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수 효성중앙교회
▲효성중앙교회 목양실에서 만난 정연수 목사. ⓒ이대웅 기자

“교회에 아직 벗겨지지 않은 수건이 있진 않은가? 그 수건을 찾아내 벗겨야 한다. 바울은 그 수건이 벗겨지지 않는 이유를 말해준다. ‘마음이 완고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리스도 안에서’ 없어져야 할 수건인데 쉽사리 벗어 던지지를 않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수건을 벗겨낼 수 있는가? 바울은 방법도 제시한다. ‘그러나 언제든지 주께로 돌아가면 그 수건이 벗겨지리라(고후 3:16)’. 그렇다! 교회는 주께로 돌아가야 한다(114쪽).”

“신앙도 습관이다. 흔히 ‘습관적 신앙’은 매도의 대상이 된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좋은 신앙의 습관은 위기 때에 나를 살려주는 큰 힘이 된다. 성도들 가운데 모태신앙을 가진 분들은 평상시엔 좀 열정도 부족한 듯하지만 위기 때엔 의외로 침착하게 신앙적으로 극복해 나가는 것을 본다. 훈련된 신앙의 좋은 습관이 그를 추슬러 준다(219쪽).”

“‘값없이 받는 은혜’에 우리는 너무 익숙해져 있진 않은지 되물어 본다. 값없이 받는 은혜는 아직 공로가 없는 죄인인 나를 위해 대신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의 ‘먼저 주신 은혜- 선행은총’이다. 그러나 그 은혜를 입어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을 받은 후에는 ‘값없이 주신 은혜’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값진 대가를 지불하며 살아가야 할 책임이 있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으로서 온전함에 이르기까지의 성화에로 나아가는 삶은 값을 제대로 치르며 살아야 한다(240쪽).”

정연수 목사(인천 효성중앙교회)가 목회 30주년을 맞아, 지역 기독교 신문 칼럼들을 추려 엮은 첫 저서 <수건을 벗어 던지라>를 펴냈다. 책 제목은 고린도후서 3장 16절에 나오는 것으로, 고정적이고 전통적인 교회의 틀과 프레임을 조금만 비틀어 새롭게 바라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부제는 ‘책에 안 나오는 교회 매뉴얼’. 제19차 세계감리교대회 ‘한국 감리교회의 밤’ 총감독을 맡는 등 ‘기획통’으로 알려져 있는 정 목사는 실제로 ‘책에 안 나오는 목회 매뉴얼’이라는 그룹을 페이스북에서 운영하면서, TED를 본따 목회자 누구나 자신의 목회 노하우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장으로 ‘PED(Pastor's Equipment Developers) KOREA’ 행사를 매년 열기도 했다.

지금은 제법 큰 교회 목회자이지만, 월드비전에서 근무하다 성남 판자촌 공부방에서 도시 빈민들을 대상으로 목회를 시작했다. 그의 아버지도 안양에서 천막 교회를 개척한 바 있다. 그러다 2006년 지금의 교회에 부임했다. 정 목사의 책은 기존 목회자들의 저서들과 달리, 칼럼 모음답게 주제별로 적절한 길이와 내용이 있어 ‘읽는 맛’이 있다. 다음은 압축된 언어로 깊이있게 시대적 대안을 제시하는 정연수 목사와의 인터뷰.

비기독교인들에게도 읽혀지는 책 꿈꿔
교회나 신앙생활 한 번 더 곱씹어보기
건축할 때도 고정된 틀 깨기 위해 노력

-첫 저서라는 데 놀라는 분들이 많습니다.

“30대 때는 글을 많이 썼습니다. 그때 손글씨로 인쇄된 주보 ‘민들레 교회 이야기’가 인기 있었는데, 저도 공부방을 개척하면서 ‘별나라 소식’을 주보에 썼습니다. 교인들은 20-30명이었는데, 글을 좋아해서 200-300부 인쇄했습니다.

모아서 한 권의 책을 낼까 하고 있는데, 그 무렵 김수환 추기경님이 은퇴하시면서 펴낸 <바보가 바보들에게>가 첫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 종교의 수장이 은퇴하고서야 첫 책을 낼 정도인데, 유치하게 익지 않은 책을 냈다가 두고두고 후회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많은 목사님들이 책을 내시지만, ‘찻잔 속의 태풍’처럼 주로 교회 안에서만 읽힙니다. 법정 스님이 책을 쓰면 일반 책방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습니까. 그리고 목사님들의 책은 설교를 풀어쓰거나 모아서 내는 경우가 많은데, 설교는 외쳐지고 들을 때 리얼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기독교인에게까지 읽혀지는 책을 내기 위해 제목부터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처음엔 ‘모로 가면 서울 못 간다’고 하려 했습니다(웃음). ‘리포메이션(Reformation)’이라는 부제도 있는데, 책의 토대가 된 칼럼들을 신문사에서 요청한 때가 ‘종교개혁 500주년’ 즈음이었습니다.

제가 마음이 따뜻한 편인데(웃음), 책 내용은 다소 날카롭습니다. 교회나 신앙생활에 대해 한 번 더 곱씹어보는 내용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왜 그래? 꼭 그래야 해?’ 하는 느낌입니다.”

정연수 효성중앙교회
▲출판감사예배에서 파안대소하는 정연수 목사. ⓒ효성중앙교회

-제목처럼, 한국교회에서 벗어야 할 수건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비슷한 주제로 강연할 때면 ‘아이스 브레이크’처럼 시작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처음 효성중앙교회에 부임하고 새벽기도를 인도하는데, 반주자가 예배 전에 쳤던 찬송을 예배 시간에 다시 부르는 것입니다. 알고 보니, 예전 반주자가 능숙하지 못해 배려 차원에서 그랬던 것입니다.

지금 반주자는 아무렇게나 부르면 알아서 맞춰주고, 아침이라 목소리가 안 나올까봐 시키지 않아도 키를 낮춰줄 정도로 실력 있는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바꿨습니다. 목회하는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런 식으로 요즘 교회를 힘들게 하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감리회 목사라서, 감리회를 예로 들겠습니다. 감리회에는 회의가 많은데, 안건이 나오면 대부분 ‘전례대로’를 외칩니다. 물론 그렇게 하면 회의가 금방 끝납니다. 뭔가 바꿔보겠다고 하면 1-2시간은 걸리겠지만,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저희 교회 건물 보시면, 평범한 느낌의 교회는 아닐 것입니다. 2007년 분당샘물교회 사태 이후 건물을 짓게 됐는데, 설계하면서 ‘군림하는 것처럼 보여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건물이 작진 않지만 윽박지르는 분위기가 아닌, ‘괜찮아, 들어와’ 하는 느낌을 주고자 했습니다. 건물 위 십자가도 들이대는 것보다 마치 감춰놓은 듯 은근히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하나 하나 많이 고민했습니다.

교회라면 고정된 틀들이 있는데, 그것도 일종의 ‘수건’일 수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책에서 한 번쯤 곱씹어보고자 했습니다. 건축 과정에서 장로님들을 그런 차원에서 설득했습니다. 너무 거룩한 느낌 대신, 믿지 않는 사람들 누구나 부담없이 들어올 수 있도록 컨셉을 잡고자 했습니다.

제 목회 전반의 컨셉이 바로 거기에 맞춰져 있습니다. 굳이 신학적으로 설명하자면 ‘성육신 목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도 사람들과 같이 되고자 이 땅에 오셨고, 그것이 구원의 첫 출발이자 가장 큰 기적이었습니다. 예장 통합 측의 ‘마을 목회’라는 표현도 성육신의 다른 표현 아닐까요.

오늘날 교회에 대한 고민은 그것입니다. 하나님도 하늘 보좌 버리고 이 땅에 내려오셨는데, 우리는 땅에 살면서 자꾸 위로 올라가려 합니다. 여기서 관점의 차이가 생기는 것 아닐까요.

거룩하게 살아야 하지만 그 형태가 신적 존재가 되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모양으로 사람과 같지만 본질적으로 하나님 아들의 속성을 지니는 것이 교회의 가장 멋있는 조화라고 생각합니다. 복음의 내용을 갖고 있되, 나타날 때는 다른 사람과 같은 모습 말입니다.”

정연수 효성중앙교회
▲지난 6월 22일 출판감사예배에서 각막이식 수술비 후원 전달식을 하고 있다. ⓒ효성중앙교회

예배, 재미만이 능사 아냐… 신학적 관점 필요
지성 없이 영성만 있다 보니, 설득과 공감 약해
설교도 귀납적에서 연역적으로… ‘답정너’처럼

-변화와 개혁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네요.

“좀 바꾸고 싶습니다. 하지만 기기묘묘하게 바꾸겠다는 건 아닙니다. 본질이 먼저입니다. 예배도 재미있게만 만들려 하는데, 그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그런 것들은 연출가나 기획가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써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신학적 관점이고, 우리가 신학을 한 이유입니다.

예배를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는데 동의하지만, 무엇으로 재미있게 만들 것인가 신학적 고민이 필요합니다. 흥미와 재미를 주면서도, 감추고 있는 ‘칼’ 하나는 있어야 합니다. 그 칼도 버리면서 무조건 재미만 추구하는 것은 ‘쇼’입니다. 그렇다고 ‘칼’만 시퍼렇게 계속 휘두른다면 겁이 나서 오지 않겠지요.

예수님은 우리에게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라고 하셨는데, 낚시는 ‘미끼’가 좋아야 합니다. ‘미끼’만으로 낚으려 해서도 안 되지만, ‘미끼’도 안 좋으면서 낚으려고만 해서도 안 되겠지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면, 결국 예수님의 목회를 닮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하나님 아들이심을 가슴에 품되, 이야기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널리 알려야 할텐데 왜 그러셨을까요. 인간이면서 하나님 아들이신, 같이 동고동락하면서도 하나님 아들이시라는 고백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제가 꿈꾸는 목회의 정점입니다.”

-반대로,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지켜야 할 가치가 변질돼 버린 것은 없을까요.

“또 감리회스럽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아버지도, 아들도 감리회 목회자로, 감리회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갖고 있던 감리회 목회자의 이미지가 있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 ‘선비’랄까, 영성과 지성을 겸비한, 학문적이고 고상함이 느껴졌습니다.

영성이 보석이라면, 지성은 그 보석을 보호하고 지탱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지성이 없으면 영성이라는 보석이 깨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지성이 별로 안 느껴집니다. 영성만 살아있다 보니, 상대방을 설득하는 힘이 약하고 공감이 잘 안 됩니다.

영성은 ‘칼 끝’처럼 예민합니다. 하나의 ‘칼 끝’을 다른 ‘칼 끝’에 꼭 맞추는 것은 표면적이 너무 적기 때문에 매우 힘든 일입니다. 내가 느낀 영적 경험이라는 것이 얼마나 독특합니까? ‘내가 만난 하나님’은 각자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소나무 뿌리를 뽑다 만나기도 하고, 조용히 성경을 읽다 만나기도 합니다. 천 명이면 천 명, 다 다릅니다.

그걸 하나로 ‘보편 진리화’시켜서, ‘내가 큐티하다가 하나님을 만났으니 니들도 큐티해’ 한다면, 하나님을 만나는 길이 너무 좁아지지 않을까요? 바울 선생님도 로마서에서 자연의 섭리와 양심으로도 하나님을 느낄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교회가 지성의 바탕 없는 영성을 추구하다 보니, 각자의 영성으로 너무 날카롭게 싸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담론이 필요합니다. 지성적 영성을 갖고, 토론도 하고 설득도 해야 합니다. ‘믿습니까?’에 ‘글쎄요’라고 답하면 ‘마귀’라고 합니다. 이러면 자꾸 사람들을 놓치게 됩니다.

예수님은 다 껴안고자 하시는데, 우리는 자꾸 ‘넌 안 돼’라고 합니다. 다 자르고 나니, 버린 것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한국교회는 뜨겁고 날카로운 ‘영성’의 칼을, ‘지성’이라는 칼집에 잘 담을 필요가 있습니다. 자칫 칼이 이 사람 저 사람 다 벨 수 있습니다. 전쟁을 하지 않을 때는, 칼을 칼집에 잘 보관해 놓아야 우리도 다치지 않습니다.”

정연수 효성중앙교회
▲정연수 목사가 목회 초창기 주보를 모은 ‘별나라소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대웅 기자

-좀 더 말씀해 주시죠.

“예전에는 목회자들이 다방면에 식견을 갖고 삶의 경험들을 녹여서 성경으로 답을 주는, 귀납법적인 설교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연역적으로 가는 느낌입니다. 일단 정해놓고 ‘이게 정답’이니 그 다음은 알아서 해석하라는 것입니다. ‘정답 외에 다른 이야기는 안 된다’고 하면, 오답을 가진 사람들이 교회에서 너무 긴장하게 되고, 스스로 ‘기독교인 자격이 없다’고 여겨 결국 ‘가나안 성도’가 되고 맙니다.

정답부터 제시하는 것이 교회로서는 좋을 수도 있지만, 하나님 편에서는 손해 아닐까요? 하나님의 부흥은 ‘안 믿는 사람’이 교회로 나오는 것입니다. 바깥에서 와야 답이 있지, 우리끼리 왔다갔다 하는 것으로는 ‘마이너리티’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예수님의 지상 명령도 지키지 못하는 행위입니다.

우리의 본질이 무너지거나 흔들리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논리도 있겠지만,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충지대’를 만들어서 선을 넘나들 수 있도록 해야, 믿지 않는 사람들이 설교를 들으러 교회에 들어오기라도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성’을 통해 접점을 찾고, 그 접점으로 교회에 들어온 사람들에게 ‘영성’을 주어야 주님께로 데리고 올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 교회, 완충지대 없이 극단지대만 존재해
선데이 크리스천 가장 많이 나오는 11시 예배
‘현대 예배’로 드리고 있어… 종합비타민 돼야

-책에도 나오는 ‘문학의 밤’이 그런 역할을 했지요. 요즘 그런 차원에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문학의 밤’이 바로 하나의 완충지대입니다. 교회나 교단에서 선교대회나 전도대회를 성대하게 열지만, 과연 불신자들이 올 수 있는 모임일까요? 정작 선교나 전도 대상자는 오지 않는 모임이 되고 맙니다.

하지만 당시 ‘문학의 밤’은 교회 안 다니는 친구들뿐 아니라 이웃 교회 친구들까지 다 왔습니다. 그들이 안 오면 망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끼리 20-30명 모여서 무슨 재미로 하겠습니까(웃음). 아예 컨셉 자체가 눈높이를 낮춰서 교회 안 다니는 입장에서도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한 다음, 구원 초청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완충지대’ 대신 ‘극단지대’만 존재합니다. 집회에서는 다 ‘선교사 헌신’만 시킵니다. 교회 안 다니던 청소년들도 참석할 수 있는 집회가 있습니까? 걸음마부터 떼야 할 사람들에게 ‘순교자 초청’을 하면 너무 힘들 것입니다. 바깥 사람들을 지혜롭게 교회로 초청해야 할 것입니다.”

정연수 효성중앙교회
▲11시 ‘현대 예배’ 모습. ⓒ효성중앙교회

-효성중앙교회 예배가 궁금해집니다.

“저희는 11시 예배를 소위 ‘현대 예배’로 드리고 있습니다. 열린(구도자) 예배는 보통 ‘메인(main)’인 오전 11시에는 잘 하지 않는데, 센세이션(sensation)하다고 할까요.

그런데 생각해 봅시다. 11시 예배에 소위 ‘선데이 크리스천(Sunday Christian)’들이 가장 많이 옵니다. 기존 성도님들도 ‘전도 대상자’를 11시 예배에 가장 많이 데리고 오십니다. 보통 ‘열린 예배’ 때는 설교도 부드럽고 톤을 낮추는데, 저는 교회와 설교에 적응하기 힘든 교인들이 가장 많이 오는 11시 예배가 그래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예배가 ‘종합비타민’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요즘 성도들, 주일 한 번밖에 교회 오지 않습니다. 저희 교회 교인들만 해도 절반 정도가 주일 낮예배만 오고 끝입니다. 그런데 그 11시 예배가 ‘예배 중심’으로만 돼 있으면, 성도들이 영양실조에 걸릴 것입니다.

합심기도도 있어야 하고, 뜨거운 찬양도 있어야 하고, 성찬도 있어야 합니다. 매달 한 번씩은 ‘세대 통합예배’도 드립니다. 좋은 메뉴들이 많은데, 예배 안에 다 넣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 교회 11시 예배는 1시간 30분 정도 드립니다.

교인들이 교회에 오래 머물지 않기 때문에, 줄 수 있는 최고의 영양가 있는 식품들을 내놓아야 골고루 먹고 갈 수 있습니다. 금요기도회에 안 오는 사람은 평생 안 옵니다. 뜨거운 기도도 경험할 기회가 있어야 나중에라도 한 번 올 것입니다.”

정연수 효성중앙교회
▲출판감사예배 모습. ⓒ효성중앙교회

-신앙은 습관이고 몸이 기억해야 한다는 말씀도 하셨는데, 새신자들에게 교회 생활이 몸에 익으려면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만큼 교회 생활이라는 것이 복잡한데요.

“저희는 다른 교회에서 오신 분들이 있으면, 일단 아무런 사역도 하지 못하게 합니다. 쉬게 합니다. 그 교회에서 좋았는데 저희 교회로 올 리 있겠습니까. 이유가 있어서 왔을 것입니다. 이렇든 저렇든 힘들어서 오신 분들입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예배부터 드리게 합니다. 굳이 답변을 끌어들이자면, 11시 예배를 ‘종합비타민’처럼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예배만 착실하게 오면, 예배를 통해 편식하지 않고 중요한 영양가들을 공급하겠다는 것입니다.

예배가 본질에 손상을 주는 ‘쇼’가 되면 안 되겠지만, 영성 훈련이나 각종 프로그램이 끝났을 때 같은 특별한 경우에는 가끔씩 ‘간증’도 넣습니다. 보통 금요철야 예배 때 간증을 하지만, 그러면 주일 낮예배만 오시는 분들은 평생 들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분들은 교회에서 훈련을 하는지도, 훈련이 끝났는지도 모르십니다. 간증을 통해 궁금해하고 호기심을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 모든 것들을 예배에 녹여내면, 새신자들에게도 ‘예배만 참석하십시오’ 하고 예배 하나로 끝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예배만으로는 안 됩니다’라고 하니 엄두가 안 나는 것입니다.

정답은 아니겠지만, 그렇게 채울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렇게 워밍업을 한 뒤, 예배가 회복됐다고 생각되면 사역도 하시게 합니다. 가끔 다른 교회에서 오셔서 ‘지난 교회에서 뭐든 다 했다’면서 의욕이 넘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일단 예배를 통해 충분히 회복하신 다음 사역을 하시는 것이 맞습니다.”

요즘도 설교 위해 가운 입을 때 설레
20년째 마을 축제, 섬김 차원서 계속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목사 되고파

-30년 사역을 하시면서, 매년 똑같은 사역의 반복 속에 매너리즘에 빠질 때는 없으셨나요.

“제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어렸을 때부터 순종적인 편이었습니다. 목사로서 업무를 수행하고 교회 일을 하면서, 반항이나 분노가 없었습니다. 그것이 또 우리 목사들의 장점 아닐까요. 생활 패턴 자체가 교회의 주기에 맞춰져 있습니다. 귀찮거나 지쳐서 도망가고 싶은 것도 매너리즘이라면, 그런 적은 별로 없습니다. 주어진 일을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덤덤해지는 것도 있을 수 있는데, 그런 것도 별로 없었습니다. 요즘도 교인들에게 가끔 간증합니다. ‘가운을 입을 때마다 설렌다’고요. 그런 마음이 식어지지 않아서 감사합니다. 설교 중 자주 울게 되는데, 그런 마음이 유지되는 것도 감사합니다. 의도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럴 때 ‘매너리즘에 덜 빠졌구나, 뻔뻔해지지는 않았구나’ 하고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똑같이 하지는 말자’는 고민은 많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기획과 각종 이벤트에 능했습니다. 저희 부목사님들은 힘들 수 있습니다(웃음). 단 예전만큼 크게 일을 벌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정연수 효성중앙교회
▲20년째를 맞은 효성 1004 마을 축제 모습. 타 지역교회와의 협력도 이뤄진다. ⓒ효성중앙교회

-마을 축제는 벌써 20년째인데요.

“20년째 할 수 있는 것은, ‘전도 부스’를 따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교회가 이 동네 ‘1호(첫) 교회’입니다. 그래서 다른 교회들을 위해 봉사할 것이 있을까 늘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선을 확대해 주는 일을 하겠다는 거룩한 책임감을 갖고 있습니다. 전선을 펼쳐주어, 작은 교회들이 국지전을 벌여 잠식해 들어올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저희 교회는 그 일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성도님들에게 늘 말씀드립니다. ‘남는 게 없더라도, 교회가 욕 먹을 짓은 하지 말자’고요. ‘교회? 좋은 일은 많이 하잖아’ 이런 말이 나와야겠지요. 그걸로 끝입니다. 그래도 동네 분들은 아시지요. 누가 이사 오면 우리 교회 가보라고 하신다고 합니다(웃음). 하지만 그런 의도로 하는 건 아닙니다.”

수건을 벗어 던지라
▲수건을 벗어 던지라 정연수 | 샘솟는기쁨 | 272쪽 | 15,000원

-목회 비전이 있으시다면.

“소박한 비전이라면, 예전에 꿈꿨던 감리회 목회자들의 고상한 선비 같은 모습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제 아들이 목사가 되니, 느낌이 달랐습니다. 아들 세대의 목회를 망치지 말아야 하는데 하는 마음입니다.

다음 세대 목회자들이 좀 더 상식적인 배경에서 목회할 수 있도록 양 극단이 아닌 가운데 중심의 스펙트럼을 두텁게 만드는 역할을 감당하고 싶습니다. 어느 쪽으로든 운신하기 힘든 구조 속에서, 중간 스펙트럼을 60-70%로 늘려놓아야 안전하게 목회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와의 접촉 면적을 늘려놓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자식 위해 ‘이건 만들어 놓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아버지도 저를 도와주지 않으셨습니다. 아버지 말씀을 안 듣고 판자촌으로 목회하러 떠났더니, 얄미워서 안 도와주셨습니다(웃음). 하지만 하나님께서 이쁘게 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고생한 것을 보상해 주시는 느낌이 어렴풋이 들기도 합니다.

아들 목사가 시골 교회로 갔는데, 저도 그러길 원했습니다. 목사로서의 마인드와 목회를 기능으로 배우지 않길 바랐습니다. 언젠가 한 할머니 성도님이 처음으로 집사가 되셨는데, 자식들이 서울 올라오라고 해서 가 버렸다며 눈물이 글썽 하는 걸 봤습니다. 잘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한 명 때문에 울 수 있는 목사가 되어야 하지 않습니까. ‘내 새끼’를 길러본 사람이 선한 목자가 되는 것입니다. 큰 교회에 가면 기능적으로는 잘 배우겠지만, 결국 ‘내 양’이 아닙니다.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목사가 되는 것도 비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