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통일포럼 2019년 7월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포럼 제공
‘성경적 통일 개념’를 주제로 기독교통일포럼(상임대표 이원재 목사) 7월 포럼이 지난 13일 서울 남산감리교회에서 열렸다.

포럼에서 하충엽 교수(숭실대)는 ‘남남 갈등과 남북 분단의 관계이음 신학’이라는 제목 아래 화해 신학자로 잘 알려진 미로슬라브 볼프(Miroslov Volf) 의 주장을 소개했다.

하 교수는 “갈등과 분단과 분열이 교회와 세상에 강해지는 시대에 모범으로 삼아야 할 빛은 ‘삼위일체 하나님’이시다. 삼위일체 하나님은 성부·성자·성령이 서로에게 개방돼 있고 상호 내주(mutual indwelling), 상호 침투(interpenetration)하시는 온전한 하나(요 14:11, 17:21-26)”라며 “진정한 공동체의 모범은 삼위일체이고, 이는 서로 독특성을 유지하면서도 하나의 관계이음이 되는 공동체의 원석”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간이 삼위일체 하나님께 불순종하고 창조주로부터 등을 돌리면서 하나님에게 상처를 주는 가해자가 됐다. 인류 안에는 창조주와 인간의 깨진 관계를 이어줄 이음과 죄악을 해결할 대속이 필요해졌다”며 “이를 위해 삼위일체 하나님은 자기 비하(self-humuliation)로 무한이 유한 안으로 들어오신 성육신(incarnation)과, 하나님의 본체이시나 자기를 비워(kenosis) ‘종의 형체’를 가지셨다(빌 2:5-8).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으심으로 죄악을 지닌 인간이 자리했어야 할 십자가 위에 대속(substitution, 위치전환)이 이루어졌다”고 평가했다.

하충엽 교수는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인에게 관계이음을 위해 자기 비움과 위치전환을 요구한다(빌 2:5). 심각해져 가는 남남 갈등과 남북 분단을 남남 화해와 남북 통일로 전환시키는 길 역시, 삼위일체 하나님이 보여주신 그리스도의 자기 비움(kenosis)과 위치 전환(substitution)을 요구한다”며 “오랜 분단의 역사를 지닌 구성원들에게 이는 지난한 일이나, 성서가 조명해 주는 길이 하나님의 빛이 인도하는 길이라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교수는 “남남 갈등은 상대방이 권력을 쥐면 자신이 배제의 대상이 되기에 양보할 수 없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만들고, 악을 제거하는 평화통일은 자칫 전쟁 위협에 처하게 된다고 서로 불신한다”며 “타자를 파괴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 믿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는가? 볼프는 그 답으로 회개, 용서, 공간창출, 기억의 치유, 포용의 드라마를 펼친다”고 말했다.

그는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관계이음은 피해자의 회개와 용서를 통해 이뤄진다. 이러한 관계 이음이 발생하려면, 삼위일체 하나님이 자아 안에 계시면서 창조되는 제2의 천성이 형성돼야 한다”며 “인간은 스스로의 힘으로 용서할 권한이 없다. 하나님이 인간을 용서하셨기에 그 용서에 참여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그래서 볼프는 인간이 하는 용서는 ‘하나님의 메아리(an echo of God’s)’라고 불렀다”고 밝혔다.

하 교수는 “용서는 배제와 포용의 경계선이다. 피해자의 회개와 용서는 인간의 적대감을 극복하는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과, 원수된 타자를 받아들이기 위한 자신 안에 공간을 창조하는 행위”라며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의 두 팔에 끌어안긴 우리는, 원수를 향해서도 우리 안에 두 팔을 벌려 그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그들을 초대해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행위자가 남남 갈등과 남북 분단의 첨예한 갈등 구조를, 피해자의 회개와 용서가 이루어지는 제도로 창안해 사회적 구조(social arrangements)를 변혁시키는 주체가 된다”고 했다.

또 “삼위일체로부터 오는 관계이음과 공동체 형성을 이루는 보편적 인성은, 오늘날 직면하는 갈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관계이음의 확장을 통한 인간의 번영을 이룰 수 있다”며 “그리스도인은 남남 갈등과 남북 분단을 치유하며 인간의 번영에 참여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의 참여는 말과 행동 이상이요, 감동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대안적 삶을 실천하는 것 이상이요, 자아의 깊은 풍부함과 깊이가 사회제도를 변화시키는 일을 하는 것 이상이다. 그것은 인간의 번영이며 공익을 섬기는 것이고, 갈등을 해결하며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기독교통일포럼 2019년 7월
▲하충엽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포럼 제공
결론에서 하충엽 교수는 “분단국가 70년 기간 신앙생활을 해온 한국교회 그리스도인들은 교회교육을 통해 쌓여온 이념과 신념에 대한 정체성을 재조정해야 한다”며 “십자가 위에서 피해자이신 그리스도께서 자기를 비우고(kenosis), 위치전환(substitution)을 이루시면서 가해자인 타자를 끌어안으시는 그리스도와 연합(binding)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이 재조정되는 것이다. 그러면 타자를 받아들이는 공간이 창출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본인이 피해자라고 생각한다면, 용서해주는 자이다. 용서받을 자를 미워했고 증오했고 배제의 대상으로 삼았던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하나님의 용서에 참여하는 용서가 진행되고, 용서의 마지막 단계인 망각의 은총을 누리며, 가해자를 위한 공간이 만들어진다”며 “이 공간은 남남 갈등과 남북 분단의 장벽 뒤에 있는 타자에게, 팔을 벌려 기다리고 안아주고 다시 벌리고 안아주는 공간이 된다. 교회는 관계이음의 교회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일상생활에서 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 교수는 “이러한 교회교육을 통해, 그리스도인들은 사회의 공적 영역으로 그 은총을 흘려보내는 파이프(conduit)로 사회를 변혁시키는 사회적 행위자로 살아가야 하고, 교회는 이를 이끌어야 한다”며 “남남 갈등과 남북 분단의 관계이음이 공공영역에 사는 인간을 얼마나 번영하게 할 것인가는, 상상이 불가능할 정도로 풍성한 번영이다. 동시에 세상에서 맛을 잃은 소금이 그 맛을 회복하는 것이고, 갈등과 분단에서 화해와 통일을 선도하는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정종기 교수(아신대)는 ‘통일’에 대한 용어 정리에 나섰다. 그는 “통일은 진보와 보수의 이념적 대립이 가장 심한 용어이다. 통일신학자들은 ‘재통일(re-unification)’과 ‘신통일(neo-unification)’을 나누기도 한다”며 “재통일은 민족과 국토를 하나로 복원하는 관점, 신통일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시장경제, 차이를 존중하고 차별이 없는 다원적 복지사회가 건설되는 통일”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통일은 남북한의 서로 다른 두 체제가 하나로 결합되는 과정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서 남북한을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을 사회적 대변혁 사건”이라는 김병로 교수의 정의를 언급했다.

정 교수는 “성경에 ‘통일’이라는 단어는 에베소서 1장 10절과 4장 6절 두 차례 나온다. 원어 뜻을 고려하면, 본문 속 ‘통일’은 우주의 모든 것들을 그리스도의 머리 되심 아래에 놓이게 하는 것”이라며 “김명혁 박사님은 이 본문을 토대로, 통일은 사람뿐 아니라 모든 만물에게도 적용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예수님이 말씀하신 계명에서 답을 찾는다면, 마태복음 22장 34-40절에서 볼 수 있다. 예수님은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막힌 담을 허물고(엡 2:14) 통일을 이루신 분”이라며 “여기서 통일은 우리와 하나님이 화평을 이루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가 되게 해 달라(요 17:11)’던 예수님의 기도에 따르면, 통일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막힌 담을 허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종기 교수는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성도들과 교회들에게 통일은 숙명적 과업이자 민족의 염원이다. 남북 분단은 동족상잔의 비극이고,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통일이 돼야 한다”며 “그러나 ‘통일이 하나님의 뜻인가?’에 대해서는 질문해야 한다. 통일이 숙명이라는 것만으로, 하나님이 맡기신 사명으로 여겨야 하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신인범 목사(경신교회)는 ‘목회자가 보는 한민족 통일의 정당성’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한반도에 사는 한민족이 통일을 이루어야 하는 것은 충분한 성경적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아니, 하나님의 뜻은 한민족통일에 있다”며 5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그 5가지는 ①성경은 민족 공동체를 인정하고 있고 그리고 그 민족 공동체를 아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②민족의 화해를 실현해야 한다 ③억눌린 북한 동포들의 인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④북한 동포들의 영혼 구원을 해야 한다 ⑤세계 선교에 크게 기여하는 새로운 한민족 교회건설의 길이 될 것이다 등이다.

신 목사는 “통일이 이뤄진다면 혹독한 고난의 시련을 통과한 북한 지하교회의 깊은 영성이 다시 한 번 한국 교회를 갱신할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며 “새롭게 무장한 통일된 한민족 교회는 동진하는 이슬람 세력을 막고, 중국을 넘어 인도를 향하는 선교대국으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5가지의 통일에 대한 성경적 정당성을 더욱 심화하고 교육해야 한다”며 “성경적 근거에 입각한 기독교적인 통일운동의 실천이 절실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