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성, 인권, 탈북민,
ⓒ휴먼라이츠워치 제공
한변(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과 성통만사(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가 ‘북한여성 성폭력 사례와 개선방안’이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18일 서울지방변호사회관 회의실에서 개최했다.

개회사를 전한 김태훈 대표(한변, 선통만사)는 “최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미투운동이 확산되면서 성폭력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며 “그러나 북한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서 완전히 제외되어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에서 여성에 대한 성폭력 문제는 광범위하고 심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북한주민들은 공개처형이나 정치범수용소의 공포에 눌려 있고, 절반 이상이 굶주림에 허덕이는 등 절박한 생존 문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성폭력 문제가 가려져 있다”며 “절대다수의 북한 여성은 남존여비의 관념과 가부장적 인식이 팽배해 있는 사회 환경 속에서 성추행, 성희롱, 성폭력을 일상의 한 부분으로 체념한 채 취약계층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이에 대한 문제의식조차 희박한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2001년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에 가입하고, 2010년 여성권리보장법을 제정하는 등 제도적인 측면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 철폐 및 권리 보장에 진일보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북한여성의 인권과 성폭력 상황을 개선하고 증진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과 국제사회가 공조하여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고 관심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인애 박사(통일연구원)가 ‘북한여성 성폭력 사례와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현 박사는 “오늘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역할은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북한에서도 시장 진출이 확대되며 여성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지만, 정작 북한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상응하게 바뀌지 못하고 있다”며 “북한여성의 성폭력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북한 여성뿐 아니라 남한과 국제사회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까지 북한여성의 성폭력 실태에 대한 조사는 통일연구원 ‘북한인권백서’,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인권백서’ 북한인권정보센터 NKDB 등의 북한인권조사연구에 포함되어 진행되어 왔고, 전문적 조사보고서는 2018년 11월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가 처음으로 발표했다”고 했다.

“북한에는 그런 가부장적인 마인드가 있어서 남자들이 자기 성욕을 풀려고 그렇게 여자들한테 폭력을 가하는 일들이 종종 있어요. 그런 남자들이 많으니까 그때는 그냥 맞은 게 좀 억울하긴 했어도 그렇게 큰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다만 이모네 식구들한테 너무 눈치가 보였죠. 자꾸 찾아오니까...”미진(가명, 27세)

현 박사는 “여성이 자기가 입은 성폭력사실을 공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가부장적 제도하에서 여성의식교육을 거의 받지 못하고 살아온 북한 여성들은 이런 면에서 더 약하기 마련”이라며 “북한에서 가장 발생 빈도가 높은 것은 권력형 성폭력으로, 직장, 군대, 돌격대 등 집단 생활을 하는 곳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1990년대 이후 교화소, 구금소, 시장에서 성폭력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성추행은 범죄로 인정되지 않고 일상화되어 있다”고 했다.

이러한 북한에서의 성폭력, 성추행 원인으로 현 박사는 △정치적 원인 △여성 의식와 성폭력 의식 부재 △성폭력행위에 대한 처벌 부재, 불공정한 처벌 △불합리한 경제 구조, 부패를 꼽았다. 그러면서 “북한에서의 성폭력 문제 해결은 체제의 변화를 통해 가능하다. 그러나 체제가 교체될 때까지 마냥 기다리고 있거나 체제교체를 위한 활동만 할 수 없다”며 △북한지도부에 성폭력문제를 상기시키고 압력을 넣는 것 △여성들의 인권의식을 제고하기 위한 방도를 찾을 것을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는 왕미양 변호사(대한변협사무총장)가 좌장을 맡고 채경희 박사(총신대 교수, 탈북민)와 송현진 박사(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객원 연구위원)와 최유미 변호사(한변 운영위원)가 토론했다.

채경희 박사는 “발제를 통해 일상에 묻혀 잊고 살았던 북한 여성에게 자행되고 있는 인권유린의 참담함을 느끼게 되었다”며 “앞으로 북한 여성에 대한 성적 유린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해야겠다는 마음을 굳히게 되었다”고 했다.

채 박사는 “직통생 여학생들에 대한 성폭행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으며 이에 대해 온전히 여학생의 책임으로 전가되고 남학생을 보호하고자 하는 학교당국의 의도로 쉬쉬하면서 넘어가는 일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고 한다. 특히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낮은 여학생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한 실정”이라며 “발제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권력이 고도로 집중화되어 있는 북한 사회에서는 권력형 성범죄를 강하게 처벌하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와는 상반되게 김정은 정권 이후 형량을 감소시켜 권력을 가진 자들을 비호하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행스러운 것은 대한민국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 여성의 숫자가 2만명을 웃돌아 북한의 성폭력 실태를 잘 드러내게 할 수 있으며 여러 인권단체들이 이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북한 주민을 상대로 한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함과 북한에 외부 정보 유입을 지속해야 하고, 북한의 일반 학교에서 성교육을 시키는 것과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성교육도 좋은 방도”라고 했다.

특별히 이날 토론회에는 전문가 이외 북한이탈주민 24명의 성폭행, 성추행 피해자의 사례 발표도 있었다. 신변보호를 위해 나이만 밝히고 가명을 썼다.

발표된 사례집은 보위부로부터의 성폭행, 남학생들로부터의 집단 성폭행 등을 비롯해 성폭행 7건, 성추행 14건, 아동 성추행 3건을 담고 있으며, 분량은 약 70페이지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