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운동 29년 만에 19번째 부부신장기증인
이식인 김 씨, 29년의 투병생활 마감 건강 되찾아

“신장 두 개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을 위해 나눠주라고 있는 것 같았어요!”

구신용 목사
▲순수 신장기증으로 생명을 살리는 구신용 목사.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는 23일 오후 1시, 순수 신장기증 수술이 진행된다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진행되는 이번 수술에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이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자신의 신장 하나를 기증하고자 나선 이는 구신용 목사(51세, 인천)다.

현재 인천에 위치한 인애교회에서 시무하고 있는 구신용 목사는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수술대에 올랐다. 구 목사가 생면부지 타인에게 신장 하나를 선뜻 기증하게 된 데에는 그의 아내의 영향이 가장 컸다.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 지난 2006년 12월, 구 씨의 아내 홍선희 씨(54세, 인천)는 지인에게 신장 하나를 기증했다.

당시 구 목사 부부가 평소 알고 지내던 한 목사가 만성신부전으로 투병하며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사실 구 목사가 먼저 지인에게 신장 기증을 하려고 나섰지만, 혈액형이 일치하지 않는 등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인해 기증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때 구 목사의 아내 홍 씨가 자신의 신장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지인 목사에게 신장 하나를 기증했다. 이 후 아내의 용기 있고, 아름다운 결정에 큰 감동을 얻었다는 구 목사는 아내를 따라 사후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하며, 헌혈도 100회나 하는 등 지속적으로 생명 나눔에 참여해왔다.

홍선희 구신용 목사
▲병실에서 신장기증을 실천하는 남편 구신용 목사를 응원하는 아내 홍선희 씨의 모습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신장 기증 후 건강하게 생활하는 아내를 보고, 또 아내로부터 신장이식을 받은 목사님 역시 건강을 되찾아 살아가는 것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제 두 눈으로 생명나눔의 고귀한 가치를 목격하다 보니 더 늦기 전에 아내처럼 제 신장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또한 2006년 구 목사는 신장 기증을 한 번 결심했던 후로는 줄곧 생명 나눔의 뜻을 품어왔다며 “신장 두 개 중 하나는 고통 받는 누군가를 위해 나눠주라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

지난 22일 4시, 설교를 모두 마친 뒤 병원에 도착한 구 목사의 곁에는 아내 홍 씨도 함께했다. 구 목사의 신장 기증을 누구보다 지지한 홍 씨는 남편의 손을 꼭 잡으며 “2006년에 신장 기증을 할 때에 남편의 응원과 지지가 있었기에 더욱 용기를 낼 수 있었다”며 “한 생명을 살리겠다는 굳은 의지로 신장 기증을 실천하는 남편이 자랑스럽다”는 뜻을 밝혔다. 그런 아내의 응원 덕분인지 구 목사는 큰 수술을 앞두고도 “하나도 떨리지 않고 편안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번 신장 기증 수술의 간병을 자처하며 동행한 아내 뿐만 아니라 구 목사 부부의 두 딸 역시 “어머니에 이어 아버지까지 생명을 살리는 일에 앞장서는 모습이 무척 자랑스럽고, 생명나눔은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부부의 나눔의 뜻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이로써 9월 23일, 올해 첫 부부 신장기증인이자 국내 장기기증 운동이 시작된 지 29년 만에 19번째 부부 신장기증인 탄생하게 됐다.

“29년 간 기다린 신장이식, 끝이 없을 것 같던 투병생활을 끝나다니 꿈만 같아요!”

한편, 구 목사로부터 순수 신장 기증으로 새 생명을 선물 받게 된 주인공은 60대 남성 김 모 씨다. 김 씨는 지난 1990년, 잦은 코피와 피로감, 숨이 차는 증상 등으로 급히 병원을 찾았다. 당시 진단받은 병명은 ‘만성신부전’이었다. 신장이 모두 망가져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신장 이식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라고 했다.

김 씨는 그로부터 무려 29년 동안이나 이틀에 한번 꼴로 혈액투석 치료를 받으며 기나긴 투병생활을 이어갔다. 오랜 투병생활로 인해 다니던 직장을 잃고, 이혼으로 가정도 잃게 된 김 씨는 힘겨운 나날을 버텨야만 했다. 혈액투석 치료를 너무 오랜 기간 받아 팔의 혈관들이 자주 막히게 됐다는 김 씨는 최근에는 다리에 주사 바늘을 꽂고 혈액투석 치료를 받기에 이르렀다. 그의 팔과 다리에 비정상적으로 튀어나온 혈관이 29년 간 고통스러웠던 투병 생활을 역력히 보여줬다.

그동안 기초생활 수급자로 지내며 간신히 투병생활을 이어온 김 씨에게 신장기증인이 나타났다는 소식은 힘겨운 삶의 한 가닥의 빛 같았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자신에게 신장을 기증해 줄 기증자를 찾게 된 것이다.

지난 21일 병실에서 29년의 투병 생활에 종지부를 찍는 마지막 혈액 투석 치료를 받던 김 씨는 “제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언제 끝날지 모를 투병 생활에 앞날이 막막하기만 했다”며 “그런 저에게 새로운 삶을 꿈꿀 수 있도록 생명을 선물해 주신 본부와 기증인께 감사하고 또 감사드린다”라며 울먹였다. 이어 앞으로 평범한 삶을 되찾게 된다는 기대와 함께 “어렵게 찾아온 이식의 기회를 통해 건강을 회복해서 제가 받은 사랑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나누며 살겠다”라는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