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범 목사
▲수상한거리의 대표 백종범 목사. ⓒ김신의 기자

“예배와 삶이 통합되어 기독교적 가치가 교회를 넘어 세상으로 흘러간다”는 비전을 갖고 8년간 ‘청년들의 대표적 문화거리’로 꼽히는 홍대를 지키는 목사가 있다. 바로 '수상한거리' 대표 백종범 목사.

백 목사는 그간 카페와 공연장 등에서 수상한거리 페스티벌, 예배자들 학교, 북클럽, 수련회, 세미나를 비롯해 기독교적 가치를 담은 활동을 이어왔다. ‘수상한거리’는 그 일대를 명명한 것이다.

최근 왕십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백 목사는 그간의 사역을 바탕으로 “다음세대를 위한 대안이 다음세대에게서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님과 함께 세상에 기독교 문화의 꽃을 피우고자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백 목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어떻게 오랜 기간 홍대 예배 문화 운동을 이어올 수 있었나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인내도 필요하고 오기도 필요하고… 그렇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할 때문이었어요. 사실 저도 그저 일반 교회 안에서 설교하고 목회하고 싶었는데요. 10명의 아이들이 꿈을 갖고 자리를 잡기까지 이 아이들을 세우고 섬기고… 제가 버텨야만 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그때 그 일이 제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향력을 미치고 문화를 이끌어가는 역할이 이 시대에 필요한 것 같았고,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 그간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요?

“힘든 일도 있고 위기도 있었죠. 재정적 어려움이라던가 여러 가지 어려운 일이 있지만, 사역의 의미에 대해 의문이 들 때, 정체성이 흔들릴 때가 가장 위기였어요. 교회 안에서 말씀을 전하거나 내 교인을 섬기는 게 아니라, 어찌 보면 지나가는 사람, 특정 다수를 섬기니 ‘뭐하고 있나’란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또 교회 안에 있는 선입관이라고 해야 할지, 함께하고 싶은데 함께할 수 없는 게 두 번째로 힘든 일이었어요.

요즘에는 함께하는 친구들이 성장하지 않을 때 기다려주지 못하는 제 안의 갈등이 있고요. 또 크리스천들이 여러 가지 도전을 했으면 하는데 사랑받고만 싶어하는 모습, 당을 짓는 모습을 보는 건 목회자로서 힘든 일이에요.”

- 요즘 청년들이 마주하는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나갈 수 있을지.

“물론 사람이니까 사명만으로 이길 수 있을 것 같진 않아요. 크리스천만 십자가를 지는 건 아니잖아요. 다 어렵고 고통이 있고 힘든 부분들을 충분히 이해해요. 요즘 청년들에게 말하기는 미안하지만, 그래도 도전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행동이 믿음을 강하게 하고 확증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말씀이 단순한 지식을 넘어 삶의 예배가 되어야 해요. 선순환이 되어야 하는데, 악순환의 고리는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문제인 거 같아요. 수많은 글귀가 난무하는데, 신앙이란 말씀을 살아내는 것이잖아요. 말씀의 능력을 드러내야죠.

또 지금의 이 시대는 끊임없이 쉬지 않는 것을 요구하는데, 사람은 결국 연약해서 안식이 필요해요.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보기 좋게 만드셨는데, 창조의 마지막은 안식이었잖아요. 안식도 필요하고 공동체가 필요해요. 크리스천들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만남을 가지면 좋겠어요.”

- 유튜브도 시작하셨는데, 어떤 주제를 다루고 계시나요?

“다음세대와 만나려면 유튜브를 할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요즘 점점 오프라인으로는 만나기 힘들고 온라인으로 만나니까요.

최근에는 술 논쟁에 대한 주제를 다루었는데요. 술은 옳다 그르다는 수준을 넘어서 문화에 대한 관점이죠. 문화와 방향성을 봐야하잖아요. 운동이든 예배나 교회이든 문화적인 방향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나 이런 관점을 제시하고 있어요. 만약 요즘 이슈인 영화 ‘기생충’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계층문화 시대에 대해 기독 청년이 살아가는 방법을 이야기할 뿐 아니라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낮아짐을 이야기하고요. 여러 흥미로운 얘기를 다루지만 결국 예배가 삶이 되고 삶이 예배가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 올해 상반기 기독교 문화계를 돌아보신다면?

“한국 사회가 플랫폼을 포함해 빠르게 바뀌고 있어요. 이런 면에 교회가 잘 대응을 해야 하지만, 조직화된 부분과 프레임이 있잖아요. 그런 것에 있어 다음세대들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나님을 바라보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다양하고 영향력 있는 소스가 많아지고 있어요. 또 재미있게도 그 영향력으로 교회와 교회 밖에서 다양한 대화가 이루어지고 빠르게 연결되고 있어요. 콘텐츠가 빠르게 바뀌는데 긍정적인 게 있는 거 같아요.

수상한거리페스티벌 시즌6
▲지난 5월에 개최된 수상한거리페스티벌 시즌6 현장. 무브홀에서의 천관웅 목사. ⓒ수상한거리

싱어송라이터 김복유 씨는 오프라인 공연을 이어가고 있고, 교계 안에서는 굉장히 많은 유튜버가 나타나고 있어요. 또 1년도 되지 않은 위러브(WELOVE)라는 팀도 폭발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요. 기존에 있는 예배 팀도 계속적인 도전을 던지고 있고, 이밖에 대안 목회, 대안 교회까지… 단순히 교회를 섬기는 것을 넘어서 세상에서 사역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일상이 예배가 되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높아지는 거죠.”

- 아쉬운 점이 있다면요?

“세대 간의 괴리감이 가장 큰 게 아쉬움이라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러나 결국 3.1운동 때에도 수많은 청년이 일어났던 것처럼, 청년들 안에서 대안이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이미 많은 청년들이 그리스도인으로서 멋있게 살고 있어요. 그렇기에 청년들이 걱정이 되지 않아요. 가수 김태우, 조성모, 이진아, 래퍼 PH-1(피에이치원) 등 기독교적 가치관을 가지고 자신의 달란트로 세상에서 기독교를 풀어내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더 나아가 지금 여러 물질적인 축복이 어른 세대에게 있는데, 다음세대를 수용하려는 노력과 대화가 필요한 거 같아요. 전체적인 이미지나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폭력적으로 나오는 것이 청년을 더 떠나가게 하는 것 같아요. 결국 하나님 나라는 이리와 어린아이가 뛰노는 곳이잖아요. 이리가 변하지 않으면 양이 뛰어놀 수 없어요. 힘이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섬겨야지요. 통제하기보다는 설사 그들이 실수하고 잘못하고 다르다고 할지라도,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하고 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 중간 세대가 중보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른 세대와 젊은 세대, 그리고 중간 세대 사이에 대화의 장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백종범 목사
▲백종범 목사는 “누군가의 위에 군림하는 게 아니라 섬기고 낮아지면 모두가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신의 기자

결국은 마인드를 넘어 행위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바나바가 사도 바울을 인정해주고 이방인의 사역을 수용해주는 것, 이게 말로만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뜻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하잖아요. 물론 행동은 구원과 관련이 없지만, 행동까지 나아가는 믿음이 필요한 거 같아요.”

- 앞으로는 어떤 일들을 계획하고 계시는지요.

“여러 일을 하고 있지만, 예배가 삶으로 이어지고 또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선 모델을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중점적으로 하는 일 중 하나가 ‘예배자의 여행’이예요. 예배가 삶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삶과 예배 순환을 시키고, 또 교계와 세상과 연결하자는 취지의 예배학교예요. 강연과 콘서트 형태로 이루어지고 보통 겨울과 여름 한 번씩 하고 있어요.

이번 7월 1일에 있을 ‘예배자의 여행’에는 또 다른 방향성을 제시하는 김강현 예배 인도자, ‘시간을 뚫고’ ‘낮은 곳으로’라는 찬양으로 잘 알려진 '위러브'의 박은총 대표, CCM으로 예배를 드리는 김복유 싱어송라이터, ‘헌이의 일상’ 유튜버로 활동 중인 최진헌 전도사님을 모시고 ‘예배자의 여행’을 열어요.

또 순수하게 예배만 드릴 수 있는 예배 센터도 9월에 오픈을 앞두고 있어요. 대학교 봉사를 시작했는데, 모든 예배 팀이 홍대에서 예배하고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서요. 수상한거리 페스티벌은 10월 5일에 진행할 예정이고, 다양한 모델을 보여주고 싶어서 음악 말고 다양한 삶에 있는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게끔 월간 플리마켓, 강연 페스티벌, 크리스천 유튜버 세미나 콘퍼런스도 준비하고 있어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

“생각보다 미래가 확실성이 있어요. 시대를 살피고 청년이 공감할 수 있는 대화를 시작하면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돈과 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람들의 양심이나 인간다움,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 하나님의 형상이잖아요. 그러니 확실성이 있어요. 결국 사람들은 예수님이 필요하기 때문에 함께 소통한다면 교회에 매력을 느낄 거예요. 그런 때가 곧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능하면 보다 많은 교회, 그리고 교회를 넘어 세상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