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이 지난 14일 오후 양재 온누리교회 화평홀에서 '우생학에 대한 기독교 윤리적 접근'이라는 주제로 제74회 월례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1부 경건회와 2부 발표회로 진행된 가운데, 경건회에선 이상직 목사(호서대 명예교수)가 설교했다. 이어 발표회에선 원장인 김영한 박사가 개회사 하고, 김광연 박사(숭실대)가 발표를, 이상원 교수(총신대 신대원)가 논평을 각각 맡았다.

기독교학술원 김광연
▲김광연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기독교학술원
"생명의 시작과 끝을 주관하는 이는 하나님"

'신체개량 기술에 관한 신학적 성찰-개량주의 우생학과 신놀이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김광연 박사는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전 세계 과학자들은 생명공학기술과 수명연장 기술, 인간과 컴퓨터의 결합 등 다양한 영역을 연구하고 있다"며 "인간이 꿈꾸어온 생명연장은 과학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실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인류는 점점 죽음을 초월하는 '호모 데우스(신)'가 되어가고 있다"고 했다.

김 박사는, 그러나 이러한 시대의 윤리적 문제로 "그 동안 우리들은 부모로부터 태어난 아이들은 설계의 대상이나 의지의 산물이 아니라 생긴 그 모습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며 "하지만 유전적 설계를 통해 태어난 아이들은 이런 과거의 의미를 잠식시키게 할 것이다. 인간이 인간을 만드는 인간의 도구화가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유전자 조작 기술은 그 동안 하나님의 창조 질서의 영역이었던 생명 탄생의 새로운 미지를 개척하고 있다"며 "하나님의 창조 세계에서 인위적인 조작이나 변형은 있을 수 없지만 오늘날 생명공학 기술의 빗나간 일부 실험에서 이런 모습들이 목격되어지고 있다"고 했다.

또 "앞으로 생명공학 시대의 기술을 통해 유전자 조작이 단순히 치료의 차원에서 머물지 않고 신체개량 기술로 나아가게 된다면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어긋나게 될 것이고 인류 사회는 우생학적 우성 유전자를 가진 자들과 그렇지 않는 자들 사이의 계층심화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과학 기술 발전과 그 기술이 지나치게 상업적인 목적을 향해 발전하는 것에 대해 경계해야 할 것"이라며 "과학기술에 관하여 수용하는 자세를 가지되 그것이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반성적 고찰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인간성 회복을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 박사는 이어 "과학자들이 모든 지구상의 생명체 유전자를 연구하고 있고, 생명체에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면서 우리는 생명공학 기술이 인간의 존엄성 회복과 생태계의 보존 그리고 하나님이 만드신 창조세계의 질서에 순응하도록 조화와 균형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특히 "하나님 놀이(playing God)에 대한 기술의 위험성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면서 "'신놀이'는 전능한 신에게만 부여된 고유의 권한을 인간이 침범하여 신의 역할을 대행하려는 것을 비판하는 말이다. 인류는 생명공학 기술을 통해 생명을 조작하고 진화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신놀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유전자 편집과 조작 기술로 인간은 신체적이고 지적 능력을 향상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유전자를 조작하여 그 재능을 변경하고 인간이 하나님을 대신하여 본성마저 바꾸려고 한다"며 "신놀이를 하는 과학자들은 복제(cloning)를 통해 더욱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배아복제 기술은 인간복제(human cloning)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더더욱 신놀이로 비춰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생명의 시작과 끝을 주관하는 이는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우리의 탄생을 그 어느 과학 기술로 조작하거나 변형시킬 수 없으며, 우리의 생명은 오직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만 가능하다. 모든 생명의 시작과 끝은 오게 되어 있다. 알파와 오메가인 하나님만이 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볼 수 있다. 인간은 죽음이라는 실존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그 기술의 끝에서 결국 죽음이라는 실존 앞에서 힘없이 사라지지 않을까?"라고 했다.

기독교학술원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기독교학술원
"생명공학 기술의 한계 인정하고 겸손해야"

앞서 '우성학에 대한 기독교 윤리적 성찰'이라는 제목으로 개회사를 전한 김영한 박사는 "생명공학이 인간의 편리함에만 초점을 맞추고 개발된다면 그 기술은 다분히 인간중심적 가치를 지향하게 된다. 이는 엄격히 규제되어야 한다. 여기에 오늘날 기독교 생명윤리는 성경의 지침 속에서 방향을 제시해야한다"고 했다.

김 박사는 "생명공학 기술의 한계를 인정하고 겸손해야 한다. 유전자치료는 실패율이 90%를 월등히 상회할 만큼 높은 치료이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치료는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인간은 자기 한계를 알고 겸손히 하나님 앞에 과학기술의 제한성과 유한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생명공학 기술은 창조 질서에 순응하는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며 "유전공학이 기술을 사용하는 생명체는 인간의 소유가 아니라 하나님이 인간에게 청지기로 부여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유전공학을 창조주께서 뜻하신 생명 존엄과 생명 질서에 순종하면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