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록
▲서성록 교수 ⓒ김신의 기자
난해한 현대 미술을 기독교인은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지난 23일 ‘2019 크리스천 아트포럼’에서 ‘몸, 현대미술과 기독교의 관점’을 주제로 발제한 서성록 교수(안동대)가 이에 대해 고찰했다.

그는 가장 많은 미술가들이 주요 소재로 이용한 ‘몸’을 통해 그리스 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양상을 살피며 기독교적 함의를 개괄하고 기독교적 세계관의 실현과 예술의 성육신적 인식에 대해 조망했다.

서 교수는 “현대 미술의 몸은 몸 자체의 문제보다 사회, 정치적, 이념적 맥락과 결부되어 있다. 즉 인체가 상품의 선전, 페미니즘과 동성애, 섹슈얼리티, 사회구성물 등 각종 투쟁의 전면에 나서게 됐다”며 “그 결과 고대 그리스에서 말한 이상적 아름다움을 간직한 인물상이나 하나님의 형상을 간직한 피조물의 이미지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고 했다.

현대미술과 세기 전반에 걸쳐 나타난 ‘몸’

서 교수는 “과거 사회를 묶어준 전통, 권위, 가치와 같은 중심축이 바뀌는 과정에 선두로 나선 것이 철학자와 예술가로 이루어진 ‘소수의 전위대’였다. ‘모든 외적인 권위로부터의 자유’를 주장한 이래 사회의 구심력을 행하는 모든 것이 상실되었다”며 “현대 미술사를 보면 사진, 회화, 비디오, 조각 등 여러 방면에 걸쳐 몸의 재현을 위한 시도를 꾸준히 전개한 것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통받는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몸의 이미지를 빌리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몸의 미학에 기계화된 강박관념을 투사하거나 몸을 정신이 숨쉬는 공간으로 인식하기보다 사회의 제반 문제를 파헤치는 데 득이 된다고 보는 시각이 우월하다”고 했다.

그는 “몸에 대한 멸시는 자학과 나르시시즘을 애호하는 작가에게 두드러지며, 인체를 사회, 정치적 맥락 혹은 페미니즘 운동의 일환으로 이용하기도 한다”며 “또 현대미술은 기본적으로 전통적인 가치와 동떨어져 절대적 진리를 의심하고 반종교적인 점을 숨기지 않는다. 육체는 단순히 시각적인 것을 넘어 자신과 연결된 초월성, 의미심장함, 가치성을 송두리째 잃어버렸고, 윤리와 도덕적 판단에서 분리된 육체는 소비의 내재성에 자신을 떠넘기며 더 이상 몸이 주체가 아니라 각종 이해(섹슈얼리티, 정치, 상품, 페미니즘)에 끼여 존재감을 잃고 미궁, 무질서의 딜레마에 빠졌다”고 했다.

이어 서 교수는 ‘이상적 미(Ideal Beauty)’를 골몰해왔던 그리스 시대와 로마 시대, 르네상스 시대와 근대 시기의 미술에서 드러난 ‘몸’에 대해 이야기했다. 폴리클레이토스(Polykleitos), 비트루비우스(Vitruvius) 등의 그리스 예술인들을 언급한 서 교수는 “그리스 조각을 볼 때 일찍이 인체 조각가 사이에 고정된 체계가 존재한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큰 전제로 ‘비례’로 설명되는 어떤 ‘구성 원리’를 지닌다고 믿었고, 그 다음으로 미(美)에 대해 ‘조화로운 관계’, 즉 인체의 아름다움은 ‘합리적 개념’, ‘수학적 질서’를 취할 때 완벽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몸의 기독교적 이해

서 교수는 “이러한 몸의 왜곡은 기독교적 관점에서 볼 때 뿌리 깊은 역사와 관련되어 있다”며 “‘도시티즘(Docetism)’과 ‘그노시티즘(Gnosticism)’이 폄하의 큰 촉진 요인”이라고 꼽았다. 그는 “이 두 사고 체계는 물질적인 것을 영적 깨달음과 대척지점에 놓고 육체를 악으로 여긴다”고 했다.

이에 대해 “단적으로 표현된 것은 중세교회이지만 사실 그 잔재는 뜻밖에도 현대 미술에 있다. 비물직적인 것의 강조, 비의적이고 관념적인 것의 추구가 그러하다”며 “또 육체미를 맹신하거나 학대를 가하며 가혹하게 대하는 풍조도 왜곡된 사고가 낳은 부산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아에 대한 성경적 이해는 물질적인 것을 영성의 구성요인으로 간주하는 것”이라며 “성경에서 몸은 일관적으로 ‘거룩한 성령과 우리의 인간 영 사이의 역동적인 관계가 머물기에 적합한 물리적 장소’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또 “기독교인의 육체관은 우리가 초월적 위격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기에 아름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성경의 교훈에 의하면 우리는 모든 사람 안에 있는 하나님의 형상을 보며 그 형상에 대해 경의와 사랑을 표시하라고 말한다”고 했다.

그는 “문제는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는 인간의 범죄가 본래의 창조마저 변질시켜버리고만 셈”이라며 “우리는 타락으로 인해 하나님과의 관계를 상실했지만, 그럼에도 ‘인간의 육체’는 하나님을 위해 이 땅을 다스리는 인격의 매개물, 즉 우리는 하나님의 아름다운 예술 작품이자 그분의 뜻을 수행하는 대리인이 되어야 한다. 예술가들은 하나님의 형상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그림, 조각을 할 수 있으며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했다.

서 교수는 “기독교 영성에 뿌리를 내린 예술은 예수님의 본질과 성품에 근거한 예술을 추구하며, 나와 사회, 나와 세상의 소통을 시도한다”며 “기독교의 관점에서 몸의 행위는 그 사람의 심령과 거울과 같다. 즉 도덕적 판단과 결정을 유발하는 기저에 마음이 있고 그것이 우리 몸을 실현에 옮기도록 한다. 몸은 선과 악이 실행하고 작동하는 무대와 같다”고 했다.

끝으로 서 교수는 “기독교 미학에 내재해 있는 독특한 개념인 ‘성육신’은 세속적 세계관에 빠진 사람에게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죄로 인해 우리의 아름다움이 숨겨졌지만 은총으로 인해 점차 아름다움이 드러나고 회복되어야 한다”며 예술의 성육신적 접근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