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칭 슈팅게임 FPS
▲한 FPS 게임 모습. ⓒ유튜브 캡처
대검찰청, 판례 분석해 ‘10대 지침’ 내려보내

국민들 황당해하면서도, 오히려 긍정적 반응
여호와의 증인, ‘병역거부 거부’시 제명 사유


대검찰청이 판례를 분석해 ‘종교적 병역거부’ 판단 기준으로 10가지 지침을 마련해 일선 검찰에 내려보냈다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 10가지 지침 중 ‘FPS 게임 가입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내용은 병역거부의 ‘진정성 확인’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FPS 게임’은 사용자 시점에서 총기류를 사용해 전투를 벌이는 1인칭 슈팅게임(First-person shooter)으로, 검찰은 집총을 거부하는 병역거부자들이 해당 게임을 이용했다면 병역거부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제주지검의 경우, 최근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중인 ‘종교적 병역거부자’ 12명에 대해 실제로 국내 게임업체 회원 가입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한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제주지검 관계자는 “국내 게임업체 몇 군데를 선정해 법원에 사실 조회 신청을 보냈다”며 “만약 주기적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면 양심의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총기류 게임은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도 존재하고, 다른 사람 이름으로도 게임 가입은 가능하다는 점에서, 실효성 있는 조치인지 의구심도 제기된다. “지엽적인 문제”, “과도한 사생활 침해”라는 지적도 있다.

이 외에도 ‘종교적 병역거부 판단 10대 지침’에는 ①종교의 구체적 교리 ②교리가 양심적 병역 거부를 명하는가 ③신도들이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있는가 ④종교가 병역거부자를 정식 신도로 인정하는가 ⑤교리를 숙지하고 철저히 따르고 있는가 ⑥개종했다면 경위와 이유가 있는가 ⑦병역거부자의 주장 사유가 교리에 따른 것인가 ⑧병역거부자의 신앙 기간과 실제 종교적 활동 ⑨피고인의 가정환경,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⑩종교를 신봉하게 된 동기와 경위 등이다.

여기서 문제의 ‘FPS 게임 가입 여부’는 ⑨번 내용의 일부로 등장한다.

이러한 소식에 국민들은 황당해하면서도, 오히려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한 국민은 “정말 기발한 생각이다. 대환영이다. 종교적 신앙에 따른 병역거부자라면 당연히 사격게임도 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국민도 “상당히 기발하고 의미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며 “입대한다 해서 전시상황이 아닌 한 사람 해치는 일은 없는데, 훈련 자체만으로 군 복무를 못하겠다면 총으로 사람 쏴 죽이는 게임도 마찬가지 아닌가”라고 전했다.

“상당히 신박하다. 군 입대 적령기에 대부분 유행 게임 한 번씩은 하지 않나. 게임 잘 안하는 나도 OO 아이디는 있다”며 “집총을 거부하면서 총질하는 게임을 한다? 상당한 모순이다. 그건 양심이 아니라 기만이고, 이걸로 절반은 거짓 양심팔이가 걸러지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보다는 병역거부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한 국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병역의 의무를 다하는게 양심적인 것이고, 병역거부는 종교적인 것”이라며 “병역을 거부할 거면 국민이기를 포기하고 병역의 의무가 없는 다른 나라로 가서 신앙생활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다른 국민은 “자꾸 인권 이야기를 하는데, 정상적으로 군대 가는 사람들의 인권은 뭐가 되느냐”며 “인권을 말할 거면 징병 군역에 대해 이야기해야지, 종교적 병역거부를 싸고돌아선 안 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판결한 판사들을 사법농단으로 처벌하라”는 댓글도 있었다.

이와 함께 여호와의 증인 내부적으로는 ‘병역거부’를 ‘거부’할 경우 제명 사유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의 병역거부 또는 집총거부가 ‘양심적’ 또는 ‘종교적’이라는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논란도 재점화될 분위기다.

여호와의 증인 한국지부는 지난 11월 시사저널의 취재에서 “신도가 군에 가담하는 경우는 스스로 그 종교인 신분에서 벗어나기로 결정한 것으로 여겨진다”며 “당사자가 속한 회중의 장로 3명으로 구성된 사법위원회가 제명 여부를 결정한다”고 실토했다.

여호와의 증인 관계자도 지난 7월 국민일보의 취재에서 “우리는 군 복무자를 제명 처리하지 않는다”며 “이탈자에 대해 여호와의 증인으로서 교제하지 않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부모가 자식을 징계하는 방법은 다양하다”며 “징계 여부는 가족이 결정할 문제다. 다만 여호와의 증인이 아니면 관계를 맺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상 ‘왕따’라는 의미다.

해당 보도에서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 중 병역 기피를 위한 이민을 선택하는 젊은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군에 입대했다 제대한 경우 ‘배교자’ 신세가 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대학 진학을 권장하지도 않고, 투표에도 참여하지 않으며, 수혈도 여전히 반대한다. 여호와의 증인 측은 이에 대해서도 “대학교육과 수혈, 투표에 대해 성서의 가르침을 알려주지만, 결정은 개인이 할 문제”라며 “저학력자, 전과자가 된다 해도 성서에 따라 양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면 가혹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