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순교자의 소리
▲기자회견에 나선 현숙 폴리 대표(좌)와 에릭 폴리 목사(우). ⓒ한국 순교자의 소리
"70여 개 나라에서 50여 년 동안 사역하면서 우리가 배운 것은 핍박받지 않는 나라의 기독교인이 침묵한다면 핍박받는 나라의 기독교인은 더욱 어려움에 처한다는 것입니다. 일찍이 독일과 러시아에서 고통당한 기독교인들은 경험하지 못한 전 세계 교회의 연대와 신학적 지지를 핍박 받는 중국교회에 전하기 원합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VOM)는 14일 서울 정릉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정부는 중국교회를 핍박하면서 전 세계 교회가 자신들의 핍박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고 있다"며 "전 세계 교회가 침묵함으로 더 많은 중국교회가 폐쇄되고 더 많은 중국 목사가 감금되고, 종교에 대한 법과 규례가 더 강화되지 않도록 중국교회 목회자들이 작성한 '기독교 신앙을 위한 선언서'에 함께 서명해달라"고 촉구했다.

한국 VOM은 특히 "지금 중국에서 일어나는 기독교 핍박은 문화대혁명으로의 복귀가 아니라, 그보다 더 이른 1930년대 전체주의를 모방하고 있다"며 "당시 전체주의 정부는 기독교 근절을 목표로 삼았다면, 지금 중국 정부는 도덕적 영향력이 강한 기독교와 다른 종교를 흡수해서 공산당의 사회주의 목표 실현을 앞당기려고 온갖 노력을 다 쏟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
▲나치 독일교회와 현재 중국교회 비교사진. ⓒ한국 순교자의 소리
한국 VOM 최고경영자 에릭 폴리(Eric Foley) 목사는 이날 1930년대 독일 교회 예배당과 2019년 중국 교회 예배당 사진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며 "히틀러와 시진핑 모두 국기와 국가 지도자 사진을 예배당에 거는 것을 조건으로 종교의 자유를 약속했다. 당시 독일 정부 지도자와 당국자들의 연설과 오늘날 중국 정부 지도자와 당국자들의 연설을 비교할 때도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히틀러가 신학의 '나치화'에 힘썼다면 시진핑은 중국의 기독교와 다른 종교가 외국 문화에 말려들지 않게 하는 명목으로 기독교의 '중국화'를 추진하고 있고, 모두 성경을 제대로 깨달으려면 다시 번역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신학자들을 앞세웠으며,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체제 전복 혐의로 기소했다는 것이다.

에릭 폴리 목사와 한국 VOM 대표 현숙 폴리 목사는 두 시대의 두 국가의 정부가 내린 조치에도 불구하고 신실한 기독교인의 반응은 유사했다고 전하며 "안타까운 점은 독일 '고백 교회'가 기독교를 다시 정의하려는 히틀러에 반대해 바르멘 선언서를 작성했지만, 그리스도의 몸 된 전 세계 교회에서 단절되면서 자신들의 '고백 교회'가 나치 손에 박살나는 현실을 보며 고통받아야 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
▲현숙 폴리 대표가 서명으로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
한국 VOM은 똑같은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2018년 9월 중국의 439명의 목사가 종교의 자유를 선언한 '목사들의 공동성명: 기독교 신앙을 위한 선언서'(A Joint Statement by Pastors: A Declaration for the Sake of the Christian Faith)에 전 세계 교회가 함께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선언서는 전직 법학 교수이며, 중국 청두의 이른비 언약교회 왕이 목사 등이 작성했다. 왕이 목사와 이른비 언약교회 지도자들은 작년 12월 정부에 의해 감옥에 갇혔으며, 서명에 참여한 다른 목사들도 비슷한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이다. 한국 VOM은 "그분들이 시작한 선한 이 일을 우리 세계 교회 지도자들이 이어나가야 한다"며 "선언서는 중국에만 관계된 것이 아니라 기독교 신앙에 관한 것으로, 온전한 기독교 신앙이 언제, 어디서 공격받든지 우리가 함께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라며 서명 캠페인에 동참할 것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캠페인에 참여하려면 웹사이트(https://chinadeclaration.com)에 2~3월 중 교회 이름과 본인 이름, 직책, 메일 주소를 기입하면 된다. 한국 VOM은 중국 목사 1명당 100명의 서명을 받는 것을 목표로, 총 4만3,900명 이상의 용기 있는 목회자와 지도자들의 서명을 받는 것을 목표로 기도 중이다. 세계 각국의 VOM과 동역 기관에도 캠페인에 동참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한국 VOM은 "그러나 중국 지하교회 기독교인의 가장 크고 오랜 협력자인 한국 교회가 그 서명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서명은 개별 확인 후 서울에 있는 중국 대사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중국 439명의 목사가 서명한 '목사들의 공동성명: 기독교 신앙을 위한 선언서'의 네 가지 핵심 선언 내용.

1. 중국 교회는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며 계시라는 진리를 무조건 믿는다. 성경은 모든 의(義)와 도덕과 구원의 원천이며 최종 권위이다.
2. 중국 교회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길로 걷기를 열망하여 그 길로 걷기로 결단했다. 중국 교회는 믿음을 지키기 위해 고난을 겪고 순교한 앞선 세대 성도를 기꺼이 본받고자 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3. 중국 교회는 하나님이 세우신 중국 당국자들에게 기꺼이 복종할 것이고, 사회와 인간의 행위를 지배하는 정부의 권위를 존중할 것이다.
4. 그리스도께 속한 중국의 참된 모든 교회는 정교분리 원칙을 고수해야 하며, 오직 그리스도만이 교회의 유일한 머리임을 고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