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당, 북한 시민사회 형성에 매우 중요한 요소”

[2019 북한자유주간③] ‘여성과 장마당’ 워크숍(1)

▲CSIS 빅터차 석좌교수(오른쪽 첫 번째)가 북한 장마당 매커니즘을 설명하고 있다.  ⓒ미주 기독일보

▲CSIS 빅터차 석좌교수(오른쪽 첫 번째)가 북한 장마당 매커니즘을 설명하고 있다. ⓒ미주 기독일보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고 있는 제16회 북한자유주간 둘째 날(29일), 위성사진으로 공식 집계된 북한 내 장마당이 436개이며 비공식 수까지 합치면 1천 개에 육박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이는 북한 내에서 정부의 통제를 벗어난 시민사회가 형성되고 있다는 의미라는 분석이다.

현지시간 이날 오후 2시부터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북한 내 여성과 장마당 매커니즘'이라는 주제로 워크숍이 진행됐다. 이를 주관한 빅터 차 교수는 첫 번째 세션 '북한 내 시장과 시민사회' 발표를 통해 위성사진으로 분석한 436개의 북한 장마당 실태를 분석했다. 그는 "북한 시민들이 오직 정부의 통제에 따르기만 하는 것이 아닌 그들 스스로 삶을 결정하게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차 교수에 따르면 CSIS는 기차역이 지역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판단, 북한의 모든 기차역 주변 지역을 분석했고 기차역과 시장간의 거리를 계산해 장마당의 위치와 개수를 파악했다.

차 교수는 특히 신의주 지역을 중심으로 한 장마당 형태를 분석하면서 "지역의 중심에서 5~6개로 형성된 주변 시장까지의 거리는 자전거로 30분 거리"라면서 "이는 주민들이 자유롭게 물건의 가격과 품질을 비교하며 선택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는 시장에서의 가격 등 다른 새로운 정보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교류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발표에서 헤리티지재단 올리비아 에노스는 "북한에서 시장이 중요한 이유는 이 시장이 북한 사회의 평등화에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북한 당국의 방침에 의하면 결혼한 여성은 가정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 직장과 일에 대해 보고할 의무가 없다. 북한 여성의 사회와 시장 참여가 활성화될 뿐만 아니라 여성과 정부와의 관계를 완전히 바꿔놓고 있는 것은 놀라운 변화"라고 평가했다.

올리비아 에노스는 시장의 활성화가 가져오는 북한 주민들에게 끼치는 정신적 영향에 대해서도 "드라마나, 라디오, 텔레비전 같은 발전된 테크놀로지 등을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것들을 통해 다양한 대안적인 생각과 관념들을 접할 수 있게 됐다"면서 "북한 주민이 스스로 생각을 정립하고 결정할 수 있는 의지를 심어주기 위해 그것을 좋은 의도로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CSIS가 위성사진을 통해 분석한 북한 내에 형성된 장마당의 분포. ⓒ미주 기독일보

▲CSIS가 위성사진을 통해 분석한 북한 내에 형성된 장마당의 분포. ⓒ미주 기독일보

북한인권에 관한 책을 집필한 바 있는 미국 카톨릭대 교수 앤드류 여는 "정치학에서 이해하는 시민사회는 국가 안에서 자발적으로 자생해 경제를 발생시키는 조직된 사회이고, 일반적으로 시민사회란 대중적인 두려움을 넘어서 단결된 행동을 행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북한의 통제 안에서는 하기 힘든 일이지만 시장은 정부의 눈을 피해 상호교환과 교류가 이루어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시장은 서로가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새로운 관계들을 형성하게 된다"면서 "북한에 시민사회가 형성됐느냐고 물으면, 그 정의상 물론 대답은 '아니다' 겠지만, 언더 그라운드에서는 그것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앤드류 여 교수는 또 시장의 활성화로 인한 북한의 민간 통제 시스템 약화와 관련해 "시장은 북한 사람들에게 시장에 많이 참여할수록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개념을 구축하게 했다"면서 "현재 북한 현지 사정상 당에서 지정해 주는 일을 열심히 한다 해도 월급은 똑같을 것이고 충분치도 않을 것이지만 시장 참여를 통해 노동력과 부의 상관 관계를 알게 되고, 정부를 위해 쏟을 노력과 시간을 좀 더 편하고 쉬운 방법으로 많은 수익을 내는 일로 대체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앤드류 여 교수는 "모든 것을 정부에서 배급받던 시대에서 이제는 내가 스스로 삶을 꾸려나가는 시대가 됐다"면서 "여기서 정부가 지속적으로 주입시켜 온 말과, 내가 보는 현실에서의 큰 차이를 북한 주민들은 느끼게 되며, 결과적으로 정부에서 말하는 것과 사적으로 생각하는 것 사이에 간극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빅터 차 교수는 "시장에서 상인들이 서로 교류하고 상호작용하며 그들만의 법칙과 지위를 만드는 이 모든 요소들은 미래에 언젠가 북한이 열릴 때 시민사회의 형성에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면서 "그때는 국제 금융기구나 외국계 회사들이 들어가기 시작할 것인데 현지 언어와 시장 사정에 가장 익숙한 이들, 특히 시장 경제를 작동하게 하고 있는 여성들이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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