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학대학교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소장 박명수 교수)가 최근 한국연구재단의 대학중점연구소 지원사업 1단계 실적 보고를 통과해 2단계 연구를 지속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국연구재단은 매년 대학 부설 연구소의 특성화와 전문화를 위해 대학중점연구소를 선정해 대학 내 연구거점으로 육성하고, 대학의 전반적 연구역량을 강화해 왔다. 대학중점연구소로 선정되면 6년간 매년 2억, 총 12억을 지원받게 된다.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는 지난 2016년 대학중점연구소로 최종 선정돼 올해 초 실적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지난 8월 말, 남은 3년 간의 연구를 지속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박명수 소장은 25일 경기도 시흥시에서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가 대학중점연구소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2단계 연구를 지속하게 된 것은 기독교 연구가 한국 사회를 연구하는데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정부가 인식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그간 불교나 유교, 동학 등은 정부로부터 역사와 문화를 매개로 많은 지원을 받아왔는데, 기독교는 그렇지 못했기에 이번 프로젝트는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박명수 교수
▲박명수 교수가 2016년도 선정 대학중점연구소 지원사업 관련 기자회견에서 2단계 연구를 지속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신의 기자
박 소장에 따르면 당초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의 3년간 성과 목표는 등재지 24편이었으나 해당 연구소는 현재 등재지 41편의 실적을 내며 달성률 170%를 기록했다. 이는 연구소 지원으로 진행된 신진 연구자의 성과(등재지 6편)는 포함되지 않은 실적이다. 또한 3년간 연구총서 3권, 자료 총서 6권을 계획했으나 거의 두배에 달하는 초과달성이 이루어졌다. 국내학술대회도 매년 1회 개최를 목표하였으나 3년간 총 8회의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이에 대해 박 소장은 “우리 연구 프로젝트가 교육부가 인정하는 학술지에 여러 편 실렸다. 정부가 요구하는 것보다 상당히 많이 했다”며 “일반 사회가 기독교의 역할을 모르는데, 한국정치사학회나 한국독립운동사학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연구도 의미가 있는 일이지만, 다양한 곳에서 동의를 받고 기독교의 역할을 한국사 전체에 알리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실제로 해당 연구소는 분야별 연구전문성을 확보하고자 매년 한국사, 정치학, 교회사 세 분야 전임연구원을 채용, 한국사, 북한학, 정치학, 교회사 등 다양한 전공의 연구보조원을 양성했고, 학제간 학문 교류를 위해 한국사, 서양사, 정치사, 교회사,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초청 세미나를 가졌다. 한국교회사 학회 및 한국정치외교사 학회와 공동학술대회도 개최했고, 한국사, 한국 정치사, 기독교, 사회학, 한국학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학술지에도 논문을 게재했다.

박 소장은 “기독교 연구에 관심 있는 젊은 학자를 계속 키워야 한다”며 ‘신진학자 연구 사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해당 연구소는 그간 서울신학대학교의 학부와 대학원에 과목을 개설해 연구 결과를 후속 세대와 공유하고, 전임연구원의 연구 지원과 활용, 연구보조원의 데이터 베이스 구축 사업, 신진학자에게 연구비와 논문게재료를 지원하는 등 학문 후속 세대 양성을 위한 활동도 겸했다. 그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협력해 인문학 강좌를 개설하고 한국교회연합, 한국정치외교사학회 등 사회 및 학술 기관과 협력해 특별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산학협동 및 대중화 작업과 자료 총서, 데이터 베이스 구축 사업을 진행했다. 박 소장은 이 같은 활동이 실적 보고에 긍정적 평가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서울신학대학교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 국제학술심포지엄
▲서울신학대학교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가 '해방 이후 한국사회의 변화와 기독교'를 주제로 개최한 국제학술심포지엄 현장. ⓒ김신의 기자
이밖에 한국연구재단은 연구소의 자생력 확보를 위해 해당 연구소에 지원금액의 30%의 대응 자금 6,000만원 마련을 요청하고 있다.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는 지난 3년간 서울신학대학교, 시흥제일교회(허명섭), 새빛교회(신상범), 조은교회(홍권희), 남군산교회(이종기),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지구촌교회(조봉희), 한국중앙복지개발원(이성순), 서승희 권사 등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이를 달성했다.

박 소장은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한국 기독교가 학문적 연구를 끌어가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거 같다”며 한국교회의 여러 단체와 개인에게 지원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했다.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의 지난 3년 간 구체적 연구 방향과 주요 연구 주제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 1차년도 해방 공간의 한국 정치/사회 흐름과 기독교(대한민국 건국과 기독교 관계 연구): 미군정과 기독교, 독립촉성국민회의와 기독교, 반공과 기독교, 한미관계와 기독교, 3.1운동 논쟁, 대한민국 건국과 기독교
  •  2차년도 한반도의 분단, 통일 그리고 기독교(분단 직후 월남 기독교인들의 활동, 진보주의의 통일운동, 보수주의의 통일운동, 탈북자 문제 연구): 38선의 형성과 월남 기독교인, 월남 기독교인과 대한민국 정부, 월남 기독교인들과 남한 기독교의 재편, 해방 후 반공운동과 민족 복음화운동, 기독교 민주화운동과 통일, 진보정권과 반공 기독교, 탈북민과 기독교, 최근 기독교의 통일담론
  •  3차년도 한국 지역사회의 발전과 기독교(해방 후 전쟁, 도시화, 산업화를 거치면서 한국의 주요 지역에서 기독교의 역할을 연구): 한국전쟁과 서울의 기독교, 서울의 산업화와 대형교회의 출현, 새마을운동과 기독교의 역할, 한국 도시의 형성과 미션 스테이션, 지역도시의 중심으로서의 기독교:전라도, 지역도시의 중심으로서의 기독교:강원도충청도, 지역도시의 중심으로서의 시독교:경상도, 지방자치 시대의 기독교

이에 박 소장은 “한국 기독교는 지금까지 개화기에는 근대문명의 전달자로서,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운동의 기지로서, 해방 이후에는 한국사회 발전의 기여자로서 많은 역할을 해왔지만, 해방 이후 한국 사회에 미친 기독교의 역할에 대해 연구가 미진했다”며 “기독교는 해방 직후 한국사회가 서구 민주주의를 모르고 있을 때 민주주의를 경험한 집단이었고, 한국사회가 비관주의에 빠져있을 때 복음을 통해 희망을 주었고, 남북의 분단을 가장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통일 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한 마디로 정부가 여력이 없으니 기독교가 ‘유사 정부’ 역할을 했다”고 평했다.

2단계 연구 계획에 대해서도 밝혔다. 해당 연구소는 4차년도에서 해방 후의 미션 스쿨의 재편, 대한민국의 건국과 기독교 학교, 기독교인들의 대학 설립, 기독교인들의중고등학교 설립, 최근 종교교육을 둘러싼 논쟁들에 대해 연구하며 ‘한국사회의 형성과 기독교 학교(한국사회의 형성과 발전에 영향을 미친 기독교학교의 설립과 운영 연구)’를 다룰 예정이다.

이어지는 5차년도에서는 전재민 구호 활동과 기독교, 한국전쟁과 국제 외원 단체: CWS와 WRC, 밥 피얼스의 월드 비전과 해방 후 한국사회, 홀트 아동복지회와 입양사업, 한국교회와 구라사업, 컴패션과 고아사업, 정부의 복지정책과 기독교 사회복지에 대한 주요 연구를 통해 ‘한국사회의 형성과 기독교 사회복지(6.25전쟁 후 미국기독교와 한국기독교의 구호활동을 시초로 한국의 사회복지의 발전과정을 연구)’를, 6차년도는 ‘서구문화를 한국에 들여오는 데, 그리고 한국인이 세계로 진출하는 데 기독교가 기여한 것, 교회라는 한국인들의 해외 이민공동체 중심으로 한국사회의 국제화 과정’을 연구 방향으로 삼고 영어교육과 한국 기독교, 미국의 이민 공동체와 기독교, 유학생활공동체와 한인교회, 중국선교와 조선족, 동남아 선교와 한국 기독교 공동체, 아프리카와 한인 기독교 공동체, 한국문화의 국제화와 기독교 선교를 다룰 예정이다.

한편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는 1996년 설립돼 한국 성결교회사 정리에 크게 기여했고, 근래에는 역사교과서의 기독교 서술 문제를 비롯해 현대 한국 기독교의 다양한 이슈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해방 이후 한국사회에 대한 연구는 기독교계를 넘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일반 언론에 실리는 등 주목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