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승 생명샘교회
▲다시 모인 달꿈예술학교. ⓒ생명샘교회 제공
지난 주간의 일입니다. 어린 조카가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맹장염이 의료진의 과실로 복막염으로, 복막염의 염증이 내장기관 전체로 다 퍼지며 패혈증에 시달리는 중입니다.

이제 조금 회복중인 모습을 보며, 저 역시 어린 시절 교통사고후 패혈증에 걸렸던 일이 생각이 나서 부모님과 이야기했습니다.

다치기 전, 하나님을 만나기 전의 제 모습이 궁금했던 저는 제 어린 시절을 어른들에게 물었습니다.

“한승아 너는 헌금을 하게 하려면 두번 줘야 했어. 한 손에는 하나님께, 한 손에는 너한테. 그래서 꼭 두 손에 꽉 쥐어야 헌금했다.”

웃으면서 이야기하시는데 듣는 저는 심각했습니다. 웃을 일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조심해야겠네요. 기본적으로 욕심이 많았던 사람이라는 것이니까. 손에 가득 채우지 않으면 하나님 안 찾았던 거니까.”

속도 모르는 어머님은 한가지 이야기를 더 하셨습니다.

“병원에 있을 때 깍두기를 네모 반듯하게 주지 않으면 안 먹었어. 얼마나 음식 먹을 때도 까다로웠는지 몰라. 하하.”

심각하게 대답했습니다.

“정말 조심해야겠네요. 제가 정말 까다로운 사람이어서, 널리 사람을 품지 못할 수 있다는 거니까.”

2. 예전에는 웃고 넘겼던 이야기인데, 요즘에는 이런 이야기조차 웃어넘길 수 없습니다. 제가 그렇게 타고난 모난 성격이라는 소리니까요. 타고난 욕심쟁이라는 소리니까요.

두 손에 꽉 채우고 싶어하는 욕심, 그래야 하나님께 향한다는 마음 말입니다. 필요 없는 일에 대한 고집으로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는 마음 말입니다. 이 모든 것에 제게 있습니다.

3. 목회하면서 신경쓰는 것은 좋은 교회 만드는 일입니다.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교회는 예수님이 주인 되시는 교회여야 합니다.

예수님이 주인 되셨다는 것은 교회가 아무리 작더라도, 종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는 데서 드러납니다.

한 손에만 쥔 것이 아직 작다고, 나머지 손에 찰 때까지 땅 속에 묻어두고 기다리는 교회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신경쓰는 것은 연합입니다. 예수님이 주인 되신 교회라는 것은, 나머지 모든 교회들이 같은 지체임을 아는 것입니다. 즉 생명샘교회만이 교회가 아니고, 이 땅 모든 교회가 주님의 몸을 이루는 교회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비록 위치와 맡겨진 사역의 형태가 다를 뿐, 서로 주님을 위해 연합할 때 선한 역사가 나타난다고 믿습니다.

가르침은 말로 끝나서는 안 되고, 행함이 되어야 합니다. 행함 있는 사역만이 믿음이 있고, 믿음이 있어야 온전한 역사가 나타납니다.

가르치기 위해 직접 다른 교회에 가서 예배드리기도 합니다. 수없이 반복적으로 다른 곳에서 모셔 함께 예배드립니다.

4. 그런데 고독할 때가 많습니다. 아무리 연합을 위해 노력해도, 상대방이 생각이 없을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작은 교회는 작은 교회 나름대로 경계하고 큰 교회도 큰 교회 나름대로 경계합니다.

5. 달꿈학교를 세울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 명을 위해 모두가 모든 것을”이라는 가치관이나, “예술로 예수를, 예수로 세상을”이라는 가치관에 동의하지만, 세상의 방법과 기준으로는 기댈 곳이 전무했습니다.

벽에 헤딩하는 것 같은 막막함을 갖고 이곳 저곳을 두드리다가, 교회들을 찾아가 문의했습니다.

커리큘럼과 사람, 재정 모두 필요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믿음의 정신으로 함께 해 나갈 믿음의 사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교회들은 놀랍게도 모두 관심이 없었습니다.

6. 돕겠다고 뛰어든 사람들은 다른 교회 청년들이었습니다. 한마음교회 청년들이 뭐가 됐건 돕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참 고마웠습니다. 그래서 함께 의논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합니다. 그것이 이 학교의 어린이사역인 ‘엘림달꿀’입니다. 연합으로 만들어진 교육입니다.

7. 컴패션 사역에 우리 교회가 함께 동참하게 된 것은 우연찮은 일이었습니다.

2011년, 당시 청년들 10명 정도가 모였는데, 청년부 예배가 따로 없었습니다. 하나님이 마음을 뜨겁게 하셔서, 평신도였던 제가 예배를 인도하기로 결심했던 때입니다.

청년부실에 기타 쳐줄 사람이 없을 때가 많아, 음치에 박치인 제가 찬양도 준비해 갔습니다. 영상으로 찬양했습니다. 잘 따라부르지 않아도, 꾸역꾸역 부르곤 했습니다.

그렇게 예배드리던 중, 국내에서 탈북민들 31명 정도의 송환 문제로 뜨거워진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어느 정도 예배도 회복되던 때인데, 이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아 안타까웠습니다.

그때 발견했습니다. 예배 절차와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삶의 예배가 필요하겠구나. 어떻게 하면 남들의 아픔에 참여하는 공동체가 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저는 자료를 뒤지다, 차인표 씨의 간증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북한 이야기 영상과 차인표 씨 영상을 예배 시간에 나누었습니다.

놀랍게도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우리 예산을 쪼개서라도 한 명의 아이를 양육하자’고 결심했습니다. 컴패션에 전화했습니다.

귀한 뜻을 전달하고 가장 급한 아이를 돕겠다고 말씀드린뒤 만난 아이가, 아이티에 지진 피해를 입은 ‘장’입니다.

장을 만나니, 어리둥절해했습니다. 보내준 편지에는 “후원자님이 너무 많아 헷갈려요”라고 고백할 정도였으니까요. 다양한 후원자가 다양한 그림으로 보낸 편지에, 장은 행복해했습니다.

8. 큰 교회나 여러 명을 후원하는 형편에서는 그 한 명이 별볼일 없어 보일 수 있었지만, 이 일은 교회에서는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저는 감히 기적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많은 어린이를 후원하는 것보다 아름다운 것이, 한 명을 위한 모두가 되는 것임을 발견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흐름이 그대로 청소년부로 이어져, 청소년부가 몇 달 뒤 똑같은 방법으로 후원을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만난 아이가 ‘움트라 투레카’라는 아이입니다.

9. 놀라운 일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당시 담임목사님께서 북한을 도우시겠다면서 바자회를 열었습니다. 그래서 그 해 바자회 수익 전액을 컴패션에 기증하셨습니다.

당시 컴패션은 북한 사역이 없었는데, 북한을 위해 써 달라고 기증하셨던 것입니다. 그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만, 북한을 위해 귀하게 사용된 것이 분명합니다. 왜냐하면 1년뒤 컴패션에서 북한 사역이 시작되었으니까요.

제가 담임이 된 후, 컴패션의 사역을 성도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재작년 ‘컴패션 선데이’를 했습니다. 18명의 성도들이 후원을 결의했습니다. 성인 성도가 약 40명 되는 상황이었는데, 18명의 성도들이 후원을 결심했으니, 한 가족당 한 명이상 한 셈입니다.

이제 나눔씨앗 팀에서 또 한 명의 아이를, 그리고 마리아 목장에서 또 한 명의 아이를 추가로 돕고 있습니다. 생명샘 교회에서 양육하는 아이가 20명이 넘어섰습니다.

교회 재정만으로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연합해서 아름다운 일을 일구어가는 것, 그것이 주님 원하시는 일이라는 확신은 목회 이곳저곳에서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두 손에 무언가를 다 쥐고 살아가서도, 그것을 기다려서도 안 됩니다. 한 손만으로도 하나님과 손잡으면, 또 누군가와 손잡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10. 컴패션에서 몇달 전 북한과 북한 어린이를 돕기 위한 파트너스 모임에 초대했습니다. 컴패션을 처음 시작하게 한 것이 북한이었습니다. 북한과의 관계가 아직 아물어지지 않았음에도, 준비하고 있는 철저한 계획과 그에 동의하는 120여곳 교회들이 참여한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또 이미 시행한 교회들의 사례 발표를 들으면서 은혜가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참여 교회가 북한에 하나의 어린이 센터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교육받으며 기도하고 준비합니다.

아직 이뤄지지 않고 보이지 않는 사역인데도, 보이는 오늘을 준비하며 사는 모습에 큰 은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사례 발표에서 가장 작은 교회라고 선정돼 발표한 교회가 200명이 넘는 교회였다는 점이었습니다. 은혜로운 발표 후, 질의응답에서 목사님은 재정상 어려움 등을 토로하셨습니다. 목표를 맞추기가 사실상 힘든 부분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어서 가장 큰 교회로 알려진 교회가 사례 발표를 할 때입니다. 오해를 살까봐 말씀드리는데, 제가 참 좋아하는 건강한 교회입니다.

건강한 교회답게 애초에 목표액이 달랐습니다. 또 지정한 장소도 세 군데나 되었습니다. 다른 교회가 2천만원이라면, 큰 교회에서 세우는 센터는 6천만원이었습니다. 참으로 뭉클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목표액을 초과해서 목표를 다시 늘렸다는 부분이 거슬리기 시작했습니다. PPT에서 6천만원은 순식간에 1억원, 1억원, 1억원으로 바뀌었습니다. 지역을 세 군데 선정했으니, 총액 3억이었습니다.

마음에 갑자기 제 안에 ‘깍두기’가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은 희년이고 평등인데, 불균형과 불평등에 시달리는 북한에 세워질 센터가 교회의 자금에 따라 작은 센터 큰 센터로 차별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적어도 200명 정도 되는 교회만 참여 할 수 있는 사역인가?”

네, 제 안에 ‘깍두기 판단하기’가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천원 쥔 손을 땅 아래 묻어두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11. 마음 속에 이런 저런 갈등들이 생깁니다. 목표액을 달성했는데, 비용을 더 들여서 왜 더 좋은 센터를 지으려는 것일까.

차라리 그 비용으로 연약한 교회와 연합함으로 ‘한 손에 천원 밖에 없어요’라고 손 흔드는 교회와, 센터를 세워나가는 것이 아름답지 않을까? 에이…, 우리 교회는 기도사역이나 해야겠다. 삐쭉삐쭉한 깍두기를 이리 썰고 저리 썰기 시작합니다.

]12. 하지만 여러분, 기도해 보려고 합니다. 한 손에 쥔 것이 천원이라 해도, 하나님께 나아가려 합니다. 그것이 맞습니다.

북한을 위해 기도하고 컴패션의 북한 사역과 함께하는 교회를 위해 기도하는 것입니다. 기도로 내가 먼저 손을 잡는 것입니다. 다른 손에 누군가가 쥐어주기를 바라기 전에 하나님께 나아가 그 분의 손을 잡는 것, 모든 사역은 그것이 우선입니다.

그것이 네모 반듯한 깍두기만 먹지 않는 까탈스러운 류한승이 되지 않는 길입니다.

13. 사랑하는 여러분.

혹시 두 손 모두에 무언가 꽉 쥐는 것만 기다리는 것은 아닌지요. 그것만 기다리다가는 채울 수 없어, 결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먼저 하나님의 손을 붙잡고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하나님은 반드시 그 손에 다른 누군가 소중한 지체와의 연합을 이루어가실 것입니다.

그 때 비로소 네모 반듯한 깍두기만 깍두기가 아니라 다양한 모양의 깍두기의 맛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깍두기 맛있게 드세요~! 샬롬.

류한승 목사(생명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