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목사고시에 응한 두 명의 장로회신학대학교 학생들의 '동성애 옹호' 혐의가 불거지면서, 지난해 이른바 '무지개 퍼포먼스'에 이어 예장 통합 교단이 다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무지개 퍼포먼스' 당사자·전 총학생회장 응시

SNS 등에서 보인 언행으로 '동성애 옹호' 혐의

고시위, 합격자 발표 연기... 5인위 '불합격' 결론

장신대
▲지난해 장신대 한 학생이 자신의 SNS에 올린 소위 '무지개 퍼포먼스' 게시물 ⓒ해당 학생 SNS 캡쳐

문제가 된 학생들은 '무지개 퍼포먼스'의 당사자(이하 A군)와 장신대 전 총학생회장(이하 B군)이다. 현재 둘 모두 장신대 신대원에 재학 중이다. 이들은 지난 6월 6일 목사고시에 응했다. 원래 신대원을 졸업해야 응시 자격이 주어지지만, 이들은 군종목사(군목)시험에 합격한 뒤 군목후보생 자격으로 시험을 봤다.

총회 고시위원회(위원장 정병주 목사)는 당초 지난 24일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이 두 학생들이 동성애를 옹호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합격자 발표를 무기한 연기했다.

통합 측은 지난해 제103회 정기총회에서 '동성애 행위자, 동성애 행위를 조장하거나 교육하는 자는 교단 목사고시를 치르지 못하도록' 결의했었다. 이런 자들이 동성애를 반대하는 교단의 목사가 되어선 안 된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A군과 B군은 장신대 안팎에서 동성애를 옹호한다는 비판을 강하게 받고 있는 이들이었다. 이에 따라 총회 임원회는 고시위가 청원한 '2019 목사고시 합격자 보고 및 허락 건' 결의를 잠정 유보하고, 5인 위원회를 만들어 이 문제를 다루도록 했다.

이 위원회에는 고시위원장 정병주 목사와 총회동성애대책위원장 고만호 목사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25일 모여 두 학생의 처리 문제를 논의한 끝에 A·B군이 동성애를 옹호한다고 보고 이들을 이번 고시에서 불합격 처리해야 한다고 입장을 정했다.

이런 결과가 나온 건, 두 학생들이 그 동안 SNS 등에서 보여준 언행이 동성애 옹호가 아니라고 하기엔 그 정도가 지나쳤다고 위원들이 판단한 때문으로 알려졌다.

'동성애 옹호' 혐의, 무엇 때문인가?

A군은 무지개 깃발을 들고 교내 채플 십자가 아래서 사진을 찍은 '무지개 퍼포먼스' 말고도 지난 2017년 '동성애: 현장이 답하다-목회 현장에서 만난 성소수자들의 신앙과 삶 이야기'라는 주제로 특별강연회를 준비했던 '암하아레츠'의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당시 강연회는 동성애 옹호 논란을 일으켜 결국 교내 강연이 취소됐었다. 또 교내 다른 동아리의 '반동성애' 세미나를 SNS에서 비꼬는가 하면, 지난해 교단 총회의 동성애자 및 그 지지자의 목사고시 응시 제한 결의를 비웃는듯한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B군은 SNS에 "왜 유독 동성애에 대해서만 죄다 아니다를 단정지으려고 하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죄가 하나님 뜻에 벗어나는 거라면 그걸 우리가 확정 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동성애는 죄이지만 그들을 사랑해야 한다는 게 아직까지 이해는 잘 안 됩니다만." 등의 글을 남긴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지난해 11월 그가 총학생회장일 당시, 총학생회는 교내에서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을 강사로 초청해 '인권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 소장은 "미국에서 유학하며 처음으로 무슬림과 성소수자를 만났다"며 "(이들에 대해) 혐오에 기반한 생각들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하는 등 역시 동성애 옹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본지는 B군에게 전화로 입장을 확인하려 했으나 그는 인터뷰를 거절했다.

통합 103회 총회
▲지난해 예장 통합 제103회 총회 현장. ⓒ크리스천투데이 DB

임원회와 고시위, 불합격 처리에 부담 느끼나?
"합격시키면 앞으로 '인권화 논리' 못 막을 것"

일단 임원회는 고시위에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것을 요청했다. 고시위는 오는 8월 6일 실행위원회를 열고 이를 논의할 계획이다.

문제는 최근 동성애와 관련해 나온 단호한 총회 결의와 이번 사건에 대한 5인 위원회의 '불합격' 입장에도 불구하고 "총회 임원회와 고시위가 두 학생을 불합격 처리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는 점이다. 특히 A군의 아버지는 교단 정치권의 유력 인사로 알려져 있다.

교단 한 관계자는 "지난 102회와 103회 총회에서 있었던 동성애 관련 결의는 우리 총회가 동성애에 대해 얼마나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한국교회와 사회에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며 "그러나 이런 총회 입장과 견해를 달리하는 일부 교단 인사들이 두 학생을 옹호하며 친동성애 진영의 소위 '인권화' 논리를 교단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그는 "총회 임원회와 고시위가 여기에 분명한 입장을 보여주지 않고 만에 하나 두 학생을 합격처리 한다면, 앞으로 모든 동성애 옹호자들이 인권화 논리를 들이대며 교단 목사가 되려 할 것"이라며 "교단 내 모든 목사와 장로, 성도들이 이번 사건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 총회의 입장은 동성애는 죄이고 동성애자들은 회개해 구원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동성애자들에 대한 혐오 반대'를 말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일부는 이를 교묘하게 비틀어 동성애 반대를 혐오로 규정한다. 그렇기에 이들이 말하는 '동성애자들에 대한 혐오 반대'는 우리 총회의 입장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