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세습 왕조가 통치하고 있는 북한이 21세기에 어울리지 않는 전근대적 왕조 국가임이 다시 한 번 만천하에 공개됐다. 한국오픈도어선교회는 16일 세계 기독교 박해순위(World Watch List) 50개국 발표에서 북한을 이변 없이 ‘기독교 박해 순위 1위국’이라고 발표했다.

북한은 국제오픈도어선교회가 해당 순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2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18년째,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10위권의 면면을 보면, 북한의 박해 정도가 어떠한지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 2위가 아프가니스탄, 3-5위는 소말리아·리비아·파키스탄, 6-10위는 수단, 에리트레아, 예멘, 이란, 인도 순이다. 모두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들이 테러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곳들이고, 기독교인이 될 수 있는 자유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11-20위도 마찬가지다. 시리아, 나이지리아, 이라크, 몰디브,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우즈베키스탄,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등으로, 박해 정도는 조금 덜하지만 좀처럼 기독교 선교 활동을 하기 힘든 곳들이다.

종교 박해 1위국으로 뽑혔지만, 북한에는 신앙의 자유만 없는 것이 아니다. 거주·이전의 자유, 생명과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언론·출판, 집회·결사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등 우리가 자유인지도 못 느낄만큼 가장 기본적이고 당연한 권리들마저 존재하지 않는 땅이다.

오픈도어 측도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 정권인 북한은 어떤 다른 신념과 종교도 최고 영도자에 대한 정치적 범죄로 취급한다”며 “작년 6월 미북 정상회담 개최에도, 북한의 기독교인 20-40만명의 생활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이들은 대를 이어 믿음을 지켜 온 지하의 그루터기 신자들, 중국에서 복음을 듣고 북한에 돌아와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신자들을 포함한 수”라고 밝혔다.

오픈도어선교회는 현재 북한 내에서 수용소 감금, 탄광, 오지 추방 등 이미 공개적으로 박해당하는 기독교인을 5-7만명으로 추정했다.

그나마 북한 외 나머지 박해지수 상위 국가들은 내부에 기독교인들과 교회가 존재하고, 박해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방문이라도 가능하다. 그러나 절대 1위국 북한은 ‘위장 입국’조차 쉽게 할 수 없다. 물론 입국하더라도, 언제 어디서 ‘제2의 웜비어’가 될지 알 수 없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오픈도어선교회의 박해지수 발표날인 16일, 국회에서는 ‘김동식 목사 피랍 19주기 및 순교 18주기 추모식’이 개최됐다. 북한 당국은 먹을 것이 없어 탈출한 북한 주민들을 국경 지역에서 돕던 한 장애인 목회자를 지난 2000년 납치했고, 고문까지 해 가며 사상 전향을 요구했다.

그러나 김동식 목사는 끝까지 이를 거부했고, 결국 고문 후유증과 영양실조로 이듬해 감옥에서 순교했다. 풍채 좋던 김 목사는 80kg에 달하던 몸무게가 1년도 안 돼 기아(飢餓) 상태인 35kg까지 줄어들었다고 한다.

21세기 문명 사회에서,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100년 전, 일제강점기에나 있었던 일 아닌가. ‘최고 영도자’가 통치하는 ‘지상 낙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폭력과 고문, 비인간적 참상들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70년 가까이 이 지경으로 살고 있는 그들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하나님의 은혜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고 세계 어떤 민족 못지 않게 잘 살게 된 우리나라, 특히 그 속에서 하나님을 믿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매년 1월이면 흘러나오는 ‘박해지수 1위’ 소식을 들을 때마다 잠시 안타까워할 뿐, 흘러간 옛 사랑이나 진부해진 한때 유행가처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지는 않은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지 않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라도 핍박받는 지하교회 성도들을 위해 계속해서 기도하고, 지속적으로 북한인권에 대한 정치적·사회적 목소리를 내고,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들을 살려내라고 3년 전처럼 밤마다 촛불을 꺼내 들었다면, 분명 하나님뿐 아니라 이 사회와 정치인들조차 우리의 목소리에 응답했을 것이다.

정부가 ‘평화 분위기에 인권 이야기를 꺼내 찬물을 끼얹지 말라’고 한다 해서, ‘북한 내부 문제에 간섭할 수 없다’는 사회 일각의 비겁한 주장이 나온다 해서, ‘북한이 아닌 우리나라 인권 문제부터 신경쓰라’며 비교 불가능한 핑계를 댄다 해서…, 우리 스스로가 움츠리고 위축돼 행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에 신앙의 자유가 아직 오지 않은 것이다.

북한 3천만 주민들의 고통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왕조와 그 주위에서 호위호식하는 일부 사람들, 그리고 남한에서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 그들을 옹호하는 이들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 책임을 또한 북한의 가장 가까이에서, 하나님 은혜를 전 세계 어느 곳보다 많이 받은 우리에게도 묻지 않으시겠는가.

이제는 행동할 때다. 참을 만큼 참았다. 1천만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손을 맞잡고 일시에 판문점을 돌파해서라도,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끝내야 한다. 하다 못해 촛불을 들고 그들을 위해 함께 광장에 모여 밤마다 기도라도 해야 한다. 납치해 죽인 수많은 우리 국민들을 살려내라고 부르짖어야 한다. 목사들부터 정신차려야 한다. 믿음은 행동이 증명한다. 내 백성을 가게 하라.

북한 선교 오픈도어
ⓒ오픈도어 영상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