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국 칼럼] 큰 약속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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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좋은 5월의 싱그러움이 화관(花冠)을 쓰고 한반도 전역을 축제 마당으로 여기며 여흥을 즐기고 있다. 어느 곳을 가든지 가정의 달을 맞이한 5월의 훈풍은 풍성하고 훈훈한 정감으로 넉넉하다. 참으로 아름다운 시절이다. ‘개똥밭에 굴러도 금생(今生)이 좋다’는 민담이 와닿는다.

꽃 축제 행사장마다 지역 특산물과 먹거리가 풍성하고, 각종 편의시설과 놀이 시설은 환호성을 자아내며 삶의 고단함을 떨쳐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듯하다. 하늘 한 번 바라볼 수 없는 치열한 경쟁으로 버텨낸 일상의 대가 치고, 봄 한날의 짦은 쉼은 너무도 작은 보상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이름다운 봄날을 섭리하시고, 운행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광활한 신비 속에서 우리들은 평안과 안락을 꿈꾸고 있음이다. 이에 편승하여 모처럼 일상을 벗어난 휴식은 호사로움일까.

산등성 고즈넉한 언덕에 앉아 잠시 잠긴 시름 앞에, 막을 수 없는 세월의 무상함과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한 내일의 불확실한 그림자가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다가온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지만, 윤택한 삶을 위한 계획과 성취를 위해 열정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우리의 종착역은 변함없는 죽음이다.

몇 날이 못 되어 하나님 앞에 서야 할, 두렵고 두려운 죽음의 그 길을 그리스도께서 환희의 영생길로 열어놓으셨건만, 기꺼이 영원한 생명을 제공해주셨건만, 우리는 육신의 나그네 인생길이 영원할 것 같은 착란으로 생명 보존을 위해 몰입하고 있다. 그리스도께서 주신 영생의 거울을 들여다 보면, 우리의 영혼은 일그러지고 추악한 골주름이 아니면 무엇이랴.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그리스도 언약은 이미 기억 저편이고, 반복적 행동으로 익숙해진 우리의 신앙은 그리스도 언약과 관계 없는, 신념과 사고가 비슷함으로 집단화된 무리는 아닐까. 온갖 핍박과 지탄, 손가락질과 매질,생명의 위협까지도 담대히 받아들이며 그리스도 언약 수호를 위해 몸부림치던 선지자들의 절개가 사무치게 그리운 건 왜일까.

자립교회 목회자들의 탐심이 국가의 형법에 저촉될 만큼 타락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미자립교회들이 예배당을 폐쇄하고 있다.

휴직 목사, 안식 목사, 은퇴 목사, 부업(副業)으로 여기던 장막업이 주업(主業)이 된 목사, 많은 목사들이 육신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세월의 쳇바퀴로 세속화되고 있다.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시골 마을처럼, 교회의 유년부와 청년부는 눈에 띄게 줄어들고, 이단은 성행하며 미신과 철학은 난무하다.

후드득 날아오르는 이름모를 산새의 비상으로 실눈을 뜨고 바라보던 풍경은 이내 사라진다. 햇살 가득 품은 산능선이 둔중한 몸짓으로 어깨동무를 이어가고 있다.

길따라 골마다 피어있는 아름다운 꽃들의 만개가 얼핏 거대한 꽃상여처럼 느껴지는 먹장 가슴에, 암울한 상여몰이군의 떨렁떨렁 종소리와 구성진 저승길 선창이 흰구름 조각에 매달려 들리는 듯하다.

아브라함에게 주신 하나님의 언약, 그리스도.
구약성경, 신약성경을 기록하신 하나님의 언약, 그리스도.

라합이 품은 언약, 다말이 수호한 언약, 나오미가 부둥킨 언약, 우물가 여인의 가슴에 새긴 문신 같은 언약, 그리스도.
시몬 베드로가 고백한 천국 열쇠의 비밀번호, 그리스도.

그리스도라 하는 이가 오시면 한 많은 고난의 인생길 걷고 있는 우리들도 영원한 그의 나라에서 눈물과 한숨, 갈등과 대립 없는 평안을 호흡할 수 있으리라는 참소망의 주인, 그리스도.

“그리스도는 만세와 만대로부터 감추었던 것인데 이제 그의 성도들에게 나타난 바 되었다”고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그리스도 언약을 망각한 채, 자신의 주관적 사고와 지식적인 가르침을 반복하고 있는 목자들의 설교는, 그리스도 언약을 잃어버린 시대를 계측할 수 있는 단면이다.

그리스도 언약의 사람을 통하여 썩은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역사는, 오늘도 한량 없는 긍휼하심으로 선택받은 우리가 그리스도 언약을 회복하기를 기대하신다.

“이로써 그 보배롭고 지극히 큰 약속을 우리에게 주사 이 약속으로 말미암아 너희로 정욕을 인하여 세상에서 썩어질 것을 피하여 신의 성품에 참예하는 자가 되게 하려 하셨으니(벧후 1:4)”.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큰 약속은 ‘그리스도’이고, 그리스도 언약을 붙잡은 사람은 큰 약속의 사람이다.

우리는 진정한 회개와 더불어 하나님의 큰 약속인 ‘그리스도 언약’을 붙잡아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기꺼이 그리스도 언약을 붙잡은 큰 약속의 사람을 통하여, 한반도 전역에 만개한 봄꽃보다 더 아름답고 화려한 영혼의 꽃을 만개시키시리라.

우리가 세상 소욕 다 내려놓고 그리스도 언약을 회복할 때, 그리스도 언약을 붙잡는 큰 약속의 사람을 통하여 이루시는 하나님의 구속 역사는 변함없이 그의 영광이 되리라. 아멘.

하민국 목사(웨민총회 인천신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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