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유지연의 단어공부 인생공부]를 매월 15일 연재합니다. 이 코너의 글은 휫셔뮤직그룹(Fisher Music Group)의 유지연 대표가 직접 쓴 것입니다. 유 대표는 휫셔뮤직그룹을 통해 힐송, 빈야드, 지저스컬처, 벧엘뮤직 등 전세계 워십뮤직 메이저 레이블의 음악을 소개했고, 휫셔북스를 통해 잭 헤이포드의 ‘시편처럼 사는 예배자’, 맥스 루케이도의 ‘폭풍의 눈 속에서 세상을 보다’ 등을 직접 번역해 국내에 소개해 왔습니다.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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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_투수와 목사(Pitcher and Pastor)

흔히 야구를 ‘투수놀음’이란 말로 표현한다. 게임에서 투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말이다. 그러나 사실은 야구 상식에서 좀 빗나간 말이다. 야구는 공격 50%, 수비 50%로 나뉘는 운동이다. 투수는 포수와 함께 수비에 속하고 수비 선수로의 비중도 50%를 넘지 못한다. 투수가 상대팀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고 게임마다 퀄리티 스타트를 유지해도, 공격에서 점수를 못 내주면 무승부나 패전 투수가 된다. 더욱이 야수들이 막아주지 못하면 투수는 무너지고 만다. 상대팀에게 7, 8점씩 두들겨 맞고도 빅이닝을 만들어 9:8로 역전하는 게임이 얼마나 많은가?

팬들은 오승환 같은 마무리 투수에게 스릴을 느끼고 류현진이 등판하면 상대편 타자들을 꽁꽁 묶어 주길 바란다. 수비의 선봉장 역할을 투수가 하기 때문이다. 9회말 1점차, 원 아웃에 주자 2. 3루, 마무리가 올라와 승리를 챙기면 그 역할은 90%까지 치솟는다.

어쨌든, 상황에 따른 역할의 비중에도 불구하고 투수는 “아홉 명의 선수 중 한 명이다.” 야구는 아홉 명이 함께 하는 게임이다. 투수놀음이란 말에 논리는 있어도, 투수가 야구를 주도한다는 느낌을 벗어날 순 없다.

한국 교회의 많은 목사들은 스스로를 투수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투수놀음처럼 ‘목사놀음’으로 교회를 생각한다. 한국 교회 시스템이 잘못 잉태한 부산물이다. 부교역자, 성도, 간사는 마치 투수 도우미처럼, 절대 권력 아래 기업화 돼버렸다. 물론 목사들이 다 그러하지는 않다. 자신을 종(servant)으로 여기며, 대접받으려 하지않고, 설교와 삶의 모습이 다르지 않고, 지금도 낮은 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자들을 위해 사랑과 희생으로 땀 흘리는, 존경받아야 할 훌륭한 목사들이 아직 많다.

하지만, 목사놀음하는 목회자들로 인해 교회는 병들고 썩어 있다. 사실 예배에서 설교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고 사람들은 말씀을 따라 모여든다. 그럼에도, 교회에서 행해지는 봉사, 찬양, 헌금, 기도, 교제, 순종, 나눔, 헌신, 선교… 모든 것이 다 예배(worship)다. 설교의 비중이 아무리 커도 역시 예배의 한 부분이다. 이 겸손한 의식(humble spirit)이 그들의 머리와 가슴에 올바로 인식되지 않는 한, 한국 교회는 일부 목사들의 정치논리와 목사놀음 시스템에 의해, 하나님의 교회가 아닌 사람의 교회로, 삯꾼처럼- 계속 세상의 비웃음 거리가 될 것이다.

유지연
▲휫셔뮤직그룹의 유지연 대표. ⓒ휫셔뮤직그룹 제공

유지연 휫셔뮤직 대표

유지연 대표는 어쿠스틱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 프로듀서로 현재 휫셔뮤직그룹(Fisher Music Group)의 대표, 아발론(Avalon) 어쿠스틱 기타 디스트리뷰터로 활동하고 있다. 1974년 데뷔한 후 정태춘, 박은옥, 윤형주, 이선희, 김종찬, 백영규, 한돌, 임지훈 등의 포크, 팝 계열의 유명가수와 함께 수백장의 음반에 참여했다. 또한 두란노 경배와 찬양 초대 뮤직 디렉터로 ‘전하세 예수’ 앨범을 작업했고, 예수전도단, 다윗과요나단, 사랑이야기 등 CCM 아티스트들과도 편곡, 연주, 프로듀서로 함께 작업했다. 1980년 첫 앨범을 발표했으며, 히트곡으로 자작곡인 ‘사랑과 평화: 던져진 동전이 굴러가듯이’, ‘야베스의 기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