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
엄마,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

기시다 히로미 | 최정훈 그림 | 박진희 역 | 리즈앤북 | 240쪽 | 14,000원

누구나 불행이라는 인생의 터널 지나
욥의 절망, 하나님과 단절 느낌 때문
인생의 절망은 불행 중 홀로 있는 것

불행과 절망은 다르다. 불행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불행은 공평하다. 나만 힘든 게 아니라 모두가 힘들다.

불행의 진정한 의미는 나만 힘들게 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모두가 불행이라는 인생의 터널을 지나간다. 터널의 특징은 끝이 있다는 것이다. 터널의 끝에는 빛이 있다. 그렇기에 절망하지 않는다. 불행하다고 모두 절망하지는 않는다.

성경에서 욥은 많은 불행을 겪는다. 가진 재산을 잃고 가족을 잃고 친구까지 잃어버린다. 사단은 욥에게서 소중한 사람들을 빼앗아 갔다.

먼저 가족이 사라졌다. 그리고 친구마저 욥을 떠나갔다. 친구들과 몸은 같이 있었지만, 욥은 철저히 혼자였다. 그러나 그가 절망했던 이유는 하나님과의 단절이었다. 그동안 믿고 있던 하나님조차 보이지 않을 때 욥은 절망했다.

인생의 절망은 불행 중 홀로 있는 것이다. 욥의 불행은 육체의 고통이 아니었다. 물질을 잃어버린 아픔도 아니었다. 욥의 진짜 불행은 홀로됨이었다.

욥의 회복은 하나님이 자신과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게 된 이후부터다. 하나님은 욥이 태어나기 전부터 계신 분이었다. 머리로만 알던 사실을 직접 체험하게 된 욥은 진정한 회복을 경험한다. 욥의 인생에 불행은 찾아왔지만 절망하지 않았던 이유다.

우리 인생도 다르지 않다. 불행은 찾아온다. 그러나 절망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우리는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엄마,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의 저자 기시다 히로미는 불행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는다. 그녀의 삶은 불행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절망하지 않는다.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1968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평범하고 착한 아이로 자나라 세 살 연상인 남편을 만나 결혼하게 된다. 첫째 딸 나미가 태어난다. 그리고 4년 후 둘째 아들 료타가 태어난다.

그러나 료타는 ‘다운증후군’이라는 선천적인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삶에 불행이 시작되었다. 한 번 시작된 불행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남편이 39세라는 젊은 나이에 심근경색으로 죽는다.

2008년에는 그녀 자신이 대동맥해리로 쓰러진다. 대동맥해리는 심장의 굵은 혈관이 파열하여 벗겨지는 병이다. 발병 후 치사율은 50%나 되며 수술해도 성공률이 20%밖에 안 되는 위험한 질병이다.

그녀는 수술을 받고 목숨은 건졌지만, 후유증으로 하반신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평생 휠체어에서 살아야 했다. 그녀는 자신에게 닥친 인생의 불행을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제게 일어난 일을 ‘불행’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겠지요. 그래요,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없는 일이지요. 하지만 저는, 제게 일어난 그 일련의 사건들이 동시에 필연이었다고 믿습니다.”

죽어도 된다고 말해준 딸 덕분에
이상하게도 죽고 싶지 않아졌다
함께하는 것은 대단한 게 아니다
그저 공감해주고 들어주는 것뿐

피할 수 없는 불행이라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녀는 너무 힘든 자신의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 딸에게 죽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그녀의 딸은 “엄마,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라고 대답한다.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그녀에게 딸은 이어서 이야기한다.

“엄마가 얼마나 힘들게 병원 생활 하는지 알아.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할 만큼 괴롭다는 것도 알고 있어. 엄마가 정말 못 견디겠다면 같이 죽어줄 수도 있어.”

딸의 그 한 마디가 그녀로 하여금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했다. 딸은 엄마의 불행을 회피하거나 모른척하지 않았다. 힘든 상황 속에서 그녀와 함께하고 있었다.

“죽어도 된다고 말해 준 딸 덕분에, 이상하게도 오히려 ‘죽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솟아올랐습니다. 료타를 낳고 어찌할 바를 모를 때 남편이 ‘키우지 않아도 된다’고 해주었던 말이 뇌리를 스쳤습니다.”

인생의 진정한 불행은 홀로 있는 것이다. 함께하는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저 그 사람을 공감하고 들어주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홀로 됨의 불행을 안고 살아간다. 요즘 뉴스에 ‘고독사’에 대한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고독사란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쓸쓸하게 죽음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

2018년 70세 이상의 무연고 사망자는 838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40세 미만의 무연고 사망자 수도 늘어나고 있다. 고독사는 노년층의 문제만이 아니다.

고독사가 육체의 홀로 됨이라면
절망은 정신이 홀로 되는 것이다
즐거움도 혼자라면 불행 될지도

‘고독사’가 육체의 홀로 됨이라면, ‘절망’은 정신의 홀로 됨이다. 세상에 혼자라고 느낄 때 사람은 절망을 경험한다.

기시다 히로미는 죽고 싶은 ‘절망’의 순간, 딸의 존재를 발견하고 ‘희망’을 회복한다. 행복은 함께하는 것이다. 혼자 하는 것은 행복이 아니다. 즐거움도 혼자라면 불행일 수 있다. 그러나 불행 중에도 함께라면 행복이 될 수 있다.

기시다 히로미는 자신의 현실(남편은 죽고 둘째는 다운증후군이며 자신은 하반신 마비라는)을 받아들이며 재활 치료를 시작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현실은 그녀를 절망으로 끌어들인다. 그런 힘든 순간에 그녀를 구원해준 것은 함께하는 사람들이었다.

“괴롭고 고독한 입원 생활 속에서 저의 유일한 구원은 끊임없이 누군가가 병문안을 와준 일입니다.”

그녀는 자신에게 병문안을 와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새로운 희망을 꿈꾼다. 그것은 소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그녀는 심리 카운슬링 공부를 시작한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라면 침대에서라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나는 얼마든지 소중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불행 중에도 절망하지 않은 그녀는 연간 180회의 강연을 하며 삶의 희망과 용기를 전하고 있다. 그녀는 절망이란 희망을 잃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녀가 희망을 잃지 않았던 비결은 함께함이었다.

“죽음보다 깊은 절망에 빠진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은 철저히 내 편이 되어준 딸의 사랑과 격려 덕분이었다”

정신분석의 박종석은 “아주 대단하고 절대적인 사랑만이 나를 구원하고 치유해주는 것이 아니라 친구의 가벼운 위로, 지나가는 사람의 작은 친절도 삶의 숨구멍을 틔워준다”라고 말한다.

또한 “요즘 젊은 사람들이 ‘나는 혼자여서 좋다!’고 하지만, 사실 그것은 ‘함께’이고 싶단 마음의 역설적인 표현 같아요.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 거절당함으로써 느끼게 되는 고통, 실망감, 상실감을 경험하기 싫어, 일부러 ‘혼자가 좋다’고 자기최면을 거는 사람도 분명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한다.

<엄마, 죽고 싶으면 죽어도 돼>의 저자 기시다 히로미는 자신의 이야기를 우울하지 않고 밝게 풀어낸다. 그녀는 불행 중에도 절망하지 않았다. 함께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은 절망하지 않는다.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또한 교회 공동체가 있다. 함께하는 것은 몸이 아니라 마음이 같이 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아픔에 귀 기울이고 공감할 때 인생의 절망은 사라진다. 그리고 그 자리에 희망이 자라게 된다.

그리스도인에게 불행은 절망이 아니다.

김현수 목사
행복한나무교회 담임, 저서 <메마른 가지에 꽃이 피듯>

출처: 아트설교연구원(대표 김도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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