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와 글쓰기로 설교를 변화시키는 아트설교연구원(대표 김도인 목사) 수강생들의 인문학 서평을 매주 소개합니다. 고전부터 최신간까지, 인문학이 주는 인포메이션(정보)과 인사이트(통찰력)를 누려보시길. -편집자 주

당신이 옳다
당신이 옳다
정혜신 | 해냄 | 316쪽 | 15,800원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방법 시급해
자격증 아닌, 사람 살리는 게 치유자
적정심리학, 집밥과 같은 치유 방법

수많은 병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이 많은 병들 중에서 가장 무서운 병은 마음의 병이다.

마음의 상처와 트라우마는 삶을 너무 힘들게 한다. 마음의 병은 약을 먹어 고칠 수 있는 병이 아니다. 이론적으로 안다고 치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론이 아니라 실제가 중요하다.

정혜신 박사는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실용적인 책 <당신이 옳다>를 세상에 내놓았다. 저자 정혜신 박사는 30여 년간 정신과 의사로 활동하며 1만 2천여 명의 속마음을 듣고 나눈 사람이다.

최근 15년은 정치인, 법조인, 기업 CEO와 임원 등 자타가 인정하는 성공한 이들의 속마음을 나누는 일을 했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트라우마 현장에서 피해자들과 함께 했다.

2014년 아쇼카 펠로로 선정되기도 한 정 박사는 지금 우리 사회엔 정신과 의사나 심리상담사 등 전문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치유법이 시급하다고 진단한다. 그 이유는 조용히 스러지고 있는 사람이 주변에 넘쳐나기 때문이다.

정 박사는 수많은 트라우마 현장을 다니면서 자신이 내린 결론을 이렇게 말한다.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 치유자가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 치유자다.”

이는 누구나 치유자가 될 수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책에서도 프로이트나 융, 아들러처럼 교과서에 나오는 정신분석학자들의 이론이나 말을 하지 않는다.

저자는 지금까지 자신이 만났던 사람들을 통한 경험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치유의 핵심 원리와 구조를 말한다. 곧 실질적으로 누구나 치유자가 되어, 내 삶은 물론 옆사람을 도울 수 있는 실제적인 치유의 ‘팁’을 말한다.

저자가 실제적인 치유책으로 내어놓은 것이 ‘적정심리학’이다. 적정심리학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정의한다. “나와 내 옆 사람의 속마음을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소박한 심리학”, “집밥과 같은 치유”.

전문가만 찾으면 일상 불가능해져
공감, ‘약물’보다 빨리 마음 움직여

실제로 우리는 일상에서 스스로 집밥을 만들어 허기를 해결한다. 외식도 하지만, 조리사에게만 의존하지 않는다. 조리사가 해준 고급 요리는 안 먹어도 아무 문제가 없지만, 집밥을 오래 먹지 않으면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진다. 그런 것이 집밥이다.

물리적 허기만큼 수시로 찾아오는 문제가 인간관계의 갈등과 그로 인한 불편함이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매번 자격증을 가진 의사나 상담사를 찾을 수는 없다.

끼니 때마다 찾아오는 허기만큼이나 잦은 문제라서 그때마다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면, 일상이 불가능해진다.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집밥 같은 심리학이 이래서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면 집밥 같은 치유인 적정심리학으로, 상대를 치유해주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저자는 그것을 ‘공감’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거의 모든 심리적 어려움의 원인을 뇌에서 찾고 있는 이 시대에, 그것과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위력이 공감이라고 말한다. 곧 약물치료보다 더 빠르게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바로 공감에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 <공감의 시대>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류의 역사가 신앙의 시대와 이성의 시대를 거쳐 공감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인간은 상대와 싸워 강한 자만 살아남은 이기적인 본성에서 벗어나, 이제 주변을 돌아보고 그들에게 시선을 주고 나누며 더불어 함께 살고자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감은 부유하든 가난하든, 강자든 약자든, 많이 배웠든 못 배웠든, 노인이든 아이든 누구에게나 적용된다.

저자는 공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문이 ‘존재 자체’라면, 문고리는 ‘존재의 감정이나 느낌’이다. 존재의 ‘감정이나 느낌’에 정확하게 눈을 포개고 공감할 때 사람의 속마음은 결정적으로 열린다. 공감은 그 문고리를 돌리는 힘이다.”

사람의 마음문은 문고리를 돌리는 사람이 열 수 있는 것이다. 그 문고리를 돌리 수 있는 힘이 바로 공감이다.

상대 마음 인정해주는 것 가장 중요
‘당신이 옳다’, 마음 문 여는 문고리

공감해주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바로 상대의 마음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사람은 괜히 집을 나가지 않으며 괜히 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하물며 괜히 사람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 수는 없다.

그래서 저자는 언제든지 우선적으로 그 마음을 인정하라고 말한다. 그런 마음이 들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그러니 당신 마음은 옳다고, 다른 말은 모두 그 말 이후에 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당신이 옳다
▲<당신이 옳다> 북트레일러 영상. ⓒ유튜브 캡처
이렇게 사람이 ‘네가 옳다’는 확인을 받으면 ‘집을 나가겠다. 죽겠다. 죽이겠다’ 따위의 말은 이내 아침 이슬처럼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당신이 옳다’는 이 짧은 문장만큼 누군가를 강력하게 변화시키는 말은 세상이 없다고 말한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그 거절에 깊은 상처나 트라우마로 남기도 한다.

이런 사람에게 ‘당신이 옳다’라는 인정은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문고리가 되는 것이다.

무조건적 아닌 ‘경계’ 인식하는 공감
자기 보호 없으면 나도 상대도 불행
공감 방해하는 ‘허들’과 맞서 싸워야

그렇다 해서 정 박사가 말하는 공감이 무조건적인 것은 아니다. ‘경계’를 인식하는 공감이다. 이 부분에 대해 저자는 책 4장에서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공감을 하는데 있어 자기 보호가 우선이라고 말한다. 이런 자기 보호를 위해 경계가 필요하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자기보호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가 힘들어 보인다고 개입하는 것은 수영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물에 빠진 사람을 보고 다급한 마음에 무작정 뛰어드는 것과 같다. 둘 다 불행해진다. 국가의 국경처럼 사람과 사람사이에도 경계가 존재한다. 국경수비대가 하는 일은 사람 사이의 경계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사람 사이의 경계는 눈에 보이지 않아서 지키는 일이 어렵다. 그 경계를 인지할 수 있어야만 나도 지키고 상대방을 침범할지 않을 수 있다.”

자기 보호가 없고 경계가 없는 공감은 나도 불행해지고 상대도 불행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나도 행복하고 상대도 행복하기 위해, 자기 보호와 경계를 인식한 공감이 필요하다.

그리고 저자는 공감을 하는데 넘어야 할 ‘허들’이 있다고 말한다. “공감까지의 길목에는 여러 허들이 있다. 가족이나 타인의 몰이해, 무관심, 비난일 때도 있고 거대한 벽 같은 사회 구조적 문제가 허들인 경우도 있다. 상처 입은 당사자 자신이 공감의 허들일 때도 많다.

공감을 방해하는 허들이 무엇이든, 그것을 만나면 단호하게 맞서 싸워야 한다. 그렇게 허들을 넘어설 수 있어야 홀가분하게 공감을 경험하고 자유를 얻는다. 그래서 공감자는 ‘다정한 전사’라야 한다.”

공감자는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될 수 없다. 공감자는 ‘다정한 전사’가 되어야 한다. 공감자는 때로 다정해야 하지만 장애물이 있을 때는 가감하게 넘어갈 수 있는 전사와 같은 기질이 필요하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6장에서 자신이 실제로 함께 공감하며 치유했던 경험들을 사례로 들고 있다. 공감에 대한 실질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저자는 어떻게 그 ‘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까라는 고민하라고 조언한다.

<새로운 미래가 온다>의 저자인 다니엘 핑크는 미래의 인재가 갖추야 할 조건으로 공감 능력, 디자인, 조화, 놀이, 스토리, 의미를 꼽는다. 그는 이 중에서 대체 불가능한 진짜 경쟁력으로 공감 능력을 강조한다.

공감 능력은 누구보다 목회자와 그리스도인들이 갖추어야 할 능력이다. <당신이 옳다>는 책은 다시 한 번 그것을 일깨워준다.

마음의 병을 가진 사람들은 교회 밖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교회 안에도 너무나 많다. 예수님은 이 땅 가운데 사역을 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공감하셨다. 같이 아파하시고 같이 슬퍼하셨다. 같이 즐거워하시고 같이 기뻐하셨다.

치유를 하실 때도 똑같이 치유하시지 않았다. 그 사람에게 맞게끔 치유하셨다. 예수님이야말로 적정심리학의 대가이다. 한국교회 안에서, 먼저 집밥과 같은 치유의 역사가 일어나야 한다.

이재영 목사
대구 아름다운교회 담임
저서 <말씀이 새로운 시작을 만듭니다>, <동행의 행복>

출처: 아트설교연구원(대표 김도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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