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물결, 고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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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창세기 32장 22-28절

본문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야곱이 얍복나루에 이르자 절체절명의 기도를 하는 장면입니다. 평범한 기도가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겨룬다는 점에서, 과히 ‘대결’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형 에서의 시퍼런 칼날 앞에 목숨을 부지해 달라고 생명을 걸고 대결한 기도였기 때문입니다. 형 에서의 칼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불안이, 그를 생사를 건 기도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본문을 배경 삼아 ‘얍복 나루의 대결’이라는 제목으로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1. 얍복나루는 인생의 여울목

“밤에 일어나 두 아내와 두 여종과 열한 아들을 인도하여 얍복나를 건널새 그들을 인도하여 시내를 건너가게 하며 그의 소유도 건너가게 하고 야곱은 홀로 남았더니 어떤 사람이 날이 새도록 야곱과 씨름하다가(22-24절)”.

여울목이란 강이나 바다에서 바닥이 얕거나 폭이 좁아 물살이 세차게 흐르는 곳입니다. 이 여울목에서 야곱은 심리적인 압박감을 강하게 경험합니다. 이대로 순순히 고향으로 돌아가 형 에서를 만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를 가리켜 우리는 나아갈 수도 없고, 물러설 수도 없는 진퇴양난(進退兩難)이라고 합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은 누구에게나 그대로 위기입니다.

인간적으로 볼 때, 야곱은 소유욕을 충족시키려 살아온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소유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전형적인 인물이었습니다. 그에게는 소유만이 성공이요, 인생의 행복이요, 인생의 전부였습니다.

그런 그가 얼마나 다급했으면 모든 소유를 먼저 얍복 나루로 건너보내고, 홀로 남아 하나님께 매달리고 있겠습니까. 그러자니 반평생의 험난했던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이는 야곱이 제발 살려달라고 하나님께 매달렸던 인생의 여울목이었습니다.

2. 얍복나루는 승리자가 되게 했다는 뜻

“그 사람이 그에게 이르되 네 이름이 무엇이냐 그가 이르되 야곱이니이다 그가 이르되 네 이름을 다시는 야곱이라 부를 것이 아니요 이스라엘이라 부를 것이니 이는 네가 하나님과 및 사람들과 겨루어 이겼음이니라 하고(27-28절)”.

겨루어 이겼다는 것은 대결하여 승리했다는 뜻입니다. 야곱은 그냥 부탁하는 정도가 아니라, “살면 살고, 죽으면 죽으리라” 하고 온 힘을 다하여 하나님께 매달렸다는 것입니다. 그냥 매달린 것이 아니라, 환도뼈가 부서지는 정도로 혈투를 벌였다는 것입니다.

몸의 중심을 지탱하는 환도뼈가 부서질 때까지, 강한 의지로 하나님과 대결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야곱은 끝내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과 겨루어 이기었다는 ‘승리자’라는 뜻입니다.

본래 야곱이란 ‘발꿈치를 잡았다, 속이는 자’라는 뜻입니다. 그의 운명을 여실히 보여주는 이름입니다. 그러던 그가 밤에 나타난 알 수 없는 이와 몸이 부서지도록 씨름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힘을 겨루다, 엉치뼈가 삐그덕 일그러지는 바람에 환도뼈가 위골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사력을 다하자 천사는 축복하고 달아났습니다. 그때 ‘이스라엘’, 즉 ‘승리자’라는 축복을 받은 것입니다. 얍복 나루에서 대결하여 얻은 인생 대전환의 승리자라는 축복이었습니다.

3. 얍복나루는 하나님의 얼굴을 뵈는 장소

“그러므로 야곱이 그 곳 이름을 브니엘이라 하였으니 그가 이르기를 내가 하나님과 대면하여 보았으나 내 생명이 보전되었다 함이라 하고(30절)”.

야곱이 천사와 죽을 힘을 다하여 끈질기게 매달리니, 천사가 물러날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야곱은 놀라운 기적을 체험했는데, 그것은 하나님의 얼굴을 뵌 것입니다. 야곱은 스스로 그 장소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곳이 바로 ‘하나님의 얼굴’이라는 ‘브니엘’입니다.

“하나님의 얼굴을 뵈면 죽는다”는 이스라엘의 격언이 있었지만, 야곱이 죽지 않은 데서 ‘브니엘’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그러므로 야곱에게 이 ‘브니엘의 아침’은 영광의 아침이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영적인 원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얍복 나루라는 인생의 길목이 하나님의 얼굴을 뵈는 영광의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교훈입니다.

당시 얍복 나루는 요단 동편 길르앗 산지 남방 계곡을 휘감아 흐르기에, 경사가 급하고 물결이 세찼다고 합니다. 계곡의 굽이 때문에 여울목이 여러 곳에 있고, 얍복이란 이름에도 ‘물결 치다, 여울 소리’라는 뜻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힘들고 어려운 인생의 길목이 인생에서 도저히 잊을 수 없는, 하나님의 얼굴을 뵈는 영광의 장소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김충렬
▲김충렬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4. 정리

저는 개인적으로 가는 인생의 길에서 이곳 송파나루가 저와 여러분의 여울목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곳에서 천사와 대결하여 인생의 승리자 되시고, 감히 ‘하나님의 얼굴’을 뵈는 기적도 일어나는 영광의 장소, 놀라운 축복의 장소가 되기를 바랍니다. 기도하십시다!

“주님, 이 세상에서 어려운 일을 만나 힘이 들 때, 그것이 우리 인생의 여울목임을 깨닫게 하소서. 얍복 나루는 야곱에게 승리자가 되게 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소서. 그래서 내 인생의 얍복 나루는 하나님의 얼굴을 뵈는 기적이 일어나는 영광의 장소 됨을 깨닫게 하소서. 인생의 여울목에서 기어이 승리자가 되기로 결심한 사람에게 반드시 복을 내리시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김충렬 박사(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전 한일장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