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운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1750년 이전까지는 동양이 서양을 앞섰는데, 그 후로는 서양이 동양을 앞서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이유로, 네 가지 요인이 이야기된다. 첫째, 동양에 앞서 서양이 기업조직으로서 주식회사 도입. 둘째, 동양에 앞서 서양이 경제체제로서 자본주의 도입. 셋째, 서양이 가진 자본주의 정신. 넷째, 서양이 주도한 산업혁명.

주식회사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해서, 경영능력이 있는 사람과 자본을 가진 사람이 손을 맞잡고 설립하는 회사다. 주식회사는 자본주의의 대표적 기업형태다. 우리나라에서는 주식회사가 최근에 들어와 일반화되어 있지만 1875년 개항(開港) 이전에는 없었다.

자본주의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해서, 기업가가 기업가정신을 발휘하여 사람들을 잘살게 해주는 경제체제다. 해방 후 남북 분단을 계기로 한국은 미국을 비롯한 자유주의 국가들 편에 섬으로써 자본주의를 도입하게 되었다. 반대로,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 소련 편에 섬으로써 사회주의를 도입하게 되었다. 1970년만 해도 북한은 남한보다 훨씬 더 잘 살았다. 1970년 1인당 국민소득에서, 남한은 282달러에 지나지 않았지만 북한은 남한보다 1.5배나 많은 436달러였다. 2018년 1인당 국민소득에서, 북한은 약 700달러로 1970년대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남한은 3만 달러대에 진입했다. 이는 남한이 자본주의를 택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서양이 동양을 앞서게 한 자본주의 정신이란 무엇인가? 막스 베버에 따르면, 서양의 경험을 바탕으로 논의할 때 자본주의 발전은 종교윤리, 기업조직, 임금노동, 기술, 시장, 법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한다. 특히 합리적 자본주의는 서양에서 출현했는데, 막스 베버는 합리적 자본주의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생활양식이 변화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막스 베버는 서양에서 생활양식의 변화를 가져온 것은 자본주의 정신이라고 보았다.

그런데 막스 베버는 자본주의 정신이란 '돈벌이를 자신의 물질적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삶의 목적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소명의식과 다름없다고 보았다. 영어에서 '직업'이 '소명(召命, calling)'으로도 일컫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본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서양에서는 노동과 이윤추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또 이윤추구는 금욕생활과 저축을 통해 자본축적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렇게 해서 서양이 동양을 앞서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자본주의 정신의 뿌리를, 막스 베버는 16∼17세기의 종교개혁과 깔뱅주의(Calvinism)가 중심이 된 프로테스탄트 윤리에서 찾았다. 깔뱅주의는 인간은 그 운명이 태초부터 정해진 것으로, 직업노동과 부의 추구를 신의 섭리로 받아들여야 구원이 가능하다고 보는 개신교의 한 종파다. 이처럼 프로테스탄트 윤리를 바탕으로 평가할 때 기독교는 소유 그 자체를 나쁘게 보지 않았다.

부자들이 프로테스탄티즘의 직업윤리에 따라 부를 축적하게 할 수는 없을까? 한 마디로, 어려울 것이다. 인간의 탐욕 때문에, 하나님이 강조하신 '땅의 희년제'가 한 번도 실시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역사 발전을 거슬러 올라가 초대교회의 신앙공동체를 세우거나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소서'(잠30:8)라고 기도하는 것만으로 공평한 세상이 만들어 질 수 있을까?

돈 또는 부 그 자체는 중립적이다. 돈은 쓰는 사람에 따라 색깔이 달라진다. 기독교는 역사 발전을 받아들이고, 부자들을 나쁜 사람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부자들에게 참된 기독교 정신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부자들도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늘나라 열쇠를 푸는 것이 공평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지름길이 아닐까? 이는 교역자들이 풀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