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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본문: 창세기 47장 7-10절

본문은 야곱의 11번째 아들인 요셉이 애굽의 총리대신으로 정치를 너무나 잘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인 야곱이 바로 왕의 초대를 받았습니다. 이에 야곱은 늙은 몸을 이끌고 아들을 모두 데리고 애굽에 왔습니다.

이때 바로 왕은 야곱에게 “네 연세가 얼마뇨?”하고 질문하게 됩니다. 나이를 묻는 바로 왕에게 야곱이 답변한 것을 배경으로 하면서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1. 나그네 인생은 짐이 가벼워야 한다

“바로가 야곱에게 묻되 네 나이가 얼마냐, 야곱이 바로에게 아뢰되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백삼십 년이니이다 내 나이가 얼마 못 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연조에 미치지 못하나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 하고(8-9절)”.

나그네는 짐이 가벼워야 합니다. 외국여행을 하다 보면 한국 사람은 유난히 짐이 많기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저는 짐이 가벼운 사람을 보면 부러워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홀가분하게 여행을 할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여행에서의 짐이란 언제나 이동에 불편함을 줍니다. 그러기에 짐이 많으면 그만큼 이동에는 불편이 따르고, 심리적으로 자유롭지는 못하기에 짐이 가벼우면 일단 마음이 홀가분해집니다.

최근 우리는 죽음이라는 것을 깊게 생각하는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 강에서의 배의 침몰로 인해 26명이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사고, 그리고 97세의 일기로 우리의 곁을 떠나가신 이희호 여사의 죽음 등입니다.

갑작스런 사고를 당한 죽음이고, 충분히 사명을 다하고 가시는 자연적인 죽음이든지 간에 우리에게 주는 의미와 여운이 큽니다. 이런 때에 우리는 우리의 삶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런 가운데 우리의 실존이 나그네라는 사실에 도달하게 됩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떠나가게 되는 나그네 인생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나그네 인생에 진정으로 짐이 가벼워서 홀가분한 여행이 된다면 좋을 것입니다.

2. 나그네 인생은 욕심이 적어야 한다

나그네 인생길에서는 욕심이 적어야 합니다. 언젠가 끝이 날, 길지 않은 나그네 인생에서 불필요한 욕심은 자신을 망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욕심은 행복과 함수 관계에 있습니다. 욕심이 많으면 스스로 괴로움을 더하게 되지만, 욕심이 적으면 그만큼 만족감과 행복이 더하게 됩니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는 야곱의 인생을 잠깐 스케치해 볼 수 있습니다. 야곱은 욕심 때문에 형을 속였고, 그 속인 죄 때문에 괴롭고 힘든 방랑의 길에 들어선 것입니다. 이것 또한 그의 욕심 때문에 얻은 자업자득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다”고 고백하는 그에게, 그 원인이 욕심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었나를 생각하게 됩니다. 사람이 욕심 없이 살 수 있을까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욕심 없이 ‘무소유’의 정신을 실현한 사람을 생각하면 몇 사람이 떠오르지만, 특히 <강아지 똥>으로 유명한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이 생각나곤 합니다. 선생은 연간 수천만 원의 인세를 올리시는 분인데, 수십 억원을 남기신 그 분이 고작 5평짜리 작은 집에서 평생을 가난하게 살고 모두 나누어주고 가셨기 때문입니다.

선생의 삶을 두고 그것이 옳은가 그른가 따지는 걸 넘어서, 물질주의에 찌들어 사는 우리에게 도저히 실천하기 어려운 ‘무소유’의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고 봅니다.

선생은 가셨지만, 우리의 삶에 두고 두고 무언의 교훈을 주는 일로 우리 곁에 살아계실 것입니다. 욕심이 적으면 그렇게 의미로운 삶을 살게 된다는 교훈일 것입니다.

3. 나그네는 여행의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나그네는 여행의 목표가 분명해야 합니다. 여행에서 목표가 분명하지 않으면, 유혹의 눈길에 빠져 길을 잃어 엉뚱한 곳으로 가서 심하게 고생하기 때문입니다.

시골에 사는 촌부나 궁궐에 사는 왕이나, 모두 나그네입니다. ‘히브리’란 물 건너 온 떠돌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는 히브리 민족뿐 아니라, 우리 인생 모두가 본향을 향해 가는 나그네입니다.

독일 유학 시절, 독일이 통일되고 난 후 외국인을 박대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뉘른베르그의 큰 도시의 탑에 “외국인을 나가라 하지 말라, 우리도 나그네일 뿐이다”는 글귀가 크게 새겨져 있었던 것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세상에서 잠깐 머물다 가는 나그네 인생일 뿐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가야 할 본향에 목표를 분명히 해 두고, 나그네의 삶을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 정서에서 보면, 그 옛날 바위고개 언덕을 혼자 넘으면서 눈물짓던 사나이는 야곱이 아니라, 우리 자신일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고달픈 인생의 짐들을 가볍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많은 욕심으로 향유의 복을 누리지 못하는 일도 없게 해야 합니다. 이 세상에서의 삶은 그냥 나그네 인생이기 때문입니다.

김충렬
▲김충렬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4. 정리

이 세상에서 나그네 인생으로 또는 순례자로 본향을 향해 가는 저와 여러분에게 하나님의 복이 넘치시기를 바랍니다. 기도하십시다!

“주님, 이 세상에서 우리의 삶은 나그네 인생입니다. 나그네는 짐이 가벼워야 함을 깨닫게 하소서, 나그네는 욕심이 적어야 함을 깨닫게 하소서. 그리고 나그네는 여행의 목표가 분명해야 함을 깨닫게 하소서, 이 세상의 삶이 나그네 인생임을 깨닫고 후회가 남지 않는 삶을 살기로 결심한 사람에게 반드시 복을 내리시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김충렬 박사(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전 한일장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