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교회
▲본 사진은 칼럼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어느 책에 보니, 영국에서는 2018년 ‘외로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임명했다고 한다. 뭔가 싶어 자세하게 읽어보니 정말 그렇구나, 정말 필요한 일이구나를 깨닫게 되었다. 좀더 이야기를 해 보겠다.

현대 사회는 갈수록 이기적이고 물질적인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치열한 경쟁, 극심한 양극화, 취업의 문턱이 높고, 무관심한 사회, 그 결과 더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에 갇히고, 우울증에 시달리고, 정신과 문제를 안고 상담이나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매우 많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것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적절한 대응이 없어 심각한 사회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그래서 ‘외로움 장관’을 임명하여 이러한 소외된 자들과 현대병을 앓고 있는 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취지인 것이다. 즉 사회 공공 복지를 확장하는 것이다. 그 효과가 매우 크고 반응이 좋다는 것이 여러 현장 속에서 보고되고 있다.

한국 초대교회의 모습 속에서, 교회가 사회를 앞서가고 시대의 이정표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정보나 시설이나 모든 부분에서 귀감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교회는 초대교회의 시설이나 규모를 능가하면서도, 사회에 귀감이 되는 모습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현재 교회가 하고 있는 ‘그 정도의 일’은 이미 사회가 감당하고 정부가 충분하게 고려하고 있는 복지 사회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때에 교회가 사회를 위하여 할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찾아 나가는 것이야말로, 교회의 사회적 역할이라고 본다.

교회가 사회의 문제와 아픔에 관심이 없다면 종교적인 역할, 자기들의 안심 입명을 위한 일에만 충실하는 이기적인 종교로 스스로 전락하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충분히 잘 해오지 않았는가? 그러나 예수님은 사회 문제를 절대 외면치 않으셨다.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개혁하면서 하나님 나라를 세워 나가셨다.

우선 교회는 사회를 위하여 ‘대 개방’이 되어야 할 것이다. 공유하고 있는 것을 함께 나누는 일이 필요하다.

현재 건물을 가진 교회들은 대체로 비싼 지역, 가장 편리하고 중요한 위치에 세워진 경우가 많다. 이러한 장소를 일주일 내내 대부분 문을 걸어 잠궈놓고 주일만 사용하는 경우들이 너무나 많다. 무슨 성스러운 장소라도 되는 듯이 말이다.

이러한 공간을 사회를 위해 개방하고 사용할 수 있는 홍보와 더불어 활용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여러 가지 문제도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사소한 문제들 때문에 그 귀한 장소를 폐쇄시켜 놓는 것은 한 달란트 받은 종과 같은 태도가 아닌가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교회는 타인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요즘 아이들에게 장래 꿈을 물으면 ‘공무원’ 아니면 ‘건물주’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이게 현실이 아닌가?

교회 건물을 개방하여, 건물은 돈 버는 수단이 아니고 이렇게 사회를 위하여 사용될 수 있는 것임을 교육하여야 하지 않겠는가? 내 것이지만, 공공의 것으로 나눔을 교육하는 것이다.

둘째, 영국에서 맨스세드(Men’s shed) 헛간을 고쳐 공동체의 공간으로 내어놓고 활용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외로움을 예방하고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는 방편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작은 공간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그곳을 통하여 인형 만들기, 담소공간, 화분 제작, 친구 사귐, 지역사회 봉사 프로젝트를 만들어 행하면서 삶의 보람을 찾게 한다는 것이다.

2013년 영국에서 시작한 이 일은 현재 500곳으로 확장돼 매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영국에서 미국, 캐나다, 핀란드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니, (명견만리 중) 온 세상이 외로운 시대인 것이다.

그런데 그곳에 가면 만남이 있고, 교제가 있고, 즐거움이 있어 100세 시대에 즐거운 인생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교회는 크고 작은 많은 공간을 가지고 있다. 사회는 ‘헛간’을 뜯어 고쳐서 사회 공동체를 위하여 내어놓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교회는 있는 공간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지 않겠는가? 봉사한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것을 말하는 것이다.

교회 내에서 끼리끼리 섬기는 일도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지만, 더 나아가 사회를 위한 섬김과 봉사가 없다면 그 섬김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주님의 의도는 타인(세상)을 섬기는 종의 도가 아니었던가?

이러한 장을 베푸는 것은 오히려 전도의 기회가 되어, 많은 열매를 맺는 효과도 가져올 것이라고 본다.

빅 런치 데이(Big lunch)를 1년에 한 두 번 진행해서, 주변의 이웃을 초청하고 함께 나누는 행사는 어떤가? 세계 속에서는 이러한 일들로 인하여 사회에 봉사하고 헌신한다.

‘총동원 전도주일’도 좋지만, 불신자들에게 사회에 별로 관심 있는 것이 못 된다. 지금은 초청해도 오지도 않는다. 오히려 사회를 향하여 일회성 행사가 아닌,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사회를 리드해 가야 하지 않겠는가?

오늘날 교회가 욕을 먹고 손가락질을 당하고 있는데 방어하는 데만 치중할 것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이러한 일에 동참하고 개발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 필요한 일들이 무엇인가? 사회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우리 동네에서 필요한 일이 무엇인가?

눈을 들어 바라보고 궁구한다면, 많은 재정을 들이지 않아도 할 일들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종교적인 행사 말고 말이다.

‘당신들의 천국’인 교회가 울타리를 벗어나, 세상을 향하여 나가야 하는 이유이다. 교회는 울타리를 치거나 정체되어선 안 된다. 역동적인, 나그네 인생의 교회인 것을 생각해야 한다. “여기가 좋아오니” 하고 안주해선 안 된다.

세상은 갈수록 교회의 역할과 사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을 외면하고 축복 타령만 하고 행복 만을 추구하고 있다면, 이미 교회의 역할을 상실한 것이다.

갈수록 치열하고 어두워져 가는 각박한 세상 속에서, 더욱 빛나는 교회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외식의 허물을 벗어버리고,
세르게이 모스크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