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올림픽 계기로 출발한 태권도 선교
할렐루야태권도단, 국가대표 1/4 배출
태권도 정신, 예수님 제자도와 비슷해
사범에게 순종 관계, 자연스럽게 전도

태권도 이용해
▲훈련생들이 시범을 보이고 있다. ⓒ이대웅 기자
국내 대표 관광지 제주도가 ‘스포츠 선교’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용해 목사는 이곳에서 제주태권도선교훈련원을 이끌며 다양한 사역의 장을 열고 있다. 지난 2주간 제주 하람교회(담임 최상권 목사)에서 임팩트 훈련을 진행중인 이 목사를 만났다.

-태권도 선교의 현황이 궁금합니다.

“태권도 선교는 88 서울올림픽을 통해 ‘태권도 시범’을 중심으로 시작됐습니다. 이후 할렐루야 태권도단이 창설됐고, 이를 중심으로 세계체육인 선교회가 조직되고 체육선교신학교도 문을 열면서 ‘태권도 선교사’들이 배출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전국에 흩어진 태권도 선교사들 중 60%가 그곳 출신입니다. 뿐만 아니라 태권도 실력도 뛰어나, 국가대표의 1/4 정도가 배출되기도 했습니다. 지금 태권도 국가대표가 주로 나오는 용인대와 경희대보다 많은 숫자였습니다.

나름 탄탄대로를 걸으면서 종합대학으로까지 발전을 추구했는데, 잘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그곳에서 배출된 선교사들이 TIA선교회, 국제태권도선교회, 고신대 태권도선교학과 등 3곳에서 태권도 선교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무비자 지역인 제주를 거점으로 삼아 CCC를 중심으로 새로운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TIA선교회는 ‘Taekwondo in Action’의 준말로, 태권도 시범 집회를 통한 대중전도와 개인전도, 태권도 시합장 전도, 태권도 선수 학교 방문 전도 등을 하고 있습니다. 훈련 사역을 통해 해외로도 선교사를 파송하고 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사역은 2주간 진행되는 ‘임팩트 태권도 훈련’으로, 믿음 유무와 관계없이 태권도를 좋아하는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훈련입니다. 기본 체력 훈련부터 태권도 격파, 순모임 등을 실시합니다.

여름과 겨울 2회 열리며, 겨울에는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베트남 등 동남아부터 일본, 튀니지, 토고 등 외국에서도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12주 파워프로그램을 할 때는 CCC 리더십 트레이닝 교육을 함께합니다.”

-스포츠 선교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스포츠는 마지막 시대에 주신 선교의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해외에서는 태권도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태권도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 많고 저희 훈련의 질이 높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기독교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자녀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스포츠는 ‘1등’만 강조할 뿐, 멋있게 지거나 따라가는 리더십에 대해선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제자도와 ‘태권도 정신’은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태권도 고유의 복종과 팀워크를 가르치다 보면, 제자도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것입니다.

태권도 훈련은 처음에 사범에게 절대 복종을 강조하지만, 점차 순종으로 바뀝니다. 그런데 자신이 존경하게 된 사범이 알고 보니 크리스천이고, ‘내가 가는 교회에 한 번 가 보지 않겠냐’고 권유하면 받아들일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중고등학생들이 길거리에서 농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지듯, 태권도도 금세 친해집니다. 처음부터 복음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사범과 훈련생과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신뢰를 쌓는 과정 자체가 일종의 전도 행위입니다. 저도 국가대표를 10명 이상 키워냈는데, 절반 이상은 믿지 않는 친구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태권도가 좋아서 찾아왔지만, 순모임도 갖고 단기선교도 함께 다녀오고 제가 하는 CCC 훈련도 받다 보니, 이슬비 젖듯 크리스천이 됩니다. 지금은 장기 선교사로 나가 있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태권도 이용해
▲발차기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태권도 선수들이 ‘선교사’로서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가져야 하는 것 아닐까요.

“아시겠지만, 요즘에는 중동이나 중앙아시아 등 선교사 신분으로 들어갈 수 없는 선교지들이 적지 않습니다. 선교사 신분으로 그곳에 들어가면, 태권도 사역 자체를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선교사 신분을 지우고 ‘태권도 사범’으로 선교지에 나갑니다. 개인적인 친분을 쌓고 사범으로 따르는 제자들은 자연스럽게 복음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선교사라는 인식이 있을 경우, 태권도를 배우러 아무도 찾아오지 않습니다.

어느 해외 한 국가에서 20명이 한국으로 훈련하러 들어온 적이 있는데, 그들은 그 사범이 선교사인 줄은 몰랐습니다. 태권도 훈련을 2주간 실시하고 인근 해수욕장에 놀러갔는데, 제주로 단기선교를 위해 찾아온 팀이 그들에게 세족식을 하면서 복음을 전했습니다.

태권도는 잘 하지만 영적 수준이 못 미치는 이들을 위해 ‘태권도선교학과’가 필요합니다. 여러 기독교 대학에 관련 학과가 개설돼 있었지만,지금은 고신대에만 남아 있습니다.”

-태권도 선교사 훈련생들의 신학적인 부분은 어떻게 채우시는지요.

“저희는 태권도 실기를 위주로 가르치는 곳입니다. 제가 CCC 출신이기 때문에, 태권도 선교사 훈련생들에게는 기본적으로 CCC 제자훈련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선교사 파송을 원할 경우 CCC 선교사 훈련을 받도록 합니다.

각 교단 파송 선교사 등 선교 관련 교육을 이미 받은 선교사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쳐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선교사’ 신분으로 들어가기 힘든 곳이 많고, ‘비즈니스 미션’ 차원입니다.

파송된 선교지들 중 절반 정도는 현지 지도자들이 세워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교지에서는 ‘무조건 따라와’, ‘무조건 헌신하라’고 하는 것은 통하지 않습니다. 고교생들까지는 가능하지만, 대학생이 되면 직업을 찾아 흩어져 버립니다.

그래서 그들에게도 ‘비즈니스 미션’을 가능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태권도장’을 오픈해 주려고 합니다. 해외에서는 국내처럼 많은 재정이 필요하진 않습니다. 필리핀의 경우 3천만원 정도만 있으면 번듯한 도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단, 도장에는 메인과 보조 사범, 그리고 행정을 맡을 사람까지 3명이 필요합니다. 현지 지도자들에게 3년간 보수를 지원하되, 얻은 수익으로 다음 태권도장을 세울 때 어느 정도 돕도록 하고 있습니다. 자립까지 어느 정도 가능해졌습니다.”

-제주도에서 국제 태권도 선교 컨퍼런스가 2년마다 열리고 있지요.

“제주에 온지 6년째인데, 무슨 사역을 할지 기도하다 해외 선교사들을 모두 불러모아 컨퍼런스를 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바로 준비에 들어갔습니다(웃음).

해외 선교사 130여명에게 오가는 교통비만 자비로 하면, 1주일간 숙식과 훈련 비용까지는 제가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제주 지역 교회들이 후원해 주셔서 30개국 60여명의 선교사들이 모여 첫 컨퍼런스를 잘 치렀습니다.

2회 컨퍼런스를 준비하려는데, 아무래도 선교사들이 항공료 때문에 부담스러워했습니다. 그래서 전국 풀타임 태권도 사역자 30여명과 다음 컨퍼런스까지 ‘항공료를 위한 십일조’를 결의했습니다. 1년간 4천만원 정도가 모였습니다. 6개월 전 티켓을 끊어 준비했고, 3회 컨퍼런스까지 진행됐습니다.

‘태권도 선교사’들은 정말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섬기기 때문에, ‘선교사’로 알아주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컨퍼런스에서 함께 모여 서로 주옥같은 간증을 듣고 은혜를 받고 재충전도 하고 새로운 태권도 프로그램 교육도 받는 등 많은 유익을 얻고 있습니다. 컨퍼런스 후에는 훈련생들 중 선발된 간사 30명의 훈련을 실시합니다.”

-비전이 있으시다면.

“태권도 선교는 아직 생소하기 때문에, 교회나 교단에 사역에 대해 이해시키고 후원을 요청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저는 CCC 간사여서 후원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는데, 여러 사역을 위해 고정적인 수입이 필요하기에, 제주 내 펜션을 인수해 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하는 임팩트 훈련도 300만원 이상 소요되는데, 제가 절반 이상 경비를 대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위암 선고를 받았다가 기적적으로 치유를 받았습니다. 앞으로의 삶은 ‘덤’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주에서 태권도 훈련과 파송을 계속 하고 싶고, 신학적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각 대학에 태권도 선교학과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수도권에 하나 생긴다면, 무조건 30명 이상의 학생들은 모집이 될 것입니다.”

태권도 이용해
▲이용해 목사와 훈련생 양하민 씨(왼쪽부터). ⓒ이대웅 기자
이용해 목사의 지도로 임팩트 훈련을 받고 있는 훈련생 양하민 씨(20)도 만나봤다. 양 씨는 아신대(ACTS) 1학년, 신학생이다.

양하민 씨는 “초등학교 3학년까지 태권도를 배웠다가, 담임목사님의 권유로 아신대에 가서 태권도를 다시 시작하게 됐다”며 “태권도로 선교가 가능할까 의심도 있었는데, 배우다 보니 재미있기도 하고 임팩트 훈련 전 에티오피아 태권도 선교 현장을 직접 보면서 태권도 선교사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태권도 선교의 매력에 대해선 “태권도를 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태권도 시범은 멋있다. 사범이 되면 배운 만큼 가르쳐줄 수도 있다”며 “‘선교는 힘들고 어려운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재미있게 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에티오피아 선교에서 선교사님들의 일상생활을 관찰했는데, 취미 등 개인적인 생활도 가진 것을 봤다”며 “가르칠 부분은 가르치고,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양하민 씨는 “이용해 목사님은 지난 CCC 수련회에서 처음 만났다. ‘540도 발차기’를 잘 하는 분으로 유명하다”며 “수련회에서 헤어지려는데 ‘임팩트 훈련’을 권유해 주셨다. 처음엔 알도 배기고 다리도 찢어야 해 힘들었지만, 배우는 것이 좋고 식사도 맛있어 힐링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양 씨는 “태권도에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그 안에서 하나님을 잊지 않고 살도록 기도해 달라”며 “모태신앙으로서 열심이 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하고 싶은 것, 꿈이 생기니 기도도 하고 달라진 저 자신을 느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