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뱅, 자본주의의 고삐를 잡다
칼뱅, 자본주의의 고삐를 잡다

이오갑 | 한동네 | 608쪽 | 28,000원

이오갑 박사는 한신대학교에서 칼빈을 연구하고 강의한 대표적인 인물이다(칼빈과 칼뱅, 표준어는 칼뱅이지만, 칼빈이 좀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필자는 칼빈을 사용하지만, 저자가 칼뱅을 사용하기 때문에 칼뱅이라고 사용한다).

이 박사는 칼뱅의 신학 내용과 함께 칼뱅 전반에 걸쳐 있는 부분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칼뱅과 자본주의의 관계이다.

칼뱅에게 자본주의의 효시가 부여된 것은 영광일까, 맹점일까? 그것은 자본주의를 정의하면 좀 더 쉽게 답이 나올 것이다.

자본주의는 단순하게 자본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중세 시대까지 자본은 부정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해운 상업이 발달하면서 자본이 형성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것에 대해 교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칼뱅이 그것에 대해 당대의 신학적 방안을 제시한 것이 자본에 대한 매뉴얼이 되었다.

그렇다면 그것이 자본주의의 효시일까? 그렇지는 않다. 그 시대에 대한 합당한 신학적 대안을 제시한 것뿐이다. 우리는 그것을 받아 악용한 사례와 정당한 사례를 잘 파악해야 한다.

필자는 칼뱅이 그 시대에 부합하는 경제 대안을 창출한 것 자체에 큰 가치를 둔다. 이 박사는 그 가치를 매우 세밀하게 밝혔다. 노동, 직업, 임금의 가치를 명확하게 제시해 주었다.

필자는 대부업, 이자 사업을 금지하는 것으로 성경을 이해했다. 그런데 칼뱅은 대부업 등 다양한 요소를 인정하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창시로 여길 만큼 이를 파격적으로 해소한다.

이 박사는 칼뱅이 성경에서 이자 사업을 금지하지 않음을 해석하고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제네바에서 합법적으로 대부업이 시작하게 된 계기가 칼뱅에게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금융 강국이 스위스이고, 금융 사업은 자본주의의 정점에 있다.

그렇다면 칼뱅은 자본주의의 효시일까? 저자는 막스 베버 이래로 규정되는 칼뱅의 자본주의 친화적 테제를 거부한다. 칼뱅을 자본주의 효시로 평가한 트뢸치, 토니 등 다수 학자들의 주장에 대한 거부이다.

칼뱅이 인정하는 다양한 자본주의적인 요소들, 많은 학자들이 그것으로 자본주의 효시로 평가한 사안들을 제시하고, 그럼에도 자본주의 효시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근거를 함께 세운다.

존 칼빈
▲존 칼빈. ⓒFIM 국제선교회 제공
<칼뱅, 자본주의의 고삐를 잡다>는 칼뱅의 경제 경륜을 볼 수 있는 매우 유익한 저술이다. 필자는 칼뱅을 목사로 평가하여, 목사의 모범으로 제시한다.

칼뱅은 신앙적으로 옛길을 밝힌 개혁파일 뿐 아니라, 상업사회, 자본사회에 적합한 경제 경륜을 제시해서 스위스 제네바를 새로운 공동체로 구성시켰다.

세계 역사는 자본 시대, 그리고 정보 시대에서 AI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 자기 시대의 상황을 파악하고 적극적인 대안을 창출하는 것이 목사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이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주도할 수 있는 신학적 행동방식을 창출해야 한다.

이 박사의 글은 칼뱅이 어떻게 그 시대에 상황을 정립하였는지를 잘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래서 칼뱅의 신학 영향을 받은 지역이 지엽적이지만, 그의 영향력이 세계 사회 전반에서 보이지 않게 작용하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칼뱅, 자본주의의 고삐를 잡다>을 읽으면서, 우리는 당시 제네바의 경제 상황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한 칼뱅의 경륜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박사가 제기하는 칼뱅이 왜 자본주의의 효시가 아닌가를 파악할 수 있다.

필자는 그것을 넘어 독자들이 21세기 현재 대한민국과 세계 상황을 파악하며, 시대정신이 아닌 성경에 근거한 사고 체계로 적절한 대안을 창출할 수 있는 경륜을 펼쳐야 하는 임무를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고경태
크리스찬북뉴스 운영위원, 광주 주님의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