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
▲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
어느 날 문득 입고 있던 옷이 무겁다 느껴져 여름이 다가왔습니다. 또 어느 날 문득 입고 있던 옷이 가볍다 느껴져, 깊은 가을이 겨울을 부르고 있습니다. 삶은 세세한 느낌의 변화에서 많은 변화를 감지하고 또 그 변화를 이룹니다.

우리는 때에 따라 계절을 바꾸어 입습니다. 내가 원한다 원치 않는다라는 것은 우리의 언어가 아닙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섭리에 의해 그 계절을 받고, 그 받은 은혜를 어떻게 누리느냐만 우리의 몫입니다.

그 은혜를 누릴 줄 아는 이는 축복의 백성이고, 그 은혜를 누릴 수 없어 불평인 이는 늘 아파합니다. 삶은 때로 지혜를 택할 수 있는 것도 은혜입니다.

어느새 올해도 삼 개월도 되지 않는 날을 남기고 있습니다. 겨울을 지났고, 봄을 지나 여름을 지났으며, 가을 지나 겨울을 향해 갈 것을 우리는 느끼고 있습니다. 삶이란 그 속도와 정확이 우리를 전율케 합니다. 계절을 바꾸어 입고 있는 사이에, 우리는 그 계절의 끝자락에서 또한 시간을 저울 달아보며 서있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너무 맑아 구름 한 점 없는 벽공의 하늘입니다. 맑은 하늘을 기뻐할 수 있고, 흐린 하늘을 깊어 할 수 있고, 비오는 하늘을 푸근해 할 수 있다면, 우리 삶은 하늘의 은혜를 받은 축복 백성의 삶입니다.

어느 것 하나 새롭지 않은 것이 없고,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만물과 시간의 흐름은 우리 삶에게 그 순간들의 소중함과, 인생들이 소중함을 가르쳐주었습니다.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오늘은 이육사의 싯귀가 떠오릅니다. 가고 오는 시간 속에서 세상 모든 것을 품어 가슴에 안은 역사의 강은 오늘도 흘러 우리 뜰을 적십니다.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와야 할 것이 오고, 이루어질 일이 이루어지고, 돼야 할 일이 됨을 믿습니다.

삶은 허적함만이 아닌 당찬 실체이기도 하고, 눈물과 아픔만이 아닌 감격과 환희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늘 주님을 제한하지 않고, 그 주님의 은혜를 입은 우리를 제한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위대한 가능성을 항상 열어놓고 기다립니다.

사랑하는 성도님들, 깊은 가을의 서늘함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주고 느낌을 줍니다. 그 생각이 주님 뜻에 맞추어지기를 바라고, 그 느낌이 주님의 심정이 담긴 따스함이기를 바랍니다. 삶이란 힘들고 어려운 것 같아도 밥 먹으면 힘나고, 하늘 날 것 같아도 허튼 한 마디에 가라도 앉습니다.

오늘도 계절을 바꾸어 입으며, 주님이 바라보시는 우리의 삶, 아끼시고 사랑하시는 우리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