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독교 3.1절
▲일본 기독교인들이 과거사를 사죄하며 부복해 절을 하고 있다. ⓒ새에덴교회
지난 주 수요일은 일본의 오야마 레이지 목사님을 비롯하여 17명의 일행이 우리교회에 직접 방문해 '한일 사죄와 화해 선교협력을 위한 예배'를 드렸습니다. 설교 말씀을 전한 오야마 레이지 목사님은 역사를 전공하신 분인데 29세에 QT를 하다가 일본이 우리 대한민국에 너무나 큰 죄를 지었다는 것을 깨닫고 이런 감동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일본이 과거에 한국에 행한 만행을 사죄하는 운동을 벌여야 한다. 그런데 진정한 사죄와 화해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가서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마음으로만 용서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면 물질적인 배상도 해야 한다. 그렇게 진정성을 갖고 사죄하고 피해자가 그 사죄를 받고 용서 할 때 진정한 화해를 이룰 수 있다." 

그런데 당시 나이가 어린 29세 청년이 이런 운동을 하고 다니니까 일본에서 '또라이나 미친놈'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래도 그는 줄기차게 기독교적인 양심을 갖고 사죄 운동을 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제암리교회의 재건에 대한 사명을 느낀 것입니다. 일본은 제암리 주민들이 3.1운동을 했다고 예수 믿는 사람들을 다 제암리교회로 불러다 놓고 문을 잠근 채 불을 질러 버렸습니다. 그때 사람들이 정말 비참하게 죽었습니다. 그러므로 제암리라고 하는 곳은 원한과 통곡이 메아리친 동네입니다. 그래서 1년이 넘도록 부지런히 모금운동을 해서 천만 엔을 모았습니다. 그때 돈으로 천만 엔은 큰돈이죠. 그런데 그 돈을 가지고 제암리로 오니까 유족들이 난리인 것입니다. "왜 교회만 짓느냐, 그 돈을 우리에게도 주라" 오야마 레이지 목사님은 너무 마음이 찢어지고 아팠습니다. 다방에 4시간 동안 감금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조상이 지은 죄를 생각하면 자기가 당한 수모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며 눈물로 용서를 구한 것입니다. 

이듬해에 교회를 다 지었다 해서 왔더니 자기를 그렇게 미워하던 사람들이 감사하다고하고,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원수처럼 여겼던 여자도 화해를 하고 용서해 주더라는 것입니다. "하나님, 어떻게 이럴 수 있습니까? 작년에는 그렇게 저를 반대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이렇게 저의 사죄를 받아주고 용서해 준단 말입니까" 생각해보니, 그것은 하나님의 사랑과 용서의 은혜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제암리교회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매년 한국을 방문해 사죄해 왔다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만 해도 몇 번을 방문해 사죄의 절을 하였고, 2010년과 2015년 8.15 평화기도회를 할 때도 수십만 명 앞에서 사죄를 구하고 용서를 빈 것입니다. 그러다가 올해 또 온 것입니다. 이 분들은 우리가 만족하고 한일 간의 진정한 화해와 용서가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 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초청을 하지도 않았는데도 자기들 돈으로 온 것입니다. 그런데 92세나 되는 목사님이 처음에 설교를 할 때는 좀 딱딱했는데 나중에는 목이 메여가지고 갈수록 감동이 오는 것입니다. 저도 그 분의 설교를 들으면서 눈물을 참느라 혼났습니다. 막상 강단에서 일본인 사절단이 무릎을 꿇고 사죄의 절을 하는 모습을 볼 때 저도 울컥해서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 분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모든 게 교회니까 가능한 것입니다. 일본이 과거 한국에 저지른 만행은 역사의 비극이고 참상입니다. 우리 세대는 진정한 화해와 용서를 통해서 역사적 비극을 끝내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이렇게 사죄를 하는 것이 아무 흔적도 안 남을지도 모르지만, 여러분들이야 말로 현해탄에 화해의 다리를 놓는 사람들입니다. 저 바다위에 무작정 꽃씨를 뿌리는 사람들입니다. 여러분들을 통하여 현해탄에 화해의 다리가 놓아질 것이고 아름다운 평화의 꽃이 피어날 것입니다." 

한국교회 목사로서, 기독교인으로서 그 분들이 자진해서 와서 일본을 대표해 사죄의 절을 하니까 미안한 마음도 있고 고마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특별히 함께 온 요시다 목사님은 아베 총리에게 "역사의 잘못을 인정하고 한국에 사죄하는 것이 일본의 도리"라고 편지를 여러 차례 보냈다고 합니다. 행사가 끝나고 그 분들에게 선물을 하나씩 드리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오히려 자기들이 고맙다는 것입니다. "아무 교회에서나 이런 것을 받아 줍니까? 새에덴교회는 한미우호와 남북평화, 도이 선생님과 함께 한일 평화 사역까지 한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큰 교회에서 우리들의 사죄를 받아주시고 언론을 통해서 일본의 만행을 사죄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알릴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그들이야말로 이 시대 그리스도인의 양심과 진정한 덕을 보여준 사람들입니다. 식사를 하면서도 3.1운동 할 때 일본 경찰이 여인들을 성고문 하였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일어나서 머리 숙여 사죄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일들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쌓이고 또 쌓여서 언젠가 화해의 다리가 완성되리라고 봅니다. 유럽에 EU가 생긴 것처럼 아시아에서도 한중일이 하나가 되어서 윤동주의 시에 나오는 간판 없는 거리와 같은 평화의 세상이 오리라고 믿습니다. 

이런 화해와 평화의 사역이 우리 교회에서 있게 되어서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