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8:37 영화
▲<로마서 8:37>의 마지막 장면.

본문: 로마서 7장 15-18절

본문은 사도 바울이 내면의 자신을 깨닫고 절규하는 장면입니다. 이 절규는 높은 자기 인식에의 도달이기도 합니다. 자신을 힘들게 만들고 괴롭게 만드는 것이 바로 자신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다른 것을 모두 보면서도 자기 안에 있는 적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중요한 말씀이라 생각됩니다. 우리는 이 말씀을 배경으로 ‘내 안의 적을 인식하라!’는 제목으로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1. 나의 잘못을 깨달아야 한다

“내가 행하는 것을 알지 못하노니 곧 내가 원하는 것은 행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미워하는 것을 행함이라(15절)”.

본문은 나를 움직이는 주체에 대해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내가 행동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내 안에 나를 움직이는 주체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심리학에서 의식과 무의식을 구분하는 것과 같습니다. 의식은 지금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라면, 무의식은 내가 잘 알 수 없거나 느끼기 어려운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잘못을 인식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모습을 보지 않는 사람입니다. 어떤 만화에서 주인공이 적을 잡아보니, 그 적은 바로 자신이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사실입니다. 우리의 삶에서 대립하고 갈등하는 주체는 대개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마귀는 모든 것을 밖으로 투사하게 만들어, 적이 외부에 있는 것으로 속입니다. 실제로 마귀는 모든 것은 나의 외부에서 일어난다고 속삭입니다. 삶에서 일어나는 일의 원인이 자신의 외부에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문제의 근본을 발견할 수 없게 합니다.

“누구 때문이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은 이미 마귀의 투사에 걸려 있는 상태임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의 현재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모두 타인의 잘못으로 투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잘못을 타인의 문제로 전가하고 타인에게 원망을 가중시킵니다. 그러기에 진정으로 영의 눈이 열린 사람은 자신의 내면을 보는 사람입니다.

2. 경험의 부정성을 깨달아야 한다

“만일 내가 원하지 아니하는 그것을 행하면 내가 이로써 율법이 선한 것을 시인하노니 이제는 그것을 행하는 자가 내가 아니요 내 속에 거하는 죄니라(16-17절)”.

본문은 내면에서 나를 움직이는 존재가 죄라고 알려줍니다. 죄의 정체를 두고 여러 가지로 말하고 있습니다. 죄가 무엇인가? 무엇이 죄인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합니다. 어떤 사람은 “죄는 마귀이다, 귀신이다” 하며 별 말을 다 합니다.

저는 “죄란 자기가 중심적이 되는 상태”라고 봅니다. 이 죄는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배려하지 않고, 자기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죄의 정체는 부정성입니다. 실제로 부정성이 하는 속성이 죄와 너무나 흡사합니다.

죄는 우리의 경험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살면서 사랑도 경험하고 기쁨도 경험합니다. 물론 마음의 상처나 좌절도 경험합니다. 이런 것들은 모두 우리의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죄는 항상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없게 만들어 버립니다. 그것은 죄가 부정적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것만을 보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죄의 색깔은 부정적이기에, 어둡게 보이게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죄는 우리의 아름다운 과거를 항상 부정적으로 보도록 투사할 뿐 아니라,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들도 부정적으로 보게 만듭니다. 과거와 현재를 통합하여 현재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게 만들어 버립니다.

이는 아마 과거 미해결된 감정을 부정성의 렌즈를 통해, 죄가 현재를 투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하나의 사실이 분명해 집니다. 죄된 마음이 자기 속에서 생겨나면, 언제나 부정적인 상황, 부정적인 세상을 보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3. “나는 피해자”라는 속삭임을 깨달아야 한다

“내 속 곧 내 육신에 선한 것이 거하지 아니하는 줄을 아노니 원함은 내게 있으나 선을 행하는 것은 없노라(18절)”.

내 속에서 죄가 주체가 되어 작용하기에, 나는 선을 행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선한 것은 반드시 도덕적인 것이 아니라, 영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나를 의미합니다. 이처럼 건강하지 않은 특성이나 모습은 많이 있지만, 그 중에 하나를 꼽으라고 하면 “나는 피해자”라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누군가로부터 야단맞을 때는 그 사람으로부터 공격당하고 있다고 느끼게 됩니다. 모든 것이 외부에 있고 자신과는 상관없는 것으로 생각되는 것입니다.

상대방은 자신의 외부적 현실이기에, 자기의 마음에 숨겨져 있는 죄와는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문제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대립과 갈등을 일으키는 것들은 사실상 나의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공격을 받고 있다는 기분은 죄가 나로 하여금 그렇게 속삭이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죄는 나를 감싸주는 것 같지만, 나를 언제나 약자나 피해자로 만들어 상대방의 잘못만을 보게 만들게 됩니다.

김충렬
▲김충렬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4. 정리

가는 인생의 길에 영의 눈이 열려, 내 안의 적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는 존재로 가꾸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여 복된 삶을 살아가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기도하십시다!

“주님! 내가 힘든 것은 다른 때문이 아니라, 내 속에 있는 죄 때문인 것을 알게 하옵소서! 세상이 어둡게 보이고 미운 것은, 내 속에 있는 미움 때문인 것을 깨닫게 하소서! 그리고 내가 피해자라고 생각될 때, 혹시 내가 가해자가 아닌가를 볼 수 있는 눈을 열어 주소서! 내 안의 적을 볼 수 있는 자를 축복하시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김충렬 박사(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전 한일장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