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와 글쓰기로 설교를 변화시키는 아트설교연구원(대표 김도인 목사) 수강생들의 인문학 서평을 매주 소개합니다. 고전부터 최신간까지, 인문학이 주는 인포메이션(정보)과 인사이트(통찰력)를 누려보시길. -편집자 주

사피엔스
인지혁명: 동물과 다른 길
농업혁명: 인구 급격 증가
과학혁명: 급격한 삶 변화

사피엔스 (밀리언 에디션)
유발 하라리 | 조현욱 역 | 김영사 | 636쪽 | 22,000원

모세가 받은 돌판(The tablets of stone)과 아이패드. 인류의 삶을 바꾼 두 개의 태블릿(tablet)이다. 우리는 어떻게 돌판에서 아이패드까지 오게 되었는가? 그리고 그 다음은 어디로 가는가?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 안에서 이 질문에 답한다. <사피엔스>는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한 나라에 대한 역사가 아니라, 인류의 역사다. 제목 그대로 ‘사피엔스의 역사’다.

이 책은 크게 세 가지 혁명을 중심으로 인류의 역사를 소개한다.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이다. 인지혁명으로 사람은 동물과 다른 길을 걸었고, 농업혁명을 통해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마지막으로 과학혁명을 통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한 변화의 삶을 살고 있다.

인지혁명, 신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게 된 계기
하나님, 보이지 않는 것 믿을 수 있는 힘 주셔
하나님의 그리움… 죄 때문에 하나님 거부해

인지혁명을 단순하게 말하면 ‘사람(사피엔스)이 신에 대해 생각하고 말하게 된 것’이다. 저자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아는 한, 직접 보거나 만지거나 냄새 맡지 못한 것에 대해 마음껏 이야기 할 수 있는 존재는 사피엔스뿐이다.”

전설, 신화, 신, 종교 등을 생각하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이 바로 인지혁명이다. 그 전에는 “조심해! 사자야!”라고 말할 수 있었다면, 인지혁명 덕분에 “사자는 우리 종족의 수호령이다.”라고 말하게 됐다. 유발 하라리는 이것을 진화라고 말한다. 성경은 이러한 모습을 ‘하나님의 형상’이라고 말한다.

“원숭이를 설득하여 지금 우리에게 바나나 한 개를 준다면 죽은 뒤 원숭이 천국에서 무한히 많은 바나나를 갖게 될 것이라고 믿게끔 만드는 일은 불가능하다.”

인지혁명은 단지 종교적 능력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유발 하라리는 이를 자동차 회사 ‘푸조’의 예를 들어 설명한다.

‘푸조’라는 회사는 눈에 보이는 실체가 없다. 자동차를 만들어 내는 공장만을 ‘푸조’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푸조 자동차를 만드는 모든 공장이 지진으로 사라져도, ‘푸조’는 없어지지 않는다. 공장은 지으면 된다. 세상에 있는 모든 푸조 자동차를 순식간에 폐차해서 사라져도, 푸조는 내일 또 사자 모양의 로고를 달고 있는 새로운 차를 생산할 수 있다.

반대로 공장도 그대로 있고 노동자와 경영자가 그대로 있어도, ‘푸조’는 사라질 수 있다. 회사가 부도 나고 판사가 해산 결정을 내리는 순간, ‘푸조’는 없어진다. 변호사들은 이를 ‘법적 허구’라고 부른다. 손으로 가리킬 수 없다. 물리적 실체가 아니다. 하지만 법적 실체다.

유발 하라리는 이것을 ‘가상의 실재’라고 말한다. 이것은 거짓말을 뜻하지 않는다. 모습은 없지만, 사람들은 이것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신, 국가, 법인 등 이 모든 것은 가상의 실재이다.

2002년 월드컵 16강, 안정환 선수의 골든골이 들어갔다. 그 순간 처음 보는 사람과 함께 얼싸안고 좋아한다. 눈물을 흘린다. 5천만 국민이 하나가 된다. 이것이 ‘가상의 실재’가 가진 힘이다. 국가라는 ‘가상의 실재’ 역시 5천만을 하나로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러나 원숭이들은 아무리 크게 무리를 지어도, 150마리를 넘지 못한다. 바나나가 많아도 150마리 이상의 무리를 만들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가상의 실재’를 믿는 사람은 바나나가 하나도 없어도 된다. 단지 바나나를 내려주는 ‘신’이라는 이름으로 수만명을 하나로 만들 수 있다. 결국 하나님이 주신 십계명 태블릿(The tablets of stone)을 믿을 수 있는 힘이 인지혁명이다.

흔히 “눈에 보이지 않으니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 말은 오해다.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더 잘 믿는다.

신발을 살 때, 눈에 보이는 꼼꼼한 바느질보다 ‘나이키 로고’ 하나를 더 믿는다. 눈에 보이는 사람은 신뢰하지 못해도, 보이지 않는 로고는 신뢰한다. 하나님은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것을 믿을 수 있는 힘을 주셨다. 이것이 인지혁명이다.

이것을 통해 하나님의 마음 속에 담긴 그리움을 읽을 수 있다.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존재를 믿을 수 있는 힘을 주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사람들이 하나님을 믿기 원하시는 것이다. 우리와 교제하기를 원하시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와 만나고 싶어하시고 교제하고 싶어하신다. 사람을 그리워하신다. 사람들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하나님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보이지 않을수록 더 확실하게 믿고 더 깊이 믿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단지 죄 때문에 하나님을 거부할 뿐이다.

농업혁명, 하나님의 풍성하심과 사람들의 욕심
소유가 행복 결정? 소유한 사람들 마음이 결정
역사의 철칙 중 하나, 사치품이 필수품 되더라

둘째, 농업혁명이다. 유발 하라리가 설명하는 농업혁명을 통해, 하나님의 풍성하심과 사람들의 욕심을 보게 된다. 인류의 역사는 욕심의 역사다.

사람들이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삶이 더 힘들어졌다. 동물을 사냥하고 열매를 채집할 때보다 먹을거리가 더 많이 생겼다. 그런데 삶은 더 힘들어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기 시작했다.

“가장 척박한 환경에서 채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한 주에 평균 35-45시간 밖에 일하지 않는다. 이들은 사흘에 한 번밖에 사냥에 나서지 않으며 채집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하루 3-6시간에 불과하다. 이 정도 일해도 무리 전체를 먹여 살 릴 수 있다.”

농사를 짓지 않아도 하나님이 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런데 농업혁명 후 삶이 달라졌다. “농업이 시작되면서 인류의 90퍼센트는 아침마다 일어나 구슬 같이 땀을 흘리고 일한다. 그런데 그 생산물은 소수의 사람들이 대부분 가지고 간다. 오히려 90퍼센트의 사람들은 더 많이 배고프고 더 많이 고달프다.”

밭에 가득한 밀로도 사람들의 배고픔을 다 채우지 못했다. 욕심이라는 구멍으로 다 빠져나가 버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농업 혁명’으로 창고가 가득 차 있다고 해서, 분쟁이 사라지진 것은 아니었다. “역사상의 전쟁과 혁명 대부분은 식량 부족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다. 로마의 정치질서가 붕괴한 것 역시 로마가 가난 할 때가 아니라 부유함이 절정에 달했던 시점이다.”

가진 것이 행복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소유한 사람들의 마음이 결정한다.

또한 역사의 철칙 가운데 하나는 사치품이 필수품 된다는 것이다. 일단 사치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다음에는 의존하기 시작한다. 마침내는 그것 없이 살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우리는 그 무엇이 발명되어도 그것 때문에 더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농업혁명을 통해 하나님의 풍성함과 사람들의 욕심을 본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풍성하게 주셨다. 단지 욕심의 구멍으로 그 풍성함이 다 사라져 버렸을 뿐이다.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유발 하라리가 TED 강의를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과학혁명 이후, 인류의 삶 모든 것이 달라졌다
장소와 이동거리, 음식과 옷… 몸 빼고 다 바꿔
‘나는 모른다’ 인정과 겸손, 더 많은 것 알게 해

과학혁명은 급격한 발전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과학혁명을 통해 급격한 발전을 경험한다. 기원 후 1000년 어느 스페인 농부가 잠이 들어 500년 후인 1500년에 깨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그가 보는 풍경은 잠들기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1800년대에 잠든 사람이, 2010년에 스마트 폰 벨소리를 듣고 깨어난다면 그는 이렇게 물어볼 것이다. ‘여기는 천국인가요? 지옥인가요?’

과학혁명 이후 인류의 삶은 모든 것이 달라진다. A.D. 1500년까지, 하늘은 새와 천사와 신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1969년 7월 20일 인류는 달에 착륙했다. 1945년 7월 16일 오전 5시 29분 45초, 미국의 과학자들은 사막에 첫 원자폭탄을 터트렸다. 그 순간 이후 인류는 역사를 끝장낼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과학혁명은 사는 장소를 바꾸었고, 이동거리를 바꾸었으며, 먹는 음식과 입는 옷을 바꾸었다. 사람의 몸 빼고는 다 바꾸었다. 아니 사람의 몸까지 바꾸었다. 우리나라만 해도 65세 이상 노인들의 다리에는 인공 관절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손 안에 든 작은 태블릿으로 가능하게 되었다.

유발 하라리는 과학혁명의 원동력을 ‘무지’라고 말한다. 중세 이전 과학이란 ‘내가 아는 것을 검증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새로운 연구를 하지 않았다.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았다. 단지 ‘신의 계시’ 안에서 모든 것을 이해할 뿐이었다.

그러나 근대에 들면서 과학은 ‘내가 모르는 것을 탐험하는 것’이 되었다. 내가 모르는 하늘을 연구하고, 현미경으로 내가 모르는 세균들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나는 모른다’를 인정하자,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겸손이 과학의 길을 열었다.

그러나 이런 과학혁명이 모든 과학을 발전시킨 것은 아니다.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발전했다. 먼저 ‘제국을 넓혀 가는데 도움이 되는가?’이다. 쉽게 말해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데 도움이 되는가?

또 다른 하나는 돈이다. ‘돈이 되는가?’ 과학자들은 젖소가 행복해지는 동물 심리 연구보다, 우유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연구를 해야 투자를 받을 수 있다. 당연히 과학은 돈이 되는 쪽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결국 과학은 겸손으로 여행을 시작했지만 갈림길을 만날 때마다 욕심이 길을 이끌었다. 그러나 과학은 욕심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과학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결국 하나님의 은혜를 만나고 나서야 완성됨을 알 수 있다.

인지혁명, 진화 결과 아닌 하나님의 형상 덕분
사람이 하나님 믿을 수 있도록 만드신 ‘선물’
교제하기 원하시는 하나님의 기다림과 그리움

농업혁명과 과학혁명의 역사를 통해 깨닫는 것은 하나님의 풍성한 은혜와 사람들의 욕심

과학혁명은 급격한 성장을 이끌었다. 그로 인해 에너지는 급격하게 고갈되기 시작했고, 많은 자원들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래서 인류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견해가 생겨났다. 그러나 하나님이 베풀어 주시는 은혜의 손은 결코 작지 않았다.

“지구에 매장된 화석 연로 전체 에너지 총량은 태양이 매일 공짜로 보내주는 에너지에 비하면 무시해도 될 만큼 작은 양이다.” 태양 에너지뿐 아니다. 지구는 엄청난 양의 물인 바다로 둘러쌓여 있다.

하나님은 달과 지구의 힘만으로 그 많은 물을 하루에 두 번 움직이신다. 하나님이 베풀어주신 은혜의 손은 결코 작지 않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이 자원 고갈로 공포심을 조장하며 협박할 때, 과학자들은 태연하다. 자연의 힘을 알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하나님이 베풀어주신 은혜의 힘을 알기 때문이다.

유발 하라리는 인지혁명을 통해 사람들이 신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인지혁명을 ‘인류의 진화’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 설명의 근거가 궁색하다. 그는 인지혁명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아는 한 그것은 순수한 우연의 산물이다(44쪽)”.

그가 말한 우연한 진화를 성경은 이렇게 말한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들로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가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창 1:27-28)”.

인지혁명은 진화의 결과가 아니다. 하나님이 처음부터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주셨기 때문이다. 사람이 하나님을 믿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신 하나님의 선물이다. 또한 우리와 교제하기 원하시는 하나님의 기다림이고 그리움이다.

농업혁명과 과학혁명의 역사를 통해 깨닫는 것은 하나님의 풍성한 은혜와 사람들의 욕심이다. 하나님이 한없이 공급하실 때, 사람들은 끊임없이 욕심을 부린다. 그 결과 풍성함을 누리지 못하고 고달파한다.

사람의 역사는 욕심의 역사다. 그리고 그 역사의 뒤편에는 하나님의 은혜가 흐른다. <사피엔스>를 통해 인류의 역사를 본다. 그 속에서 사람의 한계와 하나님의 한없는 사랑을 본다.

매주 인문 고전 서평을 쓰면서, 2011년(한국어판은 2015년) 신간인 <사피엔스>를 집어든 이유가 있다. ‘사람’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고전은 ‘사람에 대한 통찰을 주는 책’이다. 사람에 대한 통찰을 가진 책은 시간을 이겨내고 살아남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피엔스>가 앞으로 시간의 도전을 이겨내는 고전이 될 것을 기대한다.

박명수 목사
사랑의침례교회 담임. 저서 <하나님 대답을 듣고 싶어요>

출처: 아트설교연구원(대표 김도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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