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적 주제 ‘죄와 구원, 성육신’ 등 이야기로 표현
이야기 통해 기독교가 ‘최고의 선택지’라는 것 논증해
변증, 이성적이면서도 그 출발점으로서의 경험 강조
세상 보는 다른 관점 제시, 유물론적·자연주의에 도전

진리 ‘보여줌(showing)’으로써 ‘말하는(telling)’ 작가
이야기의 힘 긍정하면서도, 진리의 우선성 포기 않아

C. S. 루이스 컨퍼런스 알리스터 맥그래스
▲이날 컨퍼런스에는 3백여명이 참석했다. ⓒ이대웅 기자
‘2019 제5차 서울 C. S. 루이스 컨퍼런스’가 6일 1일 오후 서울 새문안교회(담임 이상학 목사)에서 개최됐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영국 옥스포드대 알리스터 맥그래스(Alister McGrath) 교수가 방한해 ‘이성과 상상력의 대화: 신학과 목회를 위한 C. S. 루이스의 중요성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발표했다.

맥그래스 교수는 “루이스와 저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벨파스트에서 태어났고, 둘 다 무신론자였다가 옥스포드 대학에서 기독교를 발견했다”며 “저는 어린 시절 자연과학에 흥미가 있었기에, 무신론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기독교에는 지성과 상상력의 힘이 없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옥스포드 대학에서 화학을 공부하면서, 과학자가 되기 위해 꼭 무신론자가 될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제가 기독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도 깨달았다”며 “무신론자 시절, 저는 하나님이 없다고 믿었지만 그것을 확정적으로 입증할 수 없었다. 그리고 무신론 역시 믿음 체계이자 신앙임을, 그래서 기독교로의 개종이 하나의 믿음 체계의 전환임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또 “기독교의 풍성함과 타당성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더 깊은 이해를 위한 도움이 필요했을 때, C. S. 루이스를 발견했다. 루이스는 제가 가진 삼위일체 교리 같은 어려운 질문들을 미리 예상하고 만족스러운 답을 주려고 한 사람 같았다”며 “그렇게 루이스에 대한 사랑이 시작돼, 오늘까지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루이스 서거 50주년(2013년)을 맞아, 그의 전기를 출간했다”고 소개했다.

◈기독교는 현실의 ‘큰 그림’

“나는 해가 떠오르는 것을 믿듯 기독교를 믿는다. 내가 그것을 보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것으로 인해 나머지 모든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I believe in Christianity as I believe that the Sun has risen, not only because I see it, but because by it, I see everything else).” -C. S. 루이스

이후 그는 신학과 목회에 관한 루이스 사상의 특징을 살폈다. 먼저 기독교가 현실의 ‘큰 그림’이라는 루이스의 견해에 대해 “루이스는 기독교 신앙의 지적 방대함이 과학과 예술, 도덕에 ‘안성맞춤’임을 주장하고자 했다”며 “루이스는 현실을 비추며 삶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기독교의 능력을 강조한, 오래된 기독교 전통 위에 서 있다. 기독교를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무엇을 어떤 동기로 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고 말했다.

알리스터 맥그래스 교수는 “루이스는 공통적인 인간의 관찰과 경험들을 확인하고, 그것이 어떻게 자연스럽고 합리적으로 기독교적 관점에서 맞춰지는지 보여주는 방식으로 기독교를 변증했다”며 “루이스는 기독교가 현실의 ‘큰 그림’을 지적으로는 방대하게, 상상력으로는 만족스럽게, 우리의 관찰과 체험을 보는 방법을 제공한다고 봤다”고 했다.

맥그래스 교수는 “제가 무신론을 떠난 이유 중 하나도, 무신론이라는 이름으로 제게 남겨진 지나친 지적 야망을 발견하고, 동시에 기독교가 이 세상을 이해하는데 더 좋은 길을 지시해줬기 때문”이라며 “기독교는 모호한 우리의 세상과 인간의 경험들을 직면시켰고, 무의미해 보이던 세상을 이해할 길을 제공했다. 그러나 저는 그때 감정과 정서적 관점 대신 단순히 지적 개종을 했을 뿐이었다”고 전했다.

◈루이스의 이야기 사용, 이야기가 설교에 갖는 중요성


이어 ‘루이스의 이야기 사용과 이야기가 설교에 갖는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는 경험을 조직화하고 상기하고 해석하는 자연스러운 방식을 제공, 과거의 지혜가 미래로 전해지게 한다. 동시에 공동체가 주체적으로 사회적·종교적 정체감을 갖고 역사적 위치를 인식하도록 돕는다”며 “이야기를 하는 기독교적 이유가 있다면, 인간이 하나님에 의해 창조되고 ‘하나님의 형상’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맥그래스 교수는 “<반지의 제왕>을 쓴 루이스의 친구 J. R. R. 톨킨은 우리가 하나님의 ‘거대한 이야기’를 궁극적 패턴으로 하는 이야기를 창조한다고 주장했다. 기독교의 복음은, 톨킨이 말한 ‘더 큰 종류의 이야기’를 펼치고 선포했다”며 “동시에 그 이야기는 그가 문학의 위대한 신화들 안에서 발견한 선하고 참되고 아름다운 것을 아우르고, 이는 ‘현실 세계의 복음’에 대한 멀리서 비치는 빛으로 표현된다”고 주장했다.

C. S. 루이스 컨퍼런스 알리스터 맥그래스
▲알리스터 맥그래스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그는 “루이스는 성육신의 의미에 대해, 상상력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사용했다. 또 죄와 같이 추상적이고 머릿속으로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 기독교의 개념들도 이야기로 전달하려 했다”며 “이야기는 우리가 상상력을 발휘해, 그 안에 담긴 지적 내용을 숙고하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루이스의 이야기는 이중 기능을 수행한다. 먼저 ‘죄와 구원’이라는 기독교의 주제를 이야기로 표현해냈다. ‘죄’에 대해 사람을 노예로 삼는 힘이자 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힘으로 묘사하면서, 하나님의 은혜만이 죄의 능력을 깨뜨리고 그 주문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킬 수 있다고 했다”며 “이어 루이스의 이야기는 변증가들에게 동일한 논점을 매력적이고 흥미진진한 방식으로 전하기 위한 상상력을 숙고하도록 초청하고 있다”고 했다.

맥그래스 교수는 “하지만 우리는 이야기에 갇히기 쉽고, 이야기는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에 영향을 미쳐 더 나은 방식을 보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며 “루이스는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이 유물론적 또는 무신론적 이야기가 하나의 선택지일 뿐이고, 그보다 더 나은 선택지들이 있으며, 기독교가 최고의 선택지임을 알리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루이스의 기독교 변증: ‘갈망으로부터의 논증’


셋째로 루이스의 변증 사역도 다뤘다. 그는 “루이스의 변증 사역은 <고통의 문제>가 출간된 1940년대 시작됐다. 이후 1952년 나온 <순전한 기독교>는 루이스를 당대 가장 탁월한 변증가 중 한 사람으로서 그의 명성을 더 공고하게 했다”며 “흥미로운 점은, 루이스의 변증이 철저히 이성적이면서도 하나님을 찾아가는 지적 여정의 출발점으로서 경험의 역할을 강조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스터 맥그래스 교수는 “루이스는 도덕이나 갈망 등에 대한 우리의 경험이나 직관은 일종의 단서들로, 우리로 하여금 ‘이 우주를 지도하는 무언가가 있을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갖게 만들어준다고 한다”며 “우리에게 있는 갈망이, 참된 본향에 대한 ‘복사본이요 메아리요 신기루’ 같은 것이라고 함으로써, 우리의 상상력을 크게 일깨우고 설득력을 갖는다”고 했다.

맥그래스 교수는 “이렇게 독자들에게 기독교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세상을 한 번 바라보라고 초대한다”며 “흔히 세계관이나 거대한 이야기를 렌즈에 비유하는데, 문제는 어떤 렌즈가 우리로 하여금 세상을 가장 또렷하게 보게 하는가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C. S. 루이스는 “정의하기 어려운, 불가능한 무언가를 향한 그리움으로서, 결코 만족되는 법 없는 정체불명의 갈망”이라는 ‘갈망으로부터의 논증’을 <나니아 연대기>와 <예기치 못한 기쁨>, <순전한 기독교> 등 다양한 작품에서 제시했다고 한다.

맥그래스 교수는 “그러한 갈망과 불만족에 대한 좌절감이 뜻하는 바에 대해, 루이스는 그 갈망의 궁극적 대상이 현 세상 너머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며 “이 세상 어떤 경험으로도 만족되지 못하는 어떤 갈망이 있다면, 내가 지금 이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개연성 높은 설명이라는 논리”라고 밝혔다.

그는 “이처럼 루이스는 늘 성경이나 기독교 전통이 아니라, 보편적 인간의 경험으로부터 출발해, 어떤 ‘관점’이 그런 경험들을 가장 잘 이해시키는지 되묻는다”며 “변증가로서의 루이스의 천재성은, 그 공통된 인간 경험 이해에 있어, 성경과 기독교 전통에 기반한 관점이 가장 만족스럽다는 사실을 탁월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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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스터 맥그래스 교수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또 “루이스에게 기독교는 우리로 하여금 ‘큰 그림’을 보게 하고, 우리의 지성을 키워주며, 우리의 상상력을 만족시켜 주는 세계관”이라며 “즉 기독교는 세상을 보다 분명하게 보이게 해주는 렌즈 같은 것이다. 루이스는, 기독교가 우리가 세상에서 관찰하고 경험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며, 그렇기에 진리라고 말한다”고 했다.

맥그래스 교수는 “루이스의 이야기는 독자들이 자신의 관점을 뒤집어 보도록 한다. 세상을 보는 다른 방식을 제시, 유물론적·자연주의적으로 세상을 보는 방식에 입각한 이야기에 도전한다”며 “루이스는 상상의 공간을 창조해 그 안에서 독자들이 한 번 하나님을 믿어보게 만들고, 자연주의에 대항해 믿을만한 대안을 제시한다”고 전했다.

◈루이스가 말하는 기독교 유산의 가치

마지막으로 ‘루이스가 말하는 기독교 유산의 가치’에 대해 알리스터 맥그래스 교수는 “루이스는 현대 그리스도인들이 앞선 믿음의 선배들에게서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의 신학 유산이 현재의 신학적 논의에 풍부한 통찰과 도전을 줄 수 있다는 것”이라며 “과거의 것이 무조건 옳다는 게 아니라, 현재와 비교해볼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어떤 시대에 대중에게 자명했던 사상이, 금방 사라질 유행에 불과할 수 있음을 상기시켜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의 풍부한 신학적 유산은 우리에게 복음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하고, 우리의 역사적·문화적 한계들에 도전을 가함으로써, 기독교 진리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풍성하게 한다”며 “과거의 지혜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자신의 눈, 상상력, 마음뿐 아니라 다른 눈들로도 보고, 다른 상상력들로도 상상하고, 다른 마음들로도 느끼도록 해 준다’고 루이스는 말한다. 이것이 어거스틴, 루터, 칼빈 등을 읽는 이유이고, 루이스 역시 기독교의 위대한 유산의 일부가 됐다”고도 했다.

논의를 정리하면서, 맥그래스 교수는 “갈수록 복잡해져 가는 현대 문화 속에서 말씀 선포와 사역을 감당해야 할 현대 교회를 위해, 루이스는 문화적 개연성과 지적인 설득력을 갖춘 대단히 풍부한 통찰과 접근법을 제시해 준다”며 “우리는 우리 문화로 하여금 복음의 의미와 삶을 변화시키는 복음의 능력을 깨닫도록 돕는 일에, 이성과 상상력 모두를 동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맥그래스 교수는 “루이스는 진리를 ‘보여줌(showing)’으로써 진리를 ‘말하는(telling)’ 작가였다. 루이스는 기독교에 대해 지적으로 넉넉하고 상상력 가득한 비전을 제시하는데, 이것이 가장 풍부하고 매력적으로 표현된 곳은 아마도 ‘신학은 시인가?’라는 제목의 옥스포드 대학 강연 말미 언급(나는 해가 떠오르는 것을 믿듯…)일 것”이라며 “강력한 시각 이미지를 이용해, 루이스는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을 세상의 합리성의 근거이자, 그 합리성을 파악하도록 하는 존재로 보게 한다”고 정리했다.

더불어 “루이스는 우주의 합리성을 긍정하지만,차가운 논리나 황량한 논증에 매이지 않았다”며 “루이스는 우리의 상상력을 사로잡는 이미지와 이야기의 힘을 긍정하지만, 진리의 우선성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앞서 인사를 전한 홍성사 정애주 대표는 “2000년부터 19년간 C. S. 루이스의 전작을 소개해 왔다. 루이스의 의중을 한글로 적확하고 적절하게 옮기기가 쉽지만은 않았다”며 “루이스의 해석과 재해석을 학자 여러분들께서 지금처럼 계속 맡아주시면, 공격받고 위축된 지금의 그리스도인들에게 그의 삶과 생각, 하늘로부터 부름받은 이상을 삶으로 드러낼 수 있는 견고한 생각이 되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이 외에도 정성욱 교수(덴버신학교)가 ‘C. S. 루이스 신학과 그 변증학적 의미’, 이인성 교수(숭실대)가 ‘루이스, 얼굴, 문학적 상상력’, 심현찬 원장(워싱턴트리니티연구원)이 ‘기독 낭만주의자의 초상 C. S. 루이스’를 각각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