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계에서 성추문이 계속되고 있다. 80대 노인인 성락교회 김기동 씨가 20대 여성과 숙박업소를 드나드는 동영상이 공중파 TV를 통해 공개된 것이 불과 2주 전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청어람ARMC 대표 양희송 씨가 “수년 간 아내 모르게 다른 여성과 관계를 맺어왔다”며 불륜을 자백하고, 자신이 설립한 청어람ARMC 이사회에서 면직당했다.

‘복음주의 운동가’로 불리길 원했던 양희송 씨는 온누리교회, 서울대기독인연합, 뜨인돌, 학원복음화협의회, 전하세 예수, 복음과 상황 등, 자칭 ‘기독교 세계관’과 ‘기독교 지성 운동’ 주류에서 활동하며, 하나의 진영 또는 세력을 대표해 온 셈이다. 그가 오랜 기간 활동해온 대상이자,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했던 대상은 인생과 신앙에 대해 회의하고 질문하는 20-30대 청년들이었다.

양희송 씨의 불륜이 가볍지 않은 것은, 이러한 이유들 때문이다. 특히 그는 최근 수년간 각종 이유로 교회에서 상처를 받은 끝에 교회에 나가지 않는다는 ‘가나안 성도’ 담론을 주도하고 그들을 위해 사역해온 인물이다.

기존 교회에서 받은 실망 또는 상처 때문에 신앙의 끈을 놓기 직전, 마지막으로 자신을 붙잡은 이들을 상대로 사역해 온 사람이 저질렀다는 이 수년 간의 행위는, 그들을 그야말로 사지로 내모는 것과 같다. 주님은 “나를 믿는 이 작은 자들 중 하나라도 실족하게 하면 차라리 연자맷돌이 그 목에 매여 바다에 던져지는 것이 나으리라(막 9:42)”고 하셨다.

그런 차원에서라도, 이번 사건은 양 씨의 가족 등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그 전말이 공개되어야 한다. 그리고 양 씨가 설립한 청어람ARMC 역시 사건을 인지한 지난 8월 중순부터 ‘양희송 대표 면직, 이사직 해촉’ 발표가 있었던 9월 9일까지 약 한 달간의 사건 처리 과정을 한국교회 앞에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

청어람ARMC 이사회는 9일 돌연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불륜 사실을 밝히면서, ‘8월 중순 일신상의 문제를 인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윤리와 청어람ARMC 구성원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 ‘한 개인의 사적 영역에서 벌어진 사건’, ‘조직으로서 그 전말 모두를 다루기에는 역할의 한계와 실제적 난점 존재’ 등 실망스러운 용어들을 사용하면서 핵심 내용들을 회피했다.

무엇보다 이들의 이러한 발표만으로, 이번 사건이 그들이 비판해 온 ‘(그루밍) 성폭력’이 아닌 단순 ‘불륜’이라고 단정할 근거가 전혀 없다.

청어람ARMC가 지금처럼 계속 사건을 축소·은폐하고 한국교회 앞에 전말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그들은 ‘한국교회와 사회의 새로운 상상력과 담론의 생태계’가 아닌, 그들이 비판해 온 ‘기독교 생태계의 파괴자’ 목록에 추가될 것이다.

청어람 이사회는 입장문에서 “낙심치 않고 선한 사업을 지속하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그들이 설립자의 성추문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소망을 품고 나아가고자 한다면, 그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들에게 대답할 것을 마땅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남의 일처럼 당당하고 시니컬하게’가 아니라, 온유와 두려움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