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의 병역기피 현상에 대해 사용해 온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를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로 고쳐 쓰겠다고 지난 4일 발표했다.

국방부는 “대체복무제 용어를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국민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병역거부에) 양심·신념·양심적 등과 같은 용어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는 지난해 6월 28일 헌법재판소 판결에 의해 최근 도입이 확정된 ‘대체복무제’와 관련된 것이다. 헌재는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사람을 처벌하는 병역법 규정을 합헌으로 결정하면서도, 병역 종류에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동법을 ‘헌법 불합치’로 판결했다.

이로써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구치소에 더 이상 병역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기 위해서가 아닌, 대체복무를 위해 ‘근무’하러 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방부가 여론 수렴을 거쳐 대체복무로 ‘36개월 교도소 합숙 근무’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방부의 용어 선택은 (남성) 국민들이 의무적으로 군 복무를 하고 있는 우리 실정에 잘 들어맞는, 국민 여론을 고려한 합리적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애초 대체복무제 도입 자체부터 국민들의 반감이 많았던 것을 고려하면, 반대 여론을 조금이나마 잠재우려는 조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군인권센터와 참여연대, 민변 등 시민단체들은 “용어 변경은 병역거부를 ‘양심의 자유’라는 권리 실현이 아닌 ‘종교’에 따른 행위로 축소시켜 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서면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최영애 인권위원장도 9일 “국방부 결정은 대체복무제에 관한 국제인권기준과 헌법재판소 결정 및 대법원 판결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에 의한 병역거부가 절대 다수인 우리 실정에서, 타당하다고 보기 힘들다.

더구나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아닌, 그야말로 ‘양심’에 따라 집총을 거부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대로 사례를 따져 ‘양심적 병역거부’라고 부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국방부의 이번 조치가 “병역을 이행한 사람들은 비양심적인 것이냐”는 비판 때문에 나왔음을 고려한다면, 국민들에게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일일이 설명하지 않는 한, 오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용어를 변경하는 일이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대체복무제 도입을 주장해 오던 시민단체들은 그들의 염원이던 대체복무제가 막상 도입이 됐는데도 계속 반발하고 있는데, ‘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병역거부의 진정성 확인을 위해 ‘FPS 가입 여부’까지 조사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들은 처음에는 대체복무제 기간이 일반 병역 의무 기간에 비해 과다하고 ‘교도소 합숙’이라는 복무 형태도 불만족스럽다고 반발하더니, 이번 용어 변경까지 불만을 터트리고 나섰다. 이들은 대체복무 기간 단축을 위해서도 계속 나설 움직임이다.

가뜩이나 대체복무제로 여호와의 증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복무 단축까지 이뤄진다면 여호와의 증인에 대한 20대 남성들의 호감도는 매우 높아질 것이 자명하다. 그러나 이들의 병역거부는 ‘평화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교리에 의한 것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그들의 교리에 따른 ‘병역거부’를 거부할 경우 제명 사유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에서, 그들의 병역거부에 ‘양심적’이라는 단어를 붙여서는 더더욱 안 될 것이다.

오히려 그들의 병역거부는 어떤 면에서 ‘강제적’이라 할 수 있다. 의무 복무를 채택한 국가에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비정상적으로 보이듯, 모두 병역을 거부하는 공동체 내에서 병역을 이행하려 하는 일도 비정상적으로 보일 것이라는 점에서, 의무감으로 병역을 거부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심적’ 운운하려면, 여호와의 증인은 그들 내부의 ‘병역거부 교리 거부자’에 대한 제명부터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고 대체복무제를 주장해온 시민단체들도 이 운동에 함께 나서야 할 것이다.

이에 앞서 대체복무제로 혜택을 입을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과 소위 ‘신념적 병역거부자’들은, 자신들을 대신해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에 복무하는 대다수 국민들에 감사함과 미안함을 갖고, ‘어떤 형태의 복무든 받아들이겠다’고 자원하는 것이 ‘양심적’일 것이다.

그러나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의 경우, 대체복무제 허용 판결과 지난 11월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됐던 대법원의 무죄 파기환송 판결 이후에도 이러한 입장은커녕 “지난 65년 동안 전과자로서 온갖 불이익을 견뎌온 2만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과 가족들에게 위로가 될 것”이라는, 적반하장격 논평을 내놓았다.

이래서 국민들이 대체복무제 허용을 반대해 온 것이고, 앞으로도 그 시선은 최전방 부대에서 영하 20도 날씨에 칼바람 맞으며 서 있는 우리 아들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 전원합의체 공개변론
▲지난해 병역법 위반 판결에서 피고인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들. ⓒ대법원