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운동 29년 만에 19번째 부부신장기증인
이식인 김 씨, 29년의 투병생활 마감 건강 되찾아
“신장 두 개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을 위해 나눠주라고 있는 것 같았어요!”
▲순수 신장기증으로 생명을 살리는 구신용 목사.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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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인천에 위치한 인애교회에서 시무하고 있는 구신용 목사는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수술대에 올랐다. 구 목사가 생면부지 타인에게 신장 하나를 선뜻 기증하게 된 데에는 그의 아내의 영향이 가장 컸다.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 지난 2006년 12월, 구 씨의 아내 홍선희 씨(54세, 인천)는 지인에게 신장 하나를 기증했다.
당시 구 목사 부부가 평소 알고 지내던 한 목사가 만성신부전으로 투병하며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사실 구 목사가 먼저 지인에게 신장 기증을 하려고 나섰지만, 혈액형이 일치하지 않는 등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인해 기증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때 구 목사의 아내 홍 씨가 자신의 신장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지인 목사에게 신장 하나를 기증했다. 이 후 아내의 용기 있고, 아름다운 결정에 큰 감동을 얻었다는 구 목사는 아내를 따라 사후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하며, 헌혈도 100회나 하는 등 지속적으로 생명 나눔에 참여해왔다.
▲병실에서 신장기증을 실천하는 남편 구신용 목사를 응원하는 아내 홍선희 씨의 모습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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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2006년 구 목사는 신장 기증을 한 번 결심했던 후로는 줄곧 생명 나눔의 뜻을 품어왔다며 “신장 두 개 중 하나는 고통 받는 누군가를 위해 나눠주라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
지난 22일 4시, 설교를 모두 마친 뒤 병원에 도착한 구 목사의 곁에는 아내 홍 씨도 함께했다. 구 목사의 신장 기증을 누구보다 지지한 홍 씨는 남편의 손을 꼭 잡으며 “2006년에 신장 기증을 할 때에 남편의 응원과 지지가 있었기에 더욱 용기를 낼 수 있었다”며 “한 생명을 살리겠다는 굳은 의지로 신장 기증을 실천하는 남편이 자랑스럽다”는 뜻을 밝혔다. 그런 아내의 응원 덕분인지 구 목사는 큰 수술을 앞두고도 “하나도 떨리지 않고 편안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번 신장 기증 수술의 간병을 자처하며 동행한 아내 뿐만 아니라 구 목사 부부의 두 딸 역시 “어머니에 이어 아버지까지 생명을 살리는 일에 앞장서는 모습이 무척 자랑스럽고, 생명나눔은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부부의 나눔의 뜻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이로써 9월 23일, 올해 첫 부부 신장기증인이자 국내 장기기증 운동이 시작된 지 29년 만에 19번째 부부 신장기증인 탄생하게 됐다.
“29년 간 기다린 신장이식, 끝이 없을 것 같던 투병생활을 끝나다니 꿈만 같아요!”
한편, 구 목사로부터 순수 신장 기증으로 새 생명을 선물 받게 된 주인공은 60대 남성 김 모 씨다. 김 씨는 지난 1990년, 잦은 코피와 피로감, 숨이 차는 증상 등으로 급히 병원을 찾았다. 당시 진단받은 병명은 ‘만성신부전’이었다. 신장이 모두 망가져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신장 이식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라고 했다.
김 씨는 그로부터 무려 29년 동안이나 이틀에 한번 꼴로 혈액투석 치료를 받으며 기나긴 투병생활을 이어갔다. 오랜 투병생활로 인해 다니던 직장을 잃고, 이혼으로 가정도 잃게 된 김 씨는 힘겨운 나날을 버텨야만 했다. 혈액투석 치료를 너무 오랜 기간 받아 팔의 혈관들이 자주 막히게 됐다는 김 씨는 최근에는 다리에 주사 바늘을 꽂고 혈액투석 치료를 받기에 이르렀다. 그의 팔과 다리에 비정상적으로 튀어나온 혈관이 29년 간 고통스러웠던 투병 생활을 역력히 보여줬다.
그동안 기초생활 수급자로 지내며 간신히 투병생활을 이어온 김 씨에게 신장기증인이 나타났다는 소식은 힘겨운 삶의 한 가닥의 빛 같았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자신에게 신장을 기증해 줄 기증자를 찾게 된 것이다.
지난 21일 병실에서 29년의 투병 생활에 종지부를 찍는 마지막 혈액 투석 치료를 받던 김 씨는 “제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언제 끝날지 모를 투병 생활에 앞날이 막막하기만 했다”며 “그런 저에게 새로운 삶을 꿈꿀 수 있도록 생명을 선물해 주신 본부와 기증인께 감사하고 또 감사드린다”라며 울먹였다. 이어 앞으로 평범한 삶을 되찾게 된다는 기대와 함께 “어렵게 찾아온 이식의 기회를 통해 건강을 회복해서 제가 받은 사랑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나누며 살겠다”라는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