보다 더 탁월한 것들을 소유한 사람들과 비교합니다. 자신의 없음에, 자신의 적신에, 자신의 무지에 눈을 돌리고 비참해합니다. 어쩌면 감사는 과거의 실패나 현재의 나약과도 결별하고 그것을 자양분으로 삼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읽으면 행복해지는 책입니다. 잔잔하게 밀려오는 일상의 발견을 통해, 하나님께 얼마나 많은 감사의 제목이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삶은 해석입니다. 어떤 이들은 비관적으로 해석하고, 어떤 이들은 감사의 제목들로 주해하기도 합니다. 책을 읽어가는 동안 내내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어 즐거웠고, 우리의 삶이 이토록 아름답다는 것에 감동이었습니다.

설교자로서 곳곳에 박혀있는 예화와 일상의 교훈들은 메모해 두었다 설교할 때 써먹고 싶은 욕심도 듭니다.

오늘부터 저자가 권면한 ‘감사일기’를 써볼까 합니다. 감사도 결국 삶에 대한 우리의 믿음의 해석이니까요. 구수한 누룽지 같은 행복과 깊이 우려낸 사골같은 기쁨을 주는 책을 모두에게 추천합니다.

정현욱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양구장로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