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통일아카데미
▲17일 숭실통일아카데미에서 백미순 박사가 강의하고 있다. ⓒ숭실통일아카데미
북한은 주민에게 주체사상을 각인시키기 위한 '주체음악'과 그 중에도 절대 권력자인 김일성 3대를 신격화하고 수령형상을 창조,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수령형상 음악'을 체제 유지의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백미순 숭실대 기독교통일지도학 박사는 17일 저녁 숭실대에서 열린 2019년 2학기 숭실통일아카데미(원장 조요셉 목사)에서 "북한 수령형상 음악과 한국 복음성가 사이의 많은 유사점은 북한선교에서 찬양선교가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준다"며 "찬양선교를 위한 악곡과 인적 자원, 시스템이 준비되고, 한국교회의 찬양선교 자원과 역량을 실제 통일 선교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백 박사는 "이는 한국교계가 초교파적 연합을 통해 준비해 나가야 할 선교적 과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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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순 숭실대 기독교통일지도학 박사 ⓒ숭실통일아카데미
공주사범대학교에서 음악교육학과를 전공하고 숙명여대 음악치료대학원을 마친 백미순 박사는 음악치료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며, 행복문화예술포럼 대표(2010~2015), 강남음악학원 대표(1997~2015), 민주평통안산시협의회 운영위원 및 문화예술분과위원장(2009~2017)을 역임하고 현재 민주평통서울시강서구협의회 문화예술분과위원장(2017~현재)으로 활동 중이다. 대한민국예술협회 최고지도자상(97년), 대통령표창(2013년)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다.

백미순 박사의 박사학위 논문 '북한의 수령형상 음악에 인입된 기독교적 특성 연구'를 요약 발표한 이날 강의에서는 우리나라 국립중앙도서관 북한자료센터가 8월 현재까지 확보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북한의 대표적 예술전문학술지이자 조선로동당의 문예정책을 반영하는 '조선예술'에 수록된 57개 수령형상 음악에 들어가 있는 기독교적 특성이 공개됐다. 비교분석 대상으로 택한 한국 복음성가는 '하나님의 은혜' '또 하나의 열매를 바라시며' 등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작곡된 곡 가운데 비교분석이 가능한 17곡이다.

"수령형상 음악의 바탕은 종교성에 뿌리 둔 주체사상"

백 박사는 수령형상 음악과 한국 복음성가적 특성을 비교하여 분석한 이유에 대해 "수령형상 음악의 바탕에 주체사상이 있고, 주체사상은 종교성에 뿌리를 두는데, 특별히 기독교적 특성이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수령형상 음악의 핵심인 '송가'(위인이나 역사적 의의를 가지는 사건들을 칭송하여 부르는 노래)는 '신성'이나 '영광'을 나타내는데, '영생불멸의 혁명송가'로 불리는 '김일성장군의 노래'는 김일성이 영생불멸의 신적 존재임을 계속 강조하고, '장군님은 태양으로 영생하신다' 노래는 김정일에 대한 신성화, '우리의 김정은동지' 노래는 김정은에 대한 신성화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정은 시대 대표적 영광 송가로 '김정은 장군께 영광을'을 꼽으며 "북한은 김일성 3대를 하나님의 위치에 올려놓고 모든 영광을 받게 하고 있음을 본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백 박사는 "북한은 조선로동당을 중심으로 하는 강력한 당 우위 정책을 펼치면서, 인민이 당과 운명공동체가 되어 당을 찬양하면서 당의 노선을 철저히 따라갈 수 있도록 많은 송가를 만들었다"며 "이는 교회 공동체성과 연계되며, 푯대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고 그분과 함께하는 삶을 누리고 말씀을 지켜가는 그리스도인의 신앙생활 원리와 상당히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백 박사는 "지도자의 인민에 대한 사랑과 그 사랑에 감격하고 노래하는 인민의 모습을 담은 '인민 송가'는 하나님의 성도에 대한 사랑과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구원의 은혜, 인도의 은혜, 보호의 은혜를 찬양으로 고백하는 성도들의 모습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며 "대표적 인민 사랑곡 '인민 사랑의 노래'는 성경의 하나님의 자녀 사랑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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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박사는 북한의 수령형상 음악의 특성으로 “유일영도체계 유지 수단으로서 철저히 가사에 의존하고, 선율의 진행과 독특한 리듬꼴의 사용, 화성진행의 유려함 등 음악적 구성의 유희는 대부분 배제된다”고 말했다. ⓒ숭실통일아카데미
"수령형상 음악과 복음성가, 같거나 유사한 음악적 장치 사용"

백 박사는 북한 수령형상 음악 57곡 중 '우리 어버이'를 제외한 최소 56곡에서 "리듬과 멜로디, 화성 모두 주로 수령에 대한 감사와 사랑의 고백과 당에 대한 충성심, 사회주의 체제 옹호와 미래에 대한 희망의 가사를 표현하는 것에 맞추어져 있다"며 ①가사를 표현하기 위한 극적인 화성과 멜로디 사용 ②가사 전달을 위한 리듬 사용 ③부3화음과 반음계적 진행 ④전과음(바꿔지남음)과 계류음(걸림음) 사용 ⑤부딸림 7화음 사용을 음악적 특성으로 꼽았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구원받은 성도의 간증, 성도들이나 불신자들에게 교훈, 권면, 위로를 담아 부르는 한국 복음성가의 음악적 특징으로는 ①'도입부-1절-후렴-2절-후렴(2~3회 반복)-연결구 또는 후주-후렴-후주'의 일반적인 '송폼'(song form) 형식이며 ②특별한 정서를 불러일으키고 가사를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특정 화성 배치 ③동형진행의 반복과 재즈 리듬 사용 ④가사 표현을 위한 극적 선율 진행 등을 음악적 특성으로 소개했다.

백미순 박사는 "북한의 수령형상 음악과 한국 복음성가에 나타난 음악적 특성을 비교한 결과, 두 음악 모두 가사를 표현하기 위한 극적인 선율 진행 양상을 띤다"며 "리듬과 화성, 구조와 형식적 공통점, 악곡의 구조와 형식에서 대부분 후렴이 있는 3절 이상의 유절 형식, 전통적 화성진행에 부딸림 7화음을 부분적으로 사용해 부르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느낌을 고조시키는 등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곧 "수령형상 음악과 복음성가는 음악을 통해 감정을 고취시키고, 신념을 강화하며, 사고나 행동의 변화와 헌신을 요구하는 작곡 의도를 가지고 있다"며 "이를 위해 서로 같거나 유사한 음악적인 장치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이점으로는 "①수령형상 음악은 수령과 당을 상징하는 특정 가사를 강조하기 위해 리듬을 활용하는 반면, 복음성가는 가사를 말하듯 표현하기 위해 리듬을 활용하고 ②수령형상 음악은 점8분음표와 16분음표 사용 빈도가 월등히 높은 반면(선전도구로써 경쾌한 느낌 주력), 복음성가는 당김음의 사용 빈도가 월등히 높고(가사의 표현성을 높이기 위해 언어와 리듬 일치) ③복음성가는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동형진행 반복에서도 세밀하게 리듬을 변형시키는 특징이 있는 반면, 수령형상 음악은 이러한 세밀한 리듬 조정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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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박사는 “북한은 당 송가를 활용하여 기독교의 교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 당을 올바로 세워나가는 데 온전한 헌신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숭실통일아카데미
"찬양선교로 통일 기반 조성 다각화 하길"

백미순 박사는 이처럼 북한 주민의 통치수단을 넘어 종교성을 가진 수령형상 음악의 특성을 알고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기도하고 감사하는 기독교 찬양을 활용한 영적 접근은 북한 주민의 사상과 삶 속에 자리 잡고 있던 수령형상을 창조주 하나님으로 대체시킬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한 예로 찬송가 '내 주를 가까이하게 함은'의 가사 중 '숨질 때 되도록 늘 찬송하면서 주께 더 나가기 원합니다' 부분을 북한 노래 '천리라도 만리라도'의 가사 중 '천리라도 만리라도 따르리 원수님만 끝까지 받들어 가리라 이룩할 위업도 결심도 그이와 하나되어'와 비교하여 소개할 수 있을 것으로 제안했다.

백 박사는 이어 "수령형상 음악이 통일 후 민족의 동질성 회복이나 북한선교에 강력한 도전이 될 것을 한국 기독교계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며 "한국교회의 찬양선교 자원과 역량을 활용하여 복음적 평화 통일 기반 조성을 다각화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