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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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 나오는 다윗은 사울의 집안 3대까지 관계했던 사람입니다. 한 집안의 3대까지 관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다윗은 므비보셋의 할아버지인 사울, 아버지인 요나단, 그리고 사울의 손자요 요나단의 아들인 므비보셋과 관계하면서 사울은 사울대로, 요나단은 요나단대로, 그리고 므비보셋은 므비보셋대로 참으로 색다른 인생 경험을 하게 됩니다. 본문을 배경으로 ‘은혜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라’는 말씀을 묵상하고자 합니다.

1. 은혜를 저버리는 사람이 되지 말라

사울은 은혜를 저버리는 사람의 모델입니다. 아시는 대로, 사울왕은 이스라엘 통일 국가의 초대 왕이었습니다. 본문 1-2절을 보면, 사울은 왕 되기 전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베냐민 지파에 기스라 이름하는 유력한 사람의 아들이 있으니, 그 이름은 사울이요 준수한 소년이라, 이스라엘자손 중에 그 보다 준수한 자가 없고, 키는 모든 백성보다 어깨 위는 더 하더라.”

이렇듯 사울의 외모는 그야말로 군계일학, 수백 마리의 닭 중 한 마리의 학처럼 빼어났다고 용모의 출중함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사울은 왕이 된 후, 그의 특출한 외모에도 그의 왕됨이 순전히 하나님의 은혜임을 알고 겸손했습니다.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한없이 자기를 낮추는 아름다운 자세를 보였는데, 얼마 세월이 지나자 변하고 말았습니다.

어떻게요? “과연 내가 왕이 될 만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왕이 됐다”는 자기 과신 즉 교만에 빠졌고, 급기야 하나님의 성령이 그를 떠나 내리막길 인생으로 치닫고 마는 비극의 사람으로 전락했습니다.

사울이 하나님의 은혜를 저버리는 교만한 사람이 되고 보니, 자기를 돕고 국가를 존망의 위기에서 구출한 다윗에게 상을 주어 높여야 마땅한데, 다윗이 백성들로부터 더 높은 인기를 얻자 원수로 보고 처치해 버리려는 질투자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이는 사울 왕과 같이 교만하여, 은혜를 저버리는 비참한 사람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줍니다.

2. 은혜를 베푸는 사람이 되어라

본문의 다윗은 은혜를 베푸는 사람의 모델입니다. 1절에 “다윗이 가로되 사울의 집에 오히려 남은사람이 있느냐 내가 요나단을 인하여 그 사람에게 은총을 베풀리라 하니라”에서 볼 수 있듯, 다윗은 은혜를 베풀고 있습니다.

다윗은 므비보셋을 ‘원수의 마지막 남은 씨앗’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친구 요나단을 생각하면, 은혜를 입었던 귀중한 친구의 하나 남은 아들입니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입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잘못한 사울보다 잘한 요나단을 더 생각했습니다.

다윗은 철천지 원수로 여겨 죽이려던 사울의 칼을 피하여 쫓기던 그 시절에도, 목숨이 경각에 달려 엔게디 황무지를 전전할 때도, 친구 요나단이 몇 번이고 구출해주었던 좋았던 그 때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요나단을 인하여 은혜를 베풀고자 하노라”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다윗이 은혜를 베푸는 자세가 잘 나타나는 곳이 3절입니다. “내가 그에게 하나님의 은총을 베풀고자 하노라”. 은혜를 베푸는 사람은 내가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하나님의 은혜를 베푼다는 마음으로 하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믿음으로 생각하면 “모든 것이 다 은혜가 된다”는 말입니다.

은혜로 생각하면 은혜 아닌 것이 없습니다. 이것이 믿음의 비밀입니다.

그러니까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자녀들이 공부를 잘하면 잘하는 대로 좀 못하면 못하는 대로, 잘 생기면 잘 생긴 대로, 능력이 있으면 있는 대로 좀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다 그대로 은혜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100% 좋은 것이란 없기 때문입니다. 세상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을 뿐입니다. 장점이 항상 장점이 아니며, 단점이 항상 단점이 아닙니다. 그러기에 참으로 ‘다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이제 우리는 은혜를 베푸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3. 은혜를 은혜로 받을 줄 아는 사람이 되어라

므비보셋은 은혜를 은혜로 받을 줄 아는 사람의 모델입니다. 6-8절 말씀에서, 우리는 은혜를 받는 므비보셋의 자세가 참 겸손함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므비보셋이라 해서 교만할 조건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할아버지인 사울은 다윗을 해치려 했어도, 더 가까운 그의 아버지인 요나단은 몇 번이고 다윗을 죽음에서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요, 둘도 없이 친한 친구였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지금 다윗이 베푸는 이 정도의 대우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왕께서 죽은 개 같은 나를 돌아보시나이까?” 하며, 자신을 한없이 낮추며 몸둘 바를 몰라 했습니다. 이것은 은혜를 은혜로 받을 줄 알아야 복을 받는다는 교훈입니다.

김충렬
▲김충렬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4. 정리

하나님께서 사람을 통해 은혜를 주시는 때가 있습니다. 이때 우리는 은혜를 은혜로 받을 줄 알아야 합니다. 가는 인생의 길에 은혜를 은혜로 받는 복이 저와 여러분에게 넘치시기를 바랍니다. 기도하십시다.

“주님, 우리로 주님의 은혜를 더 깨닫는 사람이 되게 하옵소서. 기왕이면 은혜를 베푸는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 그리고 은혜를 은혜로 받을 줄 아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주님의 은혜를 전하며 사는 사람에게 반드시 복을 내리시는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김충렬 박사(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전 한일장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