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남궁억 보리울의 달
▲만화 <한서 남궁억> 中. 저자 김재욱, 그림 최현정, 제작 키아츠. ⓒ키아츠 제공
어느 날 아침이었다.

신문을 보고 있던 남궁억은 문득 이런 생각을 하였다.

‘신문이 며칠마다 한 번씩 나온다는 건 새 소식을 담기엔 너무 느려. 신문을 날마다 발간하여 뉴스를 빠르게 전해 준다면 국민들이 무척 좋아할 거야.’

그는 곧 일간신문을 펴낼 준비에 착수했다. 그의 가슴은 희망과 모험심으로 뛰었다.

그 무렵엔 일본의 입김을 받은 조정의 탄압으로 인해 독립신문도 폐간된 상태였다. 국민들에게 세상이 돌아가는 상황을 알려줄 새로운 매체가 무척 필요했다.

남궁억은 자금을 모으기 위해 이리저리 분주히 뛰어다녔다. 그의 인품과 능력을 믿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호응해 주었다.

준비가 거의 마무리되자 남궁억은 창간사의 초안을 작성했다.

먼저 황성신문은 한문을 아는 특권층만 대상으로 하지 않고, 한글과 한문을 적절히 섞어 써서 일반대중의 지식계발을 꾀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정부의 부정부패를 파헤치고, 일본의 침략 야욕과 정책에 대해 비판하며, 국민의 애국심과 독립정신을 고취하는 계몽활동을 목표로 한다고 천명했다.

그는 신문사의 모든 사원들을 한 가족처럼 대했다. 엄숙한 사장이 아니라 인자한 아버지와도 같았다.

납으로 만든 활자를 하나하나 일일이 뽑아 원고대로 조판을 하는 식자공들 곁으로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하기도 했다.

“취재하고 원고를 쓰는 기자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활자를 골라 모아서 신문의 원판을 만드는 여러분의 노력은 더욱 소중합니다. 고생스럽더라도 모두 힘을 합쳐 우리 민족의 앞길을 밝힌다는 사명감을 갖고 분투합시다.”

그리하여 마침내 1898년 9월 5일, 우리나라 최초의 일간신문인 황성신문이 창간되어 세상에 나왔다.

남궁억은 막 인쇄되어 나와 아직 잉크 냄새와 따뜻한 온기가 채 가시지 않은 신문을 들고 흐뭇하게 미소지었다.

“넌 우리 모두의 자식이야. 앞으로 탈없이 무럭무럭 자라 우리 민족의 눈과 귀와 입이 되길 빈다.”

마치 사람에게 하듯이 신문을 보고 말했다.

하지만 황성신문의 정직하고 진실한 논조는 정부의 미움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발행인은 여러 차례 경무청에 검거되어 심한 고문을 당했다.

남궁억은 “러시아와 일본이 꿍꿍이속의 밀약으로 한국을 분열하려고 교섭하고 있다”는 기사를 황성신문에 게재하여 경무청에 수감당했는데, 이것은 한국 언론 사상 최초의 필화사건이었다.

보리울의 달 한서 남궁억
▲소설 <보리울의 달> 저자 김영권, 제작 키아츠 <보리울의 달>은 한서 남궁억 선생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한서 남궁억 선생의 소설화된 파란만장한 인생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통찰하도록 안내한다. 만화 <한서 남궁억> 저자 김재욱, 그림 최현정, 제작 키아츠 <한서 남궁억>은 남궁억 선생의 위대하고도 큰 뜻을 남녀노소 모든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만화로 표현한 책이다. 남궁억 선생이 여러 등장인물과 역사를 헤쳐 나가는 이야기가 실감나고 흥미롭게 담겨 있다.
황성신문의 그 폭로 기사가 국민들의 큰 관심을 끌게 되자, 일본은 두려움을 느꼈는지 꼬투리를 잡아 방해공작을 폈다. 사장 남궁억이 불순분자들과 모의하여 역적질을 꾸미고 있다고 누명을 씌워 경무청으로 잡아들였다.

“쿠데타를 일으켜 성공하면 당신이 황제가 되려 했겠지? 그래서 신문 이름도 황성신문이라고 지었겠지?”

형사과장이 빙글빙글 웃으며 말했다.

“왜 얼토당토않은 누명을 씌우느냐! 나는 사실대로 신문에 실어 국민들에게 알린 죄밖에 없다. 그것이 죄라면 우리더러 눈과 입을 막고 살라는 것이냐?”

남궁억은 굴하지 않고 소리쳤다.

“흥, 한번 버텨 보겠다 이건가?”

형사과장은 우락부락한 부하들을 불러들였다.

“벗겨 버렷!”

“옛!”

지시를 받은 자들은 남궁억에게로 달려들어 옷을 모조리 벗겨 버렸다. 그러고는 구석으로 끌고 가서 두 팔을 높직한 가로대 위에다 묶어놓았다. 남궁억의 모습은 마치 십자가 기둥에 묶인 예수상과도 같아 보였다.

“이래도 바른 대로 불지 않겠어?”

형사과장이 눈에 핏발을 세우고 소리쳤다.

“나는 사실을 신문에다 보도했을 뿐이다. 나는 역적 모의를 한 적이 없다. 우리나라를 집어삼키려고 추악한 모의를 하는 것은 바로 너희 일본이 아니냐!”

남궁억은 두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빠가야로! 정말 질긴 놈이로군. 야, 시작해!”

형사과장이 냉랭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의 부하들은 한옆에 벌겋게 타고 있는 화로 속에서 가느다란 쇠꼬챙이를 하나 집어들었다. 쇠꼬챙이는 빨갛게 달아 있었다.

“마지막 기회다. 실토하라!”

형사과장이 음침스레 킬킬거리며 소리쳤다.

김영권 남궁억
▲본지에 <꽃불 영혼>에 이어 <보리울의 달>을 연재하고 있는 김영권 작가.
김영권

인하대학교 사범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한국문학예술학교에서 소설을 공부했다. <작가와 비평> 원고모집에 장편소설 <성공광인의 몽상: 캔맨>이 채택 출간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작품으로는 어린이 강제수용소의 참상을 그린 장편소설 <지옥극장: 선감도 수용소의 비밀>, <지푸라기 인간>과 청소년 소설 <걷는 동상>, <퀴리부인: 사랑스러운 천재>가 있으며, 전통시장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그린 <보통 사람들의 오아시스>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