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유지연의 단어공부 인생공부]를 매월 15일 연재합니다. 이 코너의 글은 휫셔뮤직그룹(Fisher Music Group)의 유지연 대표가 직접 쓴 것입니다. 유 대표는 휫셔뮤직그룹을 통해 힐송, 빈야드, 지저스컬처, 벧엘뮤직 등 전세계 워십뮤직 메이저 레이블의 음악을 소개했고, 휫셔북스를 통해 잭 헤이포드의 ‘시편처럼 사는 예배자’, 맥스 루케이도의 ‘폭풍의 눈 속에서 세상을 보다’ 등을 직접 번역해 국내에 소개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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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by santiagotorrescl95 from Pixabay
5 _슬럼프(slump)

슬럼프는 어느 날 말도 없이 불쑥 찾아와 우리 삶을 힘들게 하고 사라지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 불청객(uninvited guest)이다. “우연히 걸려 넘어지다”라는 말에서 유래된 이 단어는, 지질학, 경제, 비즈니스, 등에서 쓰는 용어로, 우린 주로 스포츠를 통해 자주 듣게 된다. 훈련과정에서 오랜 기간 연습 효과가 나지 않고, 게임에서도 부진하거나 퇴보하는 상태, 그것이 슬럼프의 정체다. 슬럼프는 그렇게 우리 삶에 개입한다. 그러면, 슬럼프는 어떻게 해서 오는가?

* 타이밍: 야구에서 투수가 던지는 공에 타자가 오랫동안 배트-스피드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 타격부진으로 이어져 슬럼프가 온다. 일종의 타이밍 싸움이다. 그처럼 삶에도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다. 기회(chance)를 말한다. 기회가 왔을 때 잡지 못하면- 또 다른 기회가 올지라도- 그 기회는 날 기다려주지 않는다. 누군가 채가거나 소멸된다. 점수가 나야할 기회에 점수를 못내면 상대 팀이 기회를 가져가는 야구처럼. 기회의 속성은 잔인하다. 내게 주어진 기회, 그 타이밍을 놓쳤을 때 슬럼프로 이어지게 된다.

* 흐름: 모든 스포츠는 흐름의 게임- 흐름을 내주느냐 가져오느냐- 사이클이 있는 메커니즘이다. 그래서 흐름은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 흐름을 빼앗길 수도, 다시 찾아올 수도 있다. 핵심은, 흐름을 어떻게 내주게 되었는가에 달려있다. 우린 다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최고의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에러는 흐름을 빼앗길 뿐만 아니라 다 이긴 게임을 내주게 된다. 89분간 경기를 압도해도 마지막 1분의 결정적인 실수로 골을 내주고 패하는 축구처럼, 치명적인 실수, 판단 미스로 권력을 송두리째 내주는 정치판처럼, 삶의 결정적인 에러로 흐름을 빼앗겨 리듬이 깨지고 방향을 잃었을 때 슬럼프가 오게 된다.

* 대상과 목표: 토끼와 거북이 경주를 보자. 토끼는 전혀 상대가 안되는 거북이를 보고 딴짓하다 게임을 망친다. 거북이라는 대상을 보고 뛰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끼하곤 게임이 안되는 걸 이미 잘 알고 있는 거북이는 애당초 토끼가 대상이 아니었다. 그는 목표를 보고 뛰었다. 다시 말해서, 대상을 보고 뛰는 자는 목표를 보고 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Kodak과 Sony가 그랬다. 자기 기업을 따라올 수 있는 상대는 그들의 눈에 없었다. 대상만 보고 뛰었기 때문이다. 결국 코닥 필름, 소니 TV는 슬럼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목표(goal)가 아닌 대상만 보고 경영하는 인생은 언젠가 깊은 슬럼프에 빠지고 만다.

위 세가지는 늘 우리를 걸려 넘어지게 할 수 있는 요소다. 계속되는 슬럼프로 부진의 늪에서 지쳐있는 주변을 보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오래전 직접 듣고 영감을 얻은 행크 아론의 얘기를 나누려한다. 행크 아론은 미국 프로야구 선수로 통산 755개의 홈런을 기록한 홈런왕이다. 1982년 한국방문 때 기자들이 어떻게 흑인으로서 수많은 견제속에서도 홈런왕에 오를 수 있었는지, 선수생활 중에 슬럼프는 없었는지를 물었다. 그의 답변이다. 

“네, 많은 슬럼프가 있었죠. 슬럼프가 없는 선수는 없어요.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슬럼프가 없는 선수가 유능한 선수가 아니라, 슬럼프 기간을 최대한 단축시키는 자가 유능한 선수라는 말입니다!” 그의 말처럼 슬럼프가 없는 자는 없다. 누구에게나 슬럼프는 있다. 유능한 자는 슬럼프가 없는 자가 아니라, 슬럼프가 왔을 때 그 기간을 최대한 짧게 극복해내고 일어서는 자다. 우리는... 유능해질 필요가 있다.

유지연
▲휫셔뮤직그룹의 유지연 대표. ⓒ휫셔뮤직그룹 제공

유지연 휫셔뮤직 대표(david yoo, FMG)

유지연 대표는 어쿠스틱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 프로듀서로 현재 휫셔뮤직그룹(Fisher Music Group)의 대표, 아발론(Avalon) 어쿠스틱 기타 디스트리뷰터로 활동하고 있다. 1974년 데뷔한 후 정태춘, 박은옥, 윤형주, 이선희, 김종찬, 백영규, 한돌, 임지훈 등의 포크, 팝 계열의 유명가수와 함께 수백장의 음반에 참여했다. 또한 두란노 경배와 찬양 초대 뮤직 디렉터로 ‘전하세 예수’ 앨범을 작업했고, 예수전도단, 다윗과요나단, 사랑이야기 등 CCM 아티스트들과도 편곡, 연주, 프로듀서로 함께 작업했다. 1980년 첫 앨범을 발표했으며, 히트곡으로 자작곡인 ‘사랑과 평화: 던져진 동전이 굴러가듯이’, ‘야베스의 기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