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합헌 의견’ 재판관들 “태아도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사회·경제적 사유로 허용할 경우 생명경시 우려”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 위헌 소원 공개변론이 열리던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 위헌 소원 공개변론이 열리던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헌법재판소가 11일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4 단순위헌 3 합헌 2의 재판관 의견으로 최종 헌법불합치 판결했다. 재판관들 중 조용호·이종석 재판관이 합헌 의견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판결 직후 이 두 재판관들의 의견 요지도 공개했다.

이들은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고유한 가치를 가지며,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이라며 "태아는 인간으로서 형성되어 가는 단계의 생명으로서 인간의 내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이어 "태아와 출생한 사람은 생명의 연속적인 발달과정 아래 놓여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인간의 존엄성의 정도나 생명 보호의 필요성과 관련해 태아와 출생한 사람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출생 전의 생성 중인 생명을 헌법상 생명권의 보호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생명권의 보호는 불완전한 것에 그치고 말 것이므로, 태아 역시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했다.

또 "태아가 모체의 일부라고 하더라도 임신한 여성에게 생명의 내재적 가치를 소멸시킬 권리, 즉 낙태할 권리가 자기결정권의 내용으로 인정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기 위한 국가의 과제를 이행하기 위해 국가는 태아의 생명을 박탈하는 낙태를 금지할 수 있다. 국가의 생명보호의무는 임신한 여성의 태아에 대한 침해에 대해서도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특히 "태아의 생명 보호는 매우 중대하고 절실한 공익"이라며 "생명권은 그 특성상 일부 제한을 상정할 수 없고 생명권에 대한 제한은 곧 생명권의 완전한 박탈을 의미하며, 낙태된 태아는 생명이 될 기회를 영원히 잃게 된다"고 했다.

이들은 "이와 같은 태아 생명 보호의 중요성과 생명권 침해의 특수한 성격을 고려할 때, 입법자는 가능한 한 태아의 생명을 최대한 보호하고 그 생명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자기낙태죄 조항은 원칙적으로 낙태를 금지하면서 불가피한 경우에만 '모자보건법'을 통해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데,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비해 태아의 생명권 보호를 보다 중시한 입법자의 이와 같은 판단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임신 중의 특정한 기간 동안에는 임신한 여성의 인격권이나 자기결정권이 우선하고, 그 이후에는 태아의 생명권이 우선한다고 할 수도 없다"며 "헌법이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태아가 인간으로 될 예정인 생명체로서 그 자체로 존엄한 존재이기 때문이지, 그것이 독립하여 생존할 능력이 있다거나 사고능력, 자아인식 등 정신적 능력이 있기 때문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간이면 누구나 동등하게 생명 보호의 주체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태아도 성장 상태와 관계없이 생명권의 주체로서 마땅히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따른 낙태의 허용은 결국 임신한 여성의 편의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자는 것인데, 이를 허용할 경우 현실적으로 낙태의 전면 허용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해 일반적인 생명경시 풍조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며 "헌법 전문(前文)은 '자유와 권리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라고 선언하고 있는데, 성관계라는 원인을 선택한 이상 그 결과인 임신·출산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이와 같은 헌법 정신에도 맞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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