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안디옥 선교포럼
▲7일 오후 종합토론에 참석한 좌장 문창선 목사, 발제자 및 논찬자 임원혁 선교사, 윤원로 선교사, 한정국 목사, 강기안 선교사(왼쪽부터 차례대로) ⓒ이지희 기자
'한국 선교사가 선교 현지에서 담임목사로 현지인 목회를 해야 하는가, 현지인 지도자를 세워 현지인 목사가 목회하도록 해야 하는가? 한국 선교사가 목회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현지인에 리더십 이양을 하려면 언제 해야 하는가?'

100여 년 전만 해도 수천 명의 선교사가 파송되던 한국은 지난 30여 년간 2만7천여 선교사를 해외로 파송하며 세계선교의 선두 그룹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이제는 세계교회를 위한 선교 모델과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이 요구되는 때, 보다 성숙하고 발전적인 한국선교를 위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6일부터 7일까지 경기도 고양 안디옥교회 행신성전 4층에서 열린 제4차 안디옥선교포럼에서다. 사단법인 AWMJ선교회(이사장 신화석 목사)가 주최하고 AMF(안디옥선교포럼), KWMA(한국세계선교협의회)가 주관한 이 포럼에는 10개국 10여 명의 선교사를 비롯하여 선교단체, 교단선교부 지도자, 선교학 교수, 목회자, 일반성도 등 총 300여 명이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선교사 현지 목회 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1박2일 간 위의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한 발제 및 논찬과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선교지의 다양한 역사와 전통, 환경과 문화, 세계관 등을 고려하여 한국 선교사가 하나님이 각자에게 주신 은사에 따라 사역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모두 공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측면에서 '아무나' 현지 목회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 오히려 한국 선교사가 직접 목회하는 것보다 현지 리더를 훈련시켜 그들이 또 다른 리더들을 훈련시키게 하는 전략도 효과적이라는 주장 등이 나왔다. 한국 선교사의 목회 리더십을 이양하는 시기도 선교지 마다 다를 수 있지만 이양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모두 동의했다.

6일 포럼의 마지막 순서인 파송예배를 앞두고 문창선 목사(국제디아스포라선교센터·ICDM 수석부대표)가 좌장으로 섬긴 종합토론시간에는 이 같은 내용이 더욱 활발히 다뤄졌다. 뉴질랜드와 남태평양에서 사역하는 임원혁 선교사(인터내셔널 시티 처치 담임목사, 아시안아웃리치 뉴질랜드&국제디렉터)는 "각 나라 선교 현장을 방문하면 실제로 가장 사역을 잘하고 있는 사람은 현지 사람"이라며 "특히 외국인 선교사가 직접 사역할 수 없는 곳에서는 현지인이 사역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훈련시키는 핵심 역할만 해도 각 나라에서 굉장한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4차 안디옥 선교포럼
▲지난 6~7일 제4차 안디옥 선교포럼이 안디옥교회 행신성전에서 개최됐다. ⓒ이지희 기자
서부아프리카 불어권에서 사역하는 윤원로 선교사(기성 해외선교위원회 아프리카 디렉터)는 "목회는 무조건 현지인들이 하고 선교사는 뒤에서 도와주어야 한다는 단순 논리로 영혼구원에 고군분투하는 선교사 사역을 폄하하고 막아서는 안 된다"고 앞선 발제에서의 주장을 재차 강조했다. 윤 선교사는 "1991년 MEEC(카메룬 성결교회) 교단을 설립해 오랜 기간 총회장을 하다 한국 선교사에 총회장직을 이양했으나 새로운 리더십에 문제가 생겨 다시 총회장을 맡고 있다"며 "지금은 또 다른 한국 선교사를 부총회장으로 임명해 이양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카메룬은 260개가 넘는 종족집단이 있는데 한 부족이 총회장이 되면 요직을 독점하므로 MEEC 교단은 선교사에게 총회장을 계속 맡아주기를 요청한다"며 "앞으로 현지인에 리더십을 이양해야 하겠지만 그들이 정착될 때까지, 그리고 한국 선교사가 현지인 목회자보다 성경적 메시지를 더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는 한 그 시기를 가능한 늦추려 한다"고 말했다. 또한 "현지 목회를 안 해도 자기가 받은 부르심과 은사로 열심히 사역하면 되는데, 게으르거나 언어가 되지 않는다고 현지 목회를 하지 않는 것을 합리화하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KWMA 사무총장, OMF 한국대표, 미전도종족선교연대 대표 등을 역임하고 인도네시아에서 대학생 사역과 협동목회를 한 한정국 목사(세계한인선교기구연대·KAMSA 코디)는 "서구선교 역사의 340년을 한국은 10분의 1인 34년 동안 압축해서 경험하면서 서구선교의 좋은 면도 배웠으나 좋지 않은 면도 배웠다. 34년간 선교사수가 200배 성장해 3만여 명이 가까이 된 것은 세계사에 없던 일이지만, 질적 면에서 과감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선교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가 원하건 원치 않건 세계선교의 한 축이 된 만큼 다른 국가들을 끌어당길 능력을 개발해나가기 위해 R&D와 소프트웨어 개발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AWMJ가 2, 3세계 교회가 공감하며, 그들의 다리 역할을 하는 비서구 선교, 한국형 선교를 개발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4차 안디옥 선교포럼
▲제4차 안디옥 선교포럼 종합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아르헨티나에서 현지인 목회를 하다 목회자에 상처받아 교회에 나가지 않는 많은 신자를 만난 후 목회를 현지인에게 이양하고, 현지인 목회자를 세우는 훈련사역을 16년간 해 온 강기안 선교사는 "선교를 어떻게 더 크고 멋있게, 더 빨리 좋은 효과를 내느냐는 이론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현지에서 주님의 부르심에 순종해 선교하고 복음을 전하는 부분에 소홀히 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국 선교사가 꼭 목회해야 하거나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선교사는 주신 은사를 따라 주님이 인도하시는 대로 사역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한국 선교사들이 목회를 하게 된다면 일반성도 대상 목회보다는 현지인 목회자를 목회하는 선교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강 선교사는 현지 리더십 이양을 위해서는 "아르헨티나에 개척한 12개 현지인 교회 모두 현지인 목회자가 세워져 있으며, 재산을 모두 법인체에 귀속시켰고, 목회자 훈련도 제가 빠져도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 후배 선교사도 기르고 있다"고 밝혔다

AWMJ 이사장 신화석 안디옥교회 목사는 포럼의 태동과 세 차례 진행된 지난 포럼 주제를 소개하며 "과거 포럼에서 다룬 것처럼 한국선교가 세계선교의 모델이 될 수 있다면 목회 부분이라고 보고, 이번에는 선교사가 현지 목회를 해야 하는지를 다루게 되었다"고 밝혔다.

2003년 시작되어 2018년 사단법인을 설립한 AWMJ는 세계 각국의 선교 정보를 수집하여 공유하고, 현지 교회 최고 지도자들을 훈련시키며, 새로운 단기선교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세계일주선교와 매 3년마다 안디옥 선교포럼 사역을 하고 있다. AWMJ는 특히 세계일주선교로 2019년 4월 현재 총 142개국에서 사역했으며, 향후 2020년까지 200개국을 사역할 계획이다. 그리고 2021년 5월에는 200개국 선교 지도자와 국내외 선교단체 지도자, 전문가 등 700여 명을 초청해 선교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논의하는 세계선교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