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0-13일 한신교회(담임 강용규 목사)와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원(총장 제임스 맥도날드, SFTS)이 주최하는 제13회 신학심포지엄(목회자 연장교육)이 ‘새 시대를 위한 새로운 신학과 설교’라는 주제로 원주 오크밸리에서 개최됐다.

본지는 방한한 심포지엄 강사들과의 연속 인터뷰를 통해, 심포지엄 주제인 ‘새 시대를 위한 새로운 신학과 설교’에 대한 강사진들의 입장과 한국 목회자들을 위한 고견을 청취했다. 인터뷰는 <바이블 백신>의 저자인 본지 칼럼니스트 양형주 목사(대전도안교회)가 진행했다.

프린스턴 신학대학원 신약학 교수인 에릭 다니엘 바레토 박사(Eric D. Barreto)에 이어, 심포지엄을 주최한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원 총장 제임스 맥도날드 박사(James L. McDonald)와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맥도날드 박사는 심포지엄에서 ‘음식, 물, 그리고 기후: 교정으로의 하나님의 부르심’을 제목으로 강의했다.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원 조지 맥도날드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원 조지 맥도날드 총장. ⓒ양형주 목사 제공

강용규 목사 미국 목회 시절 정책적 ‘쉼과 재충전’ 경험
한국 목회자 너무 열심히 해… 육체적·신학적 쉼 필요
육체적 쉼 더불어, 신앙적·신학적으로 자극 있는 시간

 

-한신교회와 오랜 기간 협동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한국 목회자들을 위한 ‘신학과 설교 컨퍼런스’는 제가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원에 부임하기 5년 전부터 이미 시작됐습니다. 저는 이미 시작된 프로그램을 계속 하고 있는 것이죠.

컨퍼런스는 한신교회 강용규 목사님의 비전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강 목사님이 미국에서 목회할 때, 미국 장로교단에서 정책적으로 목회자들에게 연구기간 2주를 주어 쉼과 재충전을 갖도록 했다고 합니다.

강 목사님이 2주간의 기간을 지내면서, 이런 기간이 너무나도 소중함을 경험했습니다. 강 목사님은 목회자로서 이런 충전의 기회가 한국 목회자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강 목사님이 한신교회로 부임했을 때, 한국 목회자들이 너무 열심히 사역해 쉴 틈을 갖기가 쉽지 않음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휴식과 재충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육체적 쉼과 함께, 신앙적·신학적으로도 자극이 있는 시간 말입니다.

그래서 그는 이러한 기회를 저희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원에 요청했습니다. 목회학 박사(D.Min) 프로그램의 일부로, 동시에 목회자 연장교육의 일환으로 세미나를 시작할 수 있도록 저희 신학교에 파트너십을 요청한 것입니다. 이것이 13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성소 운동, 사람들에게 임하는 복음의 능력 경험케 해
공공정책 대한 경험과 관심사, 신학에 녹여내기로 결심
신학이 사람들 돕고 움직일 수 있도록 기여할 방법 모색

-공공신학(Public theology)이라는 분야를 연구하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저는 학부에서 공공정책을 전공했더랬습니다. 20세 때 프린스턴 대학에서 이 분야를 공부하다, 한 목사님을 만나 특별한 경험을 했습니다. 그 목사님은 교회를 통해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켰을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영향을 주고 변화를 일으켰죠.

이 모습을 보고, 저는 공공정책 영역에 있었지만 신학교를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뉴욕 유니온 신학교(NYC)에서 목회자가 되는 과정을 밟았습니다. 이후 1975년부터 1990년까지 15년간 블루밍턴 인디애나에서 협동목사로 섬겼습니다.

그 동안 1980년부터 1990년에 필라델피아에서, 한 믿음의 공동체와 함께 중앙아메리카에서 정치적 불안정과 내전으로 인해 미국으로 넘어온 난민들을 섬기고 이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는 ‘지성소 운동(Sanctuary movement)’을 전개하였습니다.

이것이 제게는 ‘진짜 세상’에 노출되는 경험이었고, 복음이 이러한 공공신앙 운동을 통해 얼마나 사람들에게 능력있게 다가갈 수 있는지를 경험하는 기간이었습니다.

한신 신학심포지엄
▲심포지엄이 진행되고 있다. ⓒ양형주 목사 제공

이후 저는 중앙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들을 돌아보게 되었고, 돌아와 박사과정에 진학하여 ‘국제 관계(international relations)’를 전공하게 됩니다.

중앙아메리카를 돌아다닐 때, 이들에게 보다 영향력 있게 다가가 사역하려면 박사학위가 필요하다고 느꼈지요. 저는 1998년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후 라틴아메리카의 이슈에 관심을 갖고 이곳을 향한 미국의 대외정책을 연구했습니다.

여러 과정을 거쳐, 저는 ‘브레드 포 더 월드(Bread for the World, https://www.bread.org)’라는 비영리기관에서 사역하게 되었습니다. 전 세계의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을 돕는 기관이었는데, 저는 이 나라들과 협력하면서 공공정책을 통해 많은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과 희망을 주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공공정책을 통해 ‘푸드 스탬프’ 프로그램을 가동할 수 있었고, 부채를 탕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주기도 하였습니다. 2000년에는 ‘희년(Jubilee) 캠페인’을 통해 전 세계 41개국의 어려운 나라들을 도왔습니다.

이렇게 13년간 ‘브레드 포 더 월드’에 몸담고 있다가, 어느 순간 제가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성경을 진지하게 읽으며 이러한 나의 공공정책에 대한 경험과 관심사를 신학과 윤리 안에 녹여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신학이 사람들을 돕고 움직일 수 있도록 기여할 방법을 모색했고, 마침 기회가 닿아 샌프란시스코 신학교에 오게 되었습니다.”

한국, 풍요와 부요 왔지만 미국처럼 하나님 떠나
하나님께서 주신 자원들 마음대로 처분하는 경향
기독교 주도하려는 마인드, 오히려 영향력 잃게 해
요즘 미국 젊은이들, ‘Nones and Dones’로 불려
종교에 관심 없고, 더 이상 교회 가지 않는다는 뜻
상처받거나, 싸웠거나,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느껴

-미국과 한국의 목회적 상황을 비교해 본다면 어떤 유사점과 차이점이 있을까요.

“한국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빠르게 성장했고, 세상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보다 더 빠른 성장입니다. 그러나 이런 물질적 풍요와 부요함이 미국에서처럼 사람들로 하나님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자원들인데, 이것이 우리 마음대로 소유하고 처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가 듣기로 한국교회는 지난 20-25년간 정체에 머물다 이제 서서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세속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제가 2011년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기독교인이 25%에 육박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때가 ‘피크’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20% 또는 그 아래로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기독교의 급속한 성장은, 기독 정치인들과 밀접한 관계를 갖습니다. 정부가 부패하여 국민이 분노할 때, 점점 거기에 기독교인들이 공조하는 느낌을 사람들에게 주는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도 백인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의 80%가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지지는 도리어 젊은 세대를 교회에서 돌아서게 합니다. 미국의 고등학생이나 젊은이들은 만약 저런 집단이 교회라면 차라리 교회에 가지 않겠다며 냉소적으로 돌아서곤 합니다.

제임스 맥도날드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원 총장
▲제임스 맥도날드 총장. ⓒSFTS

교회는 사회 안에서 권력을 획득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 안에 침투하여 복음의 영향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하지만 기독교가 주도적인 힘을 얻으려는 마인드를 갖고 움직이다 보니, 영향력을 잃어가며 무엇인가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제 큰 아들은 어릴 때 열심히 교회에 다녔지만, 지금은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에만 갈 뿐 교회에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이처럼 보다 많은 미국의 젊은이들이 교회에 실망하고 있습니다.

가톨릭 교회에서 터지는 성적 스캔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고 가톨릭 교회를 떠나게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교회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습니다. 교회가 정치적으로 더 깊이 연관될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요즘 미국 젊은이들을 ‘Nones and Dones’라고 합니다. ‘None’은 종교 자체에 관심이 없는(no religion) 이들을 말합니다. ‘Done’은 전에 교회에 가 봤지만 더 이상 가지 않고 발길을 끊은 이들(Been there, done that, doesn’t work for me anymore)을 말합니다.

교회에서 상처를 받았거나, 갈등 속에 싸우는 모습을 보았거나, 지루해서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진보나 보수는 성경적 언어가 아니야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으로 드러내야
SFTS, 영성과 사회정의, 혁신 등 강조

-그렇다면 교회와 기독교인들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명백하게 표명해야 할까요. 진보와 보수로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 하는 것은 큰 모험입니다만, 어떻게 하는 것이 지혜로울까요.

“제게도 사람들이 진보인지 보수인지 물어봅니다. 그러나 저는 진보나 보수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성경적 언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계속 성경에 뿌리내리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를 추구합니다. 저를 진보와 보수의 틀 안에 넣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세속 사회에서 이웃에게 좋은 친구가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것은 크게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과 친구를 내 몸과 같이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말이 쉽지, 실천하기가 정말 어려운 주제입니다.

이웃이 음악을 밤새 크게 틀어놓는다든지 나와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면, 그를 사랑하는 것이 정말 어렵습니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가 우리 이웃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고, 우리는 하나님 사랑을 이웃 사랑으로 드러내야 한다는 점입니다.”

-샌프란시스코 신대원에서 이런 ‘좋은 친구로서의 목회자’를 세워가기 위한 전략이나 고민은 어떤 것이 있나요.

“몇 가지가 떠오릅니다. 먼저는 지금으로부터 45년 전, 제가 처음 안수받을 때 은퇴하신 한 목사님의 고별설교입니다. 설교 제목이 ‘빛의 어두운 신비(Dark mystery in the bright)’였습니다. 아직까지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어둠의 신비’란 이 세상에 활동하는 악의 존재들입니다. 어디서 왜 왔는지 우리는 모릅니다. 우리는 때로 가장 최선의 의도를 갖고 행동하더라도, 그것이 악한 영향을 끼칠 때가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반면 ‘빛의 신비’도 있습니다. 우리가 온전하지 못해도, 하나님이 그 가운데 놀라운 선한 역사를 일으키십니다. 어둠의 역사와 빛의 역사 모두 다 신비입니다.

목회자가 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하나님께서 이런 우리를 계속해서 사용하시어, 그분의 영광을 드러내신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따라서 주님의 임재가 있는 교회는 우리 개개인이 빛을 세상에 비추는 것보다 더 강력한 빛을 비출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목회자는 우리 자신이 하는 일에 너무 의지하거나 자부심을 갖지 말고, 하나님이 일하심에 충분한 신뢰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임스 맥도날드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원 총장
▲학교에서 대화하고 있는 제임스 맥도날드 총장. ⓒSFTS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원은 이를 위해 먼저 영성에 관한 훈련을 강조합니다. 우리 학교는 1970년대에 개신교 학교로서는 처음으로 ‘영성’을 신학교 커리큘럼으로 가져왔습니다.

둘째, 사회정의에 관심을 많이 갖습니다. 공공정책도 그 일환이라 볼 수 있습니다.

셋째, 교회는 계속해서 혁신(innovation)하는 학교입니다. 우리 신학교의 로고는 ‘그리스도 안에서(In Christ). 새로운 피조물(New Creation)’입니다. 계속 혁신을 추구하고 새로워지고 있습니다.

-마지막 질문으로, 동성애에 관한 것입니다. 공공정책에 대한 강의에서 하나님의 공의(righteousness)를 강조하셨는데, 동성애도 올바르게 세워가야 할 것이 아닐까요? 한국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반발이 거셉니다. 이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정말 어려운 질문입니다. 성적 정체성은 우리가 누구인가에 대한 것과 매우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저는 신학적으로 하나님이 모든 피조물을 창조하시고 보시기에 좋았더라는 관점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는 남자나 여자나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노예나 자유민이나 차별이 없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 안에서 한 지체입니다. 우리가 가진 복음으로 이런 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가는 상당한 도전입니다.

미국에서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커밍아웃’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제 이런 사람들이 내 동생일 수 있고, 아버지일 수도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밖에서 이들을 정죄하기보다, 먼저 가까이 다가가 그들을 더욱 깊이 알아가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이 문제는 단순한 정죄와 비난 이상의 큰 차이를 가져옵니다.

이들에게 복음을 갖고 새롭게 다가가야 할 필요성이 점점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우리가 씨름해야 할 어려운 문제임을 다시 말씀드립니다.”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원(San Francisco Theological Seminary) 제임스 맥도날드(James L. McDonald) 총장은 신앙과 공적 생활(Faith and Public Life) 교수이며, 2011년 7월 총장 부임 전 기사에 언급됐듯 NGO ‘브레드 포 더 월드’에서 13년간 일하며 전 세계 기아 문제를 다룬 이력을 갖고 있다. George Washington University와 American University에서 국제 정치, 미국 외교 정책 및 라틴 아메리카 국제 관계 등을 강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