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남궁억 보리울의 달
▲만화 <한서 남궁억> 中. 저자 김재욱, 그림 최현정, 제작 키아츠. ⓒ키아츠 제공
엄동설한(嚴冬雪寒)의 계절이었다.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고 있었다. 삼천리 금수강산을 핏줄처럼 휘돌아 흐르던 강물마저도 얼어붙어 소리를 내지 못했다.

돌을 던지면 쩡 쩡쩡 깨어지며 슬픈 비명을 지를 뿐이었다.

조선총독부는 무단통치의 빌미를 만들고 독립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이른바 105인 사건을 억지로 날조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평안도와 황해도 등 서북지역에서는 신민회(新民會)와 기독교도들을 중심으로 신문화운동을 통한 민족독립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었다.

총독부는 이 운동을 뿌리 뽑기 위해 어떤 사건을 조작했다. 먼저 군자금을 모금하다가 잡힌 안명근 의사를 잡아 족쳤다. 그는 안중근 의사의 6촌 동생으로 황해도 신천 사람이었다.

일찍이 북간도로 망명해 신천 일대를 중심으로 독립운동 군자금을 모금하다가 일본 경찰에 잡혀 경무총감부로 압송되었던 것이다.

안명근 의사는 신민회 회원은 아니었다. 그러나 경무부는 황해도 일대의 항일운동을 뿌리뽑으려 작정하고, 그 사건을 신민회 황해도지회 주요 간부들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날조해 황해도 일대의 지식인과 재산가 등 독립지사 6백여 명을 검거했다.

신민회는 안창호, 이승훈 등 독립지사가 비밀리에 조직한 항일단체로서 청소년 교육과 상공업의 진흥을 통한 실력 양성이 기본 목표였다.

경무부는 신민회 중앙간부와 지방회원도 모두 구속하였다. 양기탁, 이동휘, 이승훈 등 신민회 간부들이 서간도에 독립군 기지를 건설해 국권 회복을 도모했다는 것이었다.

일본 경찰은 갖은 고문으로 허위 자백을 강요하였다. 그들은 독립운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애국지사들을 사전에 일망타진하기 위해 사건을 조작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들이 꾸민 혐의 사실은 다음과 같았다. 그 무렵 압록강 철교 준공 축하식이 있었는데, 조선 총독 데라우치가 신의주를 향해 출발하는 날을 이용해 총살하려는 음모가 있었다는 것이다.

경무총감부는 야만적인 고문으로 허위 자백을 강요했고 나아가 사상의 전환도 강요했는데, 그 고문으로 두 명이 사망하고 많은 사람이 불구자가 되었다. 억지 공판에 회부된 1백여 명은 기소되어 경성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았다.

공판 중 윤치호, 양기탁, 유동열 등은 고문에 의한 날조라면서 무죄를 주장하는 등 완강한 투쟁을 벌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재판을 강행하여 날조된 판결문을 작성하고 윤치호, 이승훈, 양기탁 등 애국지사들에게 쇠창살 속의 징역형을 선고한 것이었다.

보리울의 달 한서 남궁억
▲소설 <보리울의 달> 저자 김영권, 제작 키아츠 <보리울의 달>은 한서 남궁억 선생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한서 남궁억 선생의 소설화된 파란만장한 인생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통찰하도록 안내한다. 만화 <한서 남궁억> 저자 김재욱, 그림 최현정, 제작 키아츠 <한서 남궁억>은 남궁억 선생의 위대하고도 큰 뜻을 남녀노소 모든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만화로 표현한 책이다. 남궁억 선생이 여러 등장인물과 역사를 헤쳐 나가는 이야기가 실감나고 흥미롭게 담겨 있다.
일본의 해괴망측한 연극에 의해 고통받는 벗들을 보면서, 남궁억은 깊은 분노와 비애를 느꼈다.

친구들을 찾아 면회라도 하려 했으나, 일본 당국은 불온분자라는 이유로 기어코 허락하지 않았다.

남궁억 자신도 감옥 속에 갇혀 짐승보다 비참한 대우를 얼마나 많이 받았던가. 지난 세월을 생각하면 가슴속에 알알이 맺힌 한이 눈물로 변해 어느 결에 눈시울을 적시는 것이었다.

그것은 다 무엇을 위한 행동이었던가? 무자비한 일본 경찰에 잡혀 감옥에 들어가면 죽은 목숨임을 각오해야 하는데도 어찌 그럴 수 있었던가?

그건 오직 고목나무처럼 점점 쓰러져 가는 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일념 때문이 아니었던가.

지난 세월의 희비애락 서린 일들이 주마등처럼 그의 머릿속을 스쳐갔다.

한서 남궁억은 서른네 살 때인 1896년부터 본격적으로 정치 결사단체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엔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까지도 이 나라를 집어삼키려 노리고 있었다. 하기야 조정의 벼슬아치라는 자들이 작당하여 조선을 스스로 중국에 바치려 하고 있었으니 어찌 그러지 않겠는가.

그런 작태를 두고 볼 수 없어 서재필, 이상재, 윤치호 등 젊은 애국지사들이 나서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인 결사단체인 독립협회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 근본정신은 국민들에게 독립심을 심어 주고, 선진국의 문화를 소개하여 사회를 개화시키며, 외세에 의존하려는 정부의 정책을 바로잡으려는 것이었다.

그 때까지 우리나라는 청나라의 속국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그곳에서 사신이 오면, 서대문 무악재 밑에 있는 영은문(迎恩門) 앞에서 마치 청나라의 황제인 듯이 귀히 맞이하여 받들어 모셨다. 그들이 묵는 모화관(慕華館)에서는 호화로운 잔치가 벌어졌다.

김영권 남궁억
▲본지에 <꽃불 영혼>에 이어 <보리울의 달>을 연재하고 있는 김영권 작가.
김영권

인하대학교 사범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한국문학예술학교에서 소설을 공부했다. <작가와 비평> 원고모집에 장편소설 <성공광인의 몽상: 캔맨>이 채택 출간되어 문단에 데뷔했다.

작품으로는 어린이 강제수용소의 참상을 그린 장편소설 <지옥극장: 선감도 수용소의 비밀>, <지푸라기 인간>과 청소년 소설 <걷는 동상>, <퀴리부인: 사랑스러운 천재>가 있으며, 전통시장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그린 <보통 사람들의 오아시스>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